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위기' 아리온, 자금조달 숙원 해결되나
4년 미뤄진 유상증자 납입 앞둬
CB 만기 및 풋옵션 행사 가능성도
공개 2020-02-13 09:1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미디어커머스 사업 등을 영위 중인 아리온(058220)이 유상증자 납입 완료를 약 보름 가량 앞두고 긴장감을 높인다.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 및 거액의 이자비용에 따른 자본잠식 위기 등에 놓여있어 금번 유상증자 성료는 아리온에게 중요한 숙원 과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아리온은 2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앞두고 있다.
 
납입 예정일은 2월27일이다. 본래는 1월31일로 예정돼있었지만,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행정절차의 추가 이행이 필요해, 납입일이 한 달 가량 연기됐다. 투자자가 영국의 인코라(inchora), 코어티비(Core TV Solution), 노르웨이의 알에이미디어에이에스(RA Media AS) 등 4인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아리온은 “유상증자 납입을 위한 외국인 투자신고 및 관련 행정 절차 등이 필요해 납입일을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금번 유상증자는 아리온의 해묵은 숙제다. 본래 아리온은 2016년 말에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했다. 그러나 수차례 지속된 납입일 연장과 투자자 변경 등으로 유상증자는 3년 넘게 지연됐고, 그 과정에서 자금조달 규모도 250억원으로 축소됐지만 결국은 납입이 잠정 철회됐다. 이후 아리온은 유상증자를 재개했고, 인코라 외 4인을 새로운 투자자로 유치하면서 지금 상황에 이르게 됐다.
 
유상증자가 지연될 동안, 아리온의 경영상태는 지속 악화돼왔다. 현재 자본잠식 위기를 앞두고도 있다. 영업적자로 수년째 결손금이 불어났고, 동시에 무상증자 및 소규모 유상증자 반복 등으로 자본금이 늘어, 결과적으로 자본총계와 자본금의 차이가 회계상 줄어든 탓이다.
 
아리온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228억원을, 자본금은 181억원을 기록했다. 즉, 자금조달 및 자본금 축소 등의 별도 조치가 없는 한, 아리온은 47억원 이상의 지배주주 당기순이익 적자를 추가로 낼 경우 결손금이 불어나 자본잠식에 접어들게 된다.
 
물론 당기순이익이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일단은 거액의 이자비용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아리온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이자비용은 42억원에 이르렀고, 그 여파로 동 기간 지배기업 당기순손실은 39억원을 기록했다.
 
아리온은 유상증자가 수차례 지연되는 동안 다수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금을 빌렸다. 특히 홍콩 소재의 토르 인베스트먼트(Tor Investment)로부터 본사 건물을 부동산신탁을 통해 실질 담보로 묶은 다음 표면·만기금리 6.5%의 2000만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등 다소 급하게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자비용이 불어난 이유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있는 아리온 본사 건물 전경. 사진/네이버지도
 
이자비용 증가와 더불어 단기차입금 비중도 비교적 높아진 상태다. 아리온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CB를 포함한 실질 단기차입금의존도는 45% 내외에 이른다. 1년 내 상환 가능성이 있는 부채의 규모가 총자산의 절반가량 된다는 의미다. 때문에 아리온은 금번 유상증자 대금 중 72억원을 CB 등 차환자금으로 이용하겠다고 공시한 상태다.
 
실제 아리온은 올해 CB 만기 및 조기상환청구권(Put Option) 행사도 앞두고 있다. 아리온은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약 324억원 규모의 유동성 CB를 보유하고 있다. 총 4건으로, 이 중 장부금액 27억원의 제5회 CB는 올해 4월 중순에 만기를 맞는다. 67억원의 CB 2건에 대한 최초 풋옵션 행사일도 올해 4월, 9월로 지정돼있다.
 
그 외에도 앞서 언급한 2000만달러의 풋옵션 행사 가능성도 있다. 최초 풋옵션 행사가능일은 지난 2월8일이었지만, 회사 측에 따르면 금번에는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아리온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자금 납입은 당사가 아닌 납입자들에게 달려있는 문제이므로 현재 확답을 줄 수는 없다”라면서 “내부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아리온은 현재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가 별도 기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는데, 아리온은 2016~2018년까지 3년 연속 손실을 냈고, 2019년 3분기까지는 일단 7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상태다. 즉, 2019년 4분기 실적에 관리종목 지정 여부가 달린 상황이다.
 
아리온 관계자는 “내부 결산은 거의 마무리를 한 상태이지만 아직 외부감사 검토 전이기 때문에 확정된 수치를 말하기 어렵다”라면서 “다만 내부에서는 사업연도 흑자전환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