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코로나19 난기류' 속으로…탈출 해법 있다?
코로나19, 사스·메르스보다 전염성 높아
현대 계열의 지원·금융리스로의 전환…장기적 체질 변경 가능
공개 2020-02-19 09:3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항공업이 움츠러들었다. 여행 자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이용객은 줄고 취항 일정은 차질을 빚는 등 항공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중국 노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나항공(020560)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사태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확장될지 현시점에서 파급력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둠 속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내부적인 요인은 긍정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범현대가와의 시너지뿐만 아니라 리스 구조 변경, 노후 항공기 교체로 비용 감소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직격탄, 왜 아시아나일까
 
코로나19의 여파는 호텔, 유통, 정유, 반도체 등 산업 전반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중 항공업, 더 나아가 아시아나항공에 신용평가사들은 주목했다. 
 
지난 5일 한국신용평가는 코로나19의 여파를 과거 메르스, 사스 당시로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은 4~5%, 대한항공(003490)은 3~4% 정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손실률은 6.8%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으나, 중국 노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나항공에 코로나19의 여파가 더 크게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출처/ 한국신용평가
 
이는 코로나19 영향권에 아시아나항공의 노선이 더 많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2018년 아시아나항공의 매출 중 17%가 중국 노선이었다. 또한 동남아, 일본 역시 35%에 달한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에 직접 영향권에 놓여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보다 8%p 가량 낮다. 
 
아시아나항공에 코로나19가 미치는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한·중 노선 26개 중 24개를 중단 또는 감편하기로 한 상태다. 이에 따라 비용 절감을 위해 무급 휴직 신청도 받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영향권에 있는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태국 등 동아시아·동남아시아 노선 역시 잠정 중단 혹은 감편했다.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의 지역별 매출 비중. 출처/한국기업평가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손실의 폭은 커진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치사율은 2.15%로 메르스(MERS)의 34.4%, 사스(SARS)의 9.6%보다 낮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의 낮은 치사율은 빠른 전염의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잠복기에도 전염성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14일 기준 코로나19의 감염자 수는 메르스의 26배, 사스의 8배에 달한다. 마샤오웨이(馬曉偉)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장관급)은 지난달 "잠복기에도 전염성을 보였다"라며 "사스와의 차이점"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게다가 전염성이 과소평가됐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의학 논문 사전 인쇄 플랫폼 'medRxiv'에 게재된 '2019년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발병의 역학 및 임상적 특징'이란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의 감염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정치의 1.5~2.5배 정도 높다고 한다.
 
 
  
아울러 코로나19의 확산 이전에도 국내 항공여객과 화물 수요는 한·일 정치 갈등,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였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큰 폭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면서 "국제여객 수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중국, 동남아 노선의 외형 혹은 이익 창출력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체질 개선 3종 세트 '현·리·교'
 
부정적인 사업 환경 속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은 체질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이는 현(범 현대가와 사업적 연계)·리(리스 구조 변경)·교(노후 항공기 교체)로  요약된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주력 산업인 건설 사업은 항공산업과 연계성이 낮다. 하지만 범 현대가로 범위를 확장시킬 경우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C그룹은 범현대가 그룹 계열사와 아시아나항공 업무 제휴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항공유 조달, 현대백화점(069960)-면세점·기내식 제공, 범 현대가 임직원들의 출장 시 아시아나항공 이용 등으로 시너지가 구체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리스 구조 변경과 노후 항공기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는 비용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중 운영리스 비중이 65%다. 구 회계기준 상 운용리스는 통상적으로 금융리스보다 리스비용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외자산(簿外資産) 효과가 있어 선호했으나, 이젠 회계기준 변경으로 메리트가 사라졌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존의 운용리스 항공기를 금융리스 항공기로 바꿀 계획이 있다"면서 "지금이 비용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기에 기회를 잘 살려 체질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 항공기 교체로 연료비·정비비를 줄일 여지도 남아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경년 항공기의 비중이 20%로 대한항공(9%)보다 2배 이상 높다. 하지만 이 단점이 역설적이게도 아시아나항공에 히든 밸류(Hidden Value)가 될 수 있다. 즉, 사업 전략 변화에 따른 비용 감소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의미다. 
 
김미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의 연료유류비와 정비비 비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까닭은 항공기 노후화와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운용리스 비중을 낮춤으로써 리스료 부담을 줄이는 한편, 노후 항공기 교체를 통해 기재 경쟁력을 확보하고 연료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