전방위로 곪아가는 두산중공업…재무부실 터질까 걱정
최근 5년 미청구공사 비율, 그전 5년보다 2배 이상 증가
대손충당금 40% 넘어… 동종 업계보다 7배↑
수주 잔고, 4년째 내리막
공개 2020-02-20 09:2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두산(000150)그룹 주력 계열사 두산중공업(034020)의 재무구조가 악화일로다. 두산인프라코어(042670)두산밥캣(241560) 등 자회사들의 호실적에 두산중공업의 실적이 선방한 듯 보이지만 두산중공업만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두산중공업은 수익, 대금회수, 재무상태 등 전방위에 걸쳐 곪아있다. 두산중공업은 자체로 수익이 나기 어렵다 보니 명예퇴직 대상자를 모집하는 강수를 뒀다. 
 
지난 14일 두산중공업은 연결 기준 지난해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 15조 6596억원, 영업이익 1조768억원을 내며 각각 6.1%, 7.3% 증가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흑자 전환에는 실패, 104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손실 패턴은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동반 이익을 냈던 사업연도를 찾기 위해서는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6년간 같은 패턴을 반복한 이유는 금융비용, 대손상각비, 잡손실 등이 꾸준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011160)과 같은 종속회사를 떼어놓고 두산중공업을 별도로만 봤을 땐 더욱 냉정한 재무제표를 마주한다. 이는 '이연법인세자산'계정으로 확인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의 연결 기준 재무제표에는 이연법인세자산 계정이 있지만, 별도 기준 재무제표에는 이연법인세자산 계정이 없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두산중공업의 재무담당자는 자회사를 빼고 두산중공업 만을 별도로 떼어 놓아 판단했을 땐 앞으로도 법인세 비용을 차감하기 전에 순이익이 나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를 감사한 삼정회계법인 역시 그 의견에 동의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연법인세자산은 미래 소득이 있을 것을 전제로 계상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사업보고서에는 '충분한 과세소득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이상 높지 않은 경우 이연법인세자산의 장부금액을 감소시키고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연법인세자산의 장부금액은 매 보고 기간 말에 검토한다. 
 
스스로 자구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두산중공업은 지난 18일 명예퇴직을 발표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사업 및 재무 현황에 맞춰 조직을 재편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명예퇴직을 시행한다"면서 "강도 높은 고정비 절감 노력을 해왔지만,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인력 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수주. 출처/나이스신용평가
 
10년 전 12조원에 달했던 신규 수주, 지금은 3분의 1수준
 
두산중공업은 기본적으로 수주산업이기에 신규 수주 확보량에 따라 앞으로의 실적을 예측할 수 있다. 최근 10년 사이 두산중공업의 전성기로 평가받는 2012년 사업연도는 2010년 당시 12.7조원에 달했던 신규 수주에 영향을 받았다. 반대로 큰 손실이 났던 2015년은 2012년 신규 수주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신규수주는 2.1조원이다. 올 상반기 체결 예정인 1.15조원 수준의 수주를 고려하더라도 3.2조원 수준에 그친다. 게다가 수주 잔고는 최근 10년래 최저인 14.6조원이다. 2010년대 두산중공업의 수주잔고가 1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9년이 처음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국내 발전용량 확대 계획과 회사의 경쟁력 제고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신규수주가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가 14.6 조원으로 감소한 점을 고려할 때  매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중공업의 매출 대비 미청구공사 비율.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대금 청구부터 회수까지 난항
 
두산중공업의 별도 재무제표 중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매출액은 줄어드는데 미청구공사 계상액은 그대로인 점이다. 두산중공업의 2015~2019(추정)년 별도 기준 평균 매출액은 약 4.5조원이다. 이는 2010~2014년 6.5조원과 비교하면 약 70% 수준인데,  2010년 대 미청구공사 계상액은 1.3조~1.5조원에서 특별한 추세 없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수주 계약은 진행된 부분까지 대금을 청구하고 이후 돈을 받는 구조다. 대금 청구는 주로 발주를 맡긴 전방 사업자에게 한다. 공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청구하지 못할 때 '미청구공사'계정을 따로 집계해 놓는다. 이는 두산중공업의 주요 고객이 외국 정부 기관이기에 파워 싸움에서 불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전력청과 같은 정부 기관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말 두산중공업의 주요 미청구 공사는 ▲쿠웨이트 수전력부와 계약한 Doha RO Stage-I 1438억원 ▲사우디아라비아 담수청(SWCC)와 계약한 Shoaiba RO Ph.4 2109억원 ▲강릉에코파워와 계약한 강릉안인 1,2호기 보일러 1827억원 등이다. 
 
아울러 대금 회수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률을 통해 알 수 있는데, 두산중공업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2016년 말 기준으로 40%를 넘어섰다. 2018년 말부터는 45%에 근접했다. 여러 건설사와 비교할 때 두산중공업의 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다소 높은 편이다.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 금호산업(002990) 등 건설사와 비교할 때 쌍용건설을 제외하면 대부분 건설사의 충당금 설정률은 25% 이하다. 또한 동일 사업을 하는 미국의 GE(General Electric)와 비교한다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2017년, 2018년 GE의 대손충당금은 6%대다. 
 
대손충당금설정율. 출처/금감원전자공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이 가운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차입금의존도는 금융비용 부담을 높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1500억원 수준의 자산 매각, 47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운전자금 증가 등으로 2019년 9월 말 별도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2018년 말 32.6%보다 5.8p증가한 38.4%가 됐다. 쉽게 말해 약 40%의 자산은 돈을 빌려서 구입했다는 의미다. 차입금의존도는 통상적으로 30% 내외로 많고 적음을 판단한다. 
 
최 연구원은 "원자력발전, 석탄화력발전 등 주요 수주 기반 약화로 중장기 실적 저하가 예상된다"면서 "영업활동을 통한 차입금 상환재원 창출이 미흡한 수준임을 감안할 때 당분간 높은 차입금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