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 전략 어긋난 제주항공…무리한 M&A 강행하나
작년 공급석 늘렸지만 일본여행 수요 감소 악재
코로나19 확산에 이스타항공 인수 우려 커져
공개 2020-02-20 09:1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저가항공(LCC)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경쟁력과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제주항공(089590)의 전략이 어긋나고 있다. 운영항공기 수와 공급석을 늘리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일본 불매 운동 영향으로 업황이 꺾인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며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하겠다는 제주항공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저가항공 시장 1위 제주항공은 그동안 공격적인 기단 확보 등 선제적 투자로 성장해왔다. 2015년 22대이던 항공기는 2016년 26대, 2017년 31대, 2018년 39대, 2019년 45대로 꾸준히 늘었고 공급석 역시 2015년 816만석에서 2016년 978만석, 2017년 1143만석, 2018년 1335만석, 2019년 1544만석으로 증가했다.
 
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2015년 6081억원이던 매출액이 2016년 7477억원, 2017년 9963억원, 2018년 1조2566억원, 지난해 1조3761억원까지 늘었다.
 
제주항공 2019년 경영실적. 출처/제주항공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일본여행 불매운동과 홍콩시위 등으로 해당 지역 여행 수요가 줄면서 단거리 노선 중심인 제주항공은 큰 타격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별도 기준 지난해 제주항공의 영업손실은 348억원, 당기순손실은 3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적자전환했다. 연간 기준 적자를 기록한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여행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 4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손실은 463억원으로 2019년 한 해보다 적자가 많았다. 이 기간 일본 노선 매출은 3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7% 감소했다.
 
불매운동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돌발변수에 공급석을 늘린 선택이 오판이 되면서 손실은 가속화됐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국제선 기준 항공사의 여객 수송실적을 나타내는 유임여객킬로미터(RPK)는 1년 전보다 18.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단위 당 운임(Yield)은 4.80센트(cent)로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빈 비행기를 띄울 수 없으니 손해를 보면서 승객을 태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모 그룹인 애경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실패 후 차선으로 선택한 이스타항공 인수도 코로나19라는 악재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항공여객 업황이 최악으로 가면서 인수 후 기대되는 성과보다 자금 투입 등 당장 발생하는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오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구주 497만1000주를 인수하는 가격은 약 695억원이다. 자본잠식에 빠진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해 인수대금을 포함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제주항공 출국 체크 카운터 모습. 출처/뉴시스
 
문제는 현재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1일부터 10일까지 중국 여객 감소는 1년 전에 비해 64.2% 줄었다. 우리나라 항공사의 중국 운항횟수는 1월 초 주 546회였는데 2월 첫째 주는 380회로 한 달 사이에 30.4% 줄었으며 셋째 주에는 126회로 2주 만에 66.8% 감소했다. 제주항공의 최근 3주간 환불금액은 225억원에 달했으며 현재 중국 노선 17개 중 동계 운휴 5개 노선을 포함은 16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고 다음 달부터는 남은 1개 노선도 중단된다.
 
증권업계는 올해 1~2분기 제주항공의 영업적자를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상반기 314억원의 영업손실을, 신영증권(001720)은 9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제주항공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달 운항·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기존 5~10일짜리 연차에 무급휴가 등을 합해 최대 1개월까지 쉴 수 있도록 했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3~6월 사이 15일 이상의 무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하루 4시간), 주당 근로일 단축(2~4일) 등도 희망자에 한해 신청을 받는다. 경영진은 임금의 30% 이상을 반납하며 긴축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성장을 해온 만큼, 제주항공은 고정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판매비와 관리비는 2017년 1204억원에서 2018년 1419억원, 2019년 1669억원이다. 예상할 수 없는 대외적인 악재가 발생하자 허리띠를 졸라매 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 
 
코로나19가 빠르게 진정되지 않는다면 제주항공은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항공의 덩치 키우기식 무리한 이스타항공 인수는 부메랑이 되어 제주항공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높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위기경영 체제 돌입과 올 상반기 전망 악화 등 시장의 우려는 알고 있다”라며 “다만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