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온의 아쉬운 성적표…영업익 흑자 불구 외형 후퇴 어찌할꼬
매출 반등 키워드는 '미디어 커머스 확대'
공개 2020-02-18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신규 대표이사를 맞이한 아리온이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영업이익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주력인 셋톱박스 사업 부진 심화로 외형이 후퇴하고 당기순손실도 지속되는 등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아리온(058220)은 2019년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1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아리온은 영업손실 지속에 따른 관리종목 편입 우려를 일부 해소했다. 과거 아리온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아리온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매출 발생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라고 설명했다.
 
아리온은 지난해 9월 채명진 대표이사를 신규 경영진으로 맞았고, 이후 채 대표의 전문분야인 미디어커머스 사업을 본격 전개했다. 채 대표는 밀라노익스프레스, 케이브랜드시티, 소울시티컬쳐스 등을 경영하며 관련 전문성을 쌓은 바 있다. 이때 채 대표가 운영하던 쇼핑몰 사업 일부는 현재 아리온의 미디어커머스 사업에 편입되기도 했다.
 
미디어커머스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지만, 전체 매출은 줄었다. 아리온의 2019년 별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2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감소는 주요 사업인 셋톱박스 사업 부진에서 비롯됐다. 아리온은 현재 셋톱박스,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종속회사를 통해 운영되고 있으므로, 아리온 별도 기준 실적에는 셋톱박스와 전자상거래 실적만 잡힌다.
 
아리온은 지난해부터 전자상거래 사업에 뛰어들었고, 3분기부터 관련 매출을 인식했다. 아리온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전자상거래 매출이 17억원이므로, 이를 별도 기준으로 단순 역산하면 관련 매출비중은 9%가량 된다. 즉, 나머지 90%는 셋톱박스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아리온 관계자는 “사업보고서 공개 전에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 “일단 엔터테인먼트 사업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유지했다고 보고 있으며, 신규 사업은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형 셋톱박스 사업의 시장경쟁이 치열하기는 하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있는 아리온 본사 건물 전경. 사진/네이버지도
 
당기순이익도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아리온의 2019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63억원을 기록했다. 대신, 손실 폭은 약 47% 줄었지만, 이자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아리온의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이자비용은 42억원을 기록했다. 전환사채(CB) 발행이 주요 원인이다. 계획한 유상증자가 수년째 늦어지는 동안, 아리온은 자금을 긴급 조달하기 위해 높은 이자율을 책정하며 CB를 발행했다. 실제 아리온이 홍콩 소재 토르 인베스트먼트(Tor investment)를 대상으로 발행한 2000만달러 규모의 CB는 표면·만기금리는 6.5%에 이른다.
 
영업이익의 극적인 반등이 없다면, 아리온의 당기순이익 적자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자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아리온이 발행 중인 4개 CB 중 1개는 올해 4월 만기를 맞는다. 나머지 3개의 만기는 내년과 내후년에 돌아온다. 이들 CB에는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채권자 측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없는 한 이자 지급은 계속된다.
 
아리온 관계자는 “이자비용 지출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다만 풋옵션 행사 가능일이 3개월마다 돌아오므로, 이자지출이 일부 감소할 수는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아리온은 올해를 사업 재편의 원년으로 삼으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신규 사업인 미디어커머스 매출이 연간으로 잡히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올해 회사 측은 전자상거래 사업 확장을 위해 기존 제품군의 확대, 오프라인 체험 센터 운영 등 사업기반을 넓혀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2차전지 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아리온은 현재 미국 에너지부와 국방부에서 투자 받은 2차 전지 기업 XNRGI와 아시아 독점 총판권 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아리온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사업 확장을 위해 다른 비상장사 인수합병(M&A)도 준비하고 있다”라며 “더불어 2차 전지 사업도 본격화해서 기존 사업과 신사업 간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