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전문가’ 강성부, KCGI연합에 등 돌린 여론 살려낼까
KCGI연합, 공개토론 요청하며 조 회장 측 '총공격'
대한항공 노조·전문경영인 자진사퇴에 반격 쉽지 않을 수도
공개 2020-02-19 10:30:00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조현아-KCGI-반도건설 주주연합(이하 KCGI연합)이 여론전에서 밀리고 있다. 한진그룹 노동조합(노조)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에 힘을 싣고 있는 데다 KCGI연합이 ‘회심의 카드’로 내놓은 전문경영인 후보군마저 흔들리고 있다. 
 
KCGI연합은 3월 주주총회 전까지 더 이상의 주주제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조 회장 측을 반격할 공식적인 기회는 없는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3월 한진칼(180640)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표 대결’이다. 결국 지분 대결에서 얼마나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그룹의 주주가치 이슈를 또다시 수면 위로 꺼내들고 있다. KCGI가 출범할 때부터 줄곧 내세워왔던 가치다. ‘지배구조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강 대표가 주주총회 전까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좌)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중) 강성부 KCGI 대표(우). 출처/뉴스토마토, 유튜브
 
19일 KCGI 관계자는 “최근 전문경영인 후보군을 담은 2차 주주제안이 사실상 3월 주주총회를 앞둔 마지막 제안”이라고 말했다. 
 
KCGI연합은 지난 13일 한진칼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후보로 김신배 전 SK텔레콤 대표이사, 배경태 전 삼성전자 총괄 등 8명을 추천했다. 1월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손을 잡은 이후 발표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주주제안인 셈이다. 
 
3월 말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까지 공식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주주제안이 어려운 상황에서 KCGI연합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지배구조 전문가’ 강 대표는 한진그룹에 공개토론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그동안 강 대표가 줄곧 강조해왔던 주주가치 증대라는 명분을 다시금 회자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날 KCGI연합은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등 한진그룹 경영진을 상대로 그룹의 경영 위기를 주제로 공개 논의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지난 14일 KCGI가 속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한진그룹에 공개토론을 제안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는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한 KCGI의 여론전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26일(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조 회장은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카카오(035720)와 델타항공 등 우호지분까지 모두 33.4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KCGI연합은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 등의 지분(의결권 유효지분 기준)을 고려하면 모두 31.98%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조 회장 측과는 불과 1.47%포인트 차이에 그친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율이 2.9%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관투자자와 소액투자자의 표심을 잡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이나 대한항공(003490) 및 한진칼 노동조합(노조) 등 여론이 갈수록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KCGI연합이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KCGI연합은 공개적으로 토론을 벌이는 자리를 만들어 한진그룹의 허점을 파고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보인다. 
 
설사 한진그룹에서 공개토론을 거절하더라도 그 자체로 한진그룹 경영진들이 소액주주들과 소통을 거부하는 이미지로 비칠 수 있어 KCGI연합으로서는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뿐만 아니라 강 대표가 KCGI를 설립하기 전부터 줄곧 명분으로 내세워왔던 ‘주주가치 증대’라는 사회적 함의와도 일맥상통한다. 
 
KCGI연합은 이번 공개토론회를 제안하면서 “한진그룹은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등급 평가 중 지배구조 부문에서 5년 연속 C등급에 그치는 등 낙후된 지배구조로 실제 가치에 대한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과거 동양종금증권(현 유안타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져왔다. 국내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가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이라고 주장해왔으며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를 내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강성부 KCGI 대표. 출처/뉴시스
 
KCGI연합으로서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1월 말 '깜짝' 주주연합 선언을 한 뒤 전자투표 제안, 전문경영인 추천, 공개토론 요청 등 활발히 여론전을 펼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언론 접촉을 피해오던 KCGI가 한진칼 이사진 후보군을 발표할 무렵 갑작스레 홍보인력을 충원하며 적극적으로 여론 준비에 뛰어든 까닭도 여기에 있다. 최근 KCGI에 합류한 최필규 홍보수석은 태광실업 부사장 출신으로 한국경제, 현대그룹 등에 몸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진그룹 안팎으로 KCGI연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어 여론몰이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 노동조합(노조)은 14일 성명서를 통해 “조 전 부사장 측의 주주제안은 대한항공을 장악해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2만 노동자는 사리사욕을 채우겠다는 그들의 의도를 확신하고 분노하면서 경고한다”라고 말하며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또 KCGI연합이 내세운 김치훈 한진칼 이사 후보자가 18일 자진 사퇴하면서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줬다. KCGI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 후보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조 회장을 지지하기 위한 행동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KCGI연합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자 가운데 유일하게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어 KCGI가 내세운 ‘전문경영인 후보군’의 자질에 의구심을 더하는 대목이 될 수 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