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시작된 위기…하나투어, 모든 계획 뒤틀려
여행 수요 감소에 새 플랫폼 출시 연기
실적 전망 악화에 커진 구조조정 가능성
공개 2020-02-14 09:1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코로나19(COVID19) 여파가 하나투어(039130)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 반등을 위해 야심찬 출발을 계획했지만 돌발성 악재에 속수무책이다. 급격한 고객 감소와 새 플랫폼 출시 연기 등으로 올해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올해는 하나투어에게 중요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수집, 여행과 관련된 모든 정보와 상품을 하나투어 패키지 플랫폼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매출 8577억원, 영업이익 340억원을 목표로 내세웠다.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여행사 카운터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 반등 목표는 시작부터 꼬이게 됐다. 하나투어에서 발표한 1월 모객 자료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지난달 해외여행수요(항공권 판매량 20만건 미포함)는 18만7223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9.7% 감소했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여행 관련 상품 판매는 85.5%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은 62.2% 급감했으며 동남아(-19.2%), 남태평양(-20.8%), 유럽(-22.2%), 미주(-24.2%) 등 대부분의 지역도 판매가 줄었다.
 
하나투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달 초부터 근무 연수 제한 없이 1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신청이 가능하도록 안식년 기준을 완화했고 주 1~4일 근무하고 그만큼 급여를 감액하는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희망자를 접수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유안타증권은 올 1분기 하나투어가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나투어와 에스엠면세점 적자 확대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마크호텔 계절적 비수기 효과와 코로나19 창궐 효과가 중첩되면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올 1분기 연결 영업적자는 1997~1998년 IMF 위기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잠정영업실적.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체질 개선의 핵심인 새로운 플랫폼 출시 계획도 어그러졌다.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7.97% 줄어든 7623억원의 매출과 70.57% 급감한 7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하나투어는 실적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이 소비자가 더 이상 여행사의 패키지여행을 선호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400억원을 투입한 차세대 플랫폼 ‘하나허브’를 준비했다.
 
하나허브는 패키지여행과 개별여행의 장점을 접목시켜 소비자가 직접 항공부터 숙소, 현지투어를 선택, 여행스케줄을 짤 수 있도록 만든 여행앱이다.
 
고객을 끌어당기는 여행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인프라 강화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였다. 특히 13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 자금을 확보해 하나허브의 성공적인 안착을 계획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출시가 연기됐다. 게다가 언제 출시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도 않았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출시 일정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봐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존 패키지 상품 체질 개선을 통해 반등을 노렸던 하나투어의 하나허브 출시 연기는 올해 목표 달성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의 가능성은 더 켜졌다. 자금조달을 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사모펀드인 IMM PE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3일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을 당시 발행가액은 5만8000원으로 신주 232만3000주를 발행, 조달되는 자금은 1347억3400만원이었다. 발행가액 산정을 위한 할증률은 16.3%였다. 11일 종가 기준 하나투어의 주가는 4만8950원으로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했던 지난해 12월23일 5만1100원보다 4.2% 하락했다.
 
신주발행가액과 현재 주가의 차이가 커지면서 일부에서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IMM PE가 계약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하나투어는 지난 10일 정정공시를 통해 기존보다 낮은 11.3% 할증률을 적용한 5만5500원으로 신주발행가액을 결정했으며 증자 규모는 1289억2650억원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신주발행가액은 여전히 현재 주가보다 높아 많은 비용을 들여 최대 주주가 된 IMM PE가 손실을 빠르게 만회하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진한 수익성이 예상되면서 구조조정 폭이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IMM PE가 주당 5만5500원에 유증을 진행한 것은 공동 경영참여를 통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향후 2~3년에 걸친 구조조정 규모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