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단숨에 여성용품 판매 3위?…오버밸류 문제없나
올해 M/S 4% 예측…유한킴벌리·엘지유니참·깨끗한나라 이어 4위
2022년엔 M/S 7%로 업계 3위 추정
공개 2020-02-10 09:0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레몬이 여성용품 사업의 미래 실적을 근거로 높은 기업가치를 책정 받았다. 사업 4년 안에 업계 3위에 등극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다소 미흡한 상황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을 앞둔 레몬의 기업가치는 3551억원으로 평가됐다. 주당 평가가액은 9598원이다.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006800)는 레몬의 기업가치를 책정하기 위해 2020~2022년 평균 당기순이익을 추정해 적용했다. 레몬의 2019년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 탓이다.
 
레몬의 현재 실적 대비 높은 기업가치는 나노사업 매출 확대에서 기인했다. 레몬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차폐막(EMI)과 나노사업으로 구분되는데, 미래에셋대우는 나노사업 매출이 내년부터 차폐막(EMI) 매출을 앞지를 것으로 봤다. 2019년 레몬의 EMI 사업 매출은 총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레몬 나노사업은 크게 섬유사업과 생리대 ‘에어퀸’ 판매사업으로 구분된다. 일단 회사 측은 섬유사업 성장의 근거로 노스페이스와의 계약 등을 제시했다.
 
레몬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웃도어용 나노멤브레인 원단을 노스페이스에 공급하고 있으며, 2021년 중반까지 독점 계약도 체결했다. 더불어 현재 글로벌 화학기업과 나노원단 적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노스페이스 외의 판매도 2021년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나노섬유 매출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32% 늘어날 것으로 봤다.
 
레몬은 “노스페이스에 대한 독점계약 종료 이후에도 노스페이스 및 기타 거래처로의 판매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생리대 사업 매출의 근거는 다소 미약하다. 레몬은 올해 자사 생리대의 국내 시장점유율(M/S)이 4%를 기록하고, 2022년에는 7%로 확대될 것이라 추정했다. 그 결과 생리대 매출액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75% 증가해 나노섬유사업 매출액을 웃돌 것으로 봤다. 즉, 생리대 사업이 기업가치를 좌우한다는 해석이다.
 
배우 이하늬가 2019년 4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신소재 적용 숨 쉬는 생리대 '에어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회사 측이 제시한 생리대 시장점유율 4~7%는 국내 3~4위에 이를만큼 높은 순위다. 시장조사업체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생리대 금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좋은느낌·화이트’를 생산·판매하는 유한킴벌리가 42.6%를 차지했다. 2위는 ‘쏘피·바티피트’ 등을 생산·판매하는 엘지유니참이며 점유율은 약 19.7%다. 3위는 5.5%를 차지한 피앤지(P&G, 위스퍼)였고, 4위는 5.1%의 깨끗한나라(릴리안·순수한면)였다. 실제 레몬도 언론보도 등을 인용한 유사한 순위의 통계자료를 공시에 포함했다.
 
레몬은 지난해 4월 생리대 사업에 진출했다. 보람씨앤에치로부터 위탁 생산한다. 식약처가 운영 중인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생리대 생산업체만 110개가 넘는다. 즉, 제시된 근거 등을 고려하면, 레몬은 기존 업체들을 모두 제치고 사업 1년 반 만에 생리대 시장점유율 4위, 4년 만에 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물론 긍정적인 분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국내 3위 생리대 업체였던 피앤지(P&G)가 2018년 말에 한국 생리대 시장에서 철수한 상황이다. 나아가 2017년 발발한 생리대 유해성 논란 이후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레몬의 ‘에어퀸’은 생리대 최초로 나노멤브레인 기술이 적용돼 기존 제품 대비 매우 높은 통기성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레몬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배우 이하늬를 모델로 삼아 공중파 등에 광고를 내며 자사 제품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레몬은 “생리대 유해 물질 파동 이후 프리미엄급 제품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타사 제품 대비 뛰어난 통기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동사 제품은 향후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주관사 관계자는 “생리대가 소비재이기는 하지만, 대리점 납품 등 판매 방식을 고려하면 세미 B2B(기업간거래)로 이해할 수도 있는 측면이 있다”라며 “여기에 오프라인 입점 물량 예상치와 올해 2~3월부터 다양해지는 판매채널 등을 고려해 매출을 짰다”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생리대 시장점유율에 대해 밸류 산정에 이용할 만큼 공신력 있는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