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한국기업평가(034950)가 배당성향 200%를 넘는 ‘역대급 배당’을 시행했다. 회사 측은 보유현금이 과도하게 많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같은 배당을 결의했다고 설명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총액 380억원의 현금배당을 공시했다. 주당 배당액 8518원이다.
한국기업평가의 회사소개. 사진/한국기업평가
그간 한국기업평가는 배당성향 65%를 꾸준히 유지해온 이른바 ‘고배당주’로 알려졌지만, 이번 배당은 과거 규모를 한참이나 웃도는 수준으로 관측된다. 한국기업평가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지배기업 귀속 당기순이익은 190억원을, 2018년 연간으로는 162억원을 기록했다.
즉, 한국기업평가의 금번 배당총액은 당기순이익을 한참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셈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사내유보금이 과할 만큼 많이 누적된 중에,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다 보니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측면에서 배당 확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현금보유량은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현금및현금성자산 192억원이 있으며, MMA 등 만기가 1년 이내에 도래해 현금 전환이 수월한 단기금융상품도 94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금번 배당 규모는 배당성향으로만 보면 200%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기존에 누적된 이익이 과도하다 보니 주주이익 차원에서 일회성으로 환원시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사가 여러 가지 투자계획을 확정 짓지 못한 측면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획이 아예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보유자금을 고려하면, 금번 배당액을 빼더라도 투자를 위한 자금은 충분히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가의 금번 ‘폭탄배당’의 최고 수혜자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Fitch Rating)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치는 한국기업평가 지분 73.55%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280억원을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피치의 강한 압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외국자본이 국내 기업을 일종의 밴딩머신으로 보는 경향은 있다”라며 “내부 경영방침을 자세히 알 수는 없겠지만, 배당액으로만 보면 과한 측면이 없다고도 못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대주주의 요구보다는, 보유자금을 워낙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금번 배당이 결정됐다고 이해하면 적합할 것”이라며 "재무상의 문제는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기업평가 주가는 금번 배당 공시에도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7일 종가 기준으로 전일 대비 0.84% 오르는 데에 그쳤다. 거래량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의 지난해 월평균 거래량은 약 4만주에 불과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기업평가 주식은 높은 최대주주 비율과 과거부터 지속된 고배당 정책 등으로 인해 이른바 ‘품절주’로 불리기도 한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