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차' KCGI-한진가 조현아 결합에 예상되는 불협화음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원태 회장 지지
한진그룹 호텔사업 등 사업구조 재편 불확실성 커져
공개 2020-02-07 09:10:00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KCGI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손을 잡으며 그동안 주장해온 '한진칼(180640)의 경영개선' 이라는 명분이 흔들리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오너 갑질의 상징이 되는 인물일 뿐 아니라 이전부터 호텔사업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호텔과 리조트 사업 부문을 구조조정해서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던 KCGI와는 불협화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KCGI 연합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반기’를 들면서 KCGI의 입지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KCGI가 내세운 전문경영인 선임 역시 미뤄질 수 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부사장 등 한진칼 주주들이 3월 열릴 주주총회까지 전문경영인 선임과 관련한 논의를 주로 하게 될 것"이라며 "호텔사업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아직까지 협의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KCGI와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전문경영인을 선임하는 안건에 합의했다. 사실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서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오는 3월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공동으로 주주제언을 구성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전문경영인 선임 방안 외에 그동안 KCGI가 주장해왔던 사업 계획을 놓고 반대 의견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를 낳고 있다. 
 
KCGI는 이전부터 한진그룹의 ‘약체’로 꼽혀온 호텔과 리조트 사업 부문을 과감히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펼쳐왔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발표한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한진’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한진그룹 전체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호텔사업의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라며 “칼호텔네트워크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부문에 대해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칼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는 낮은 객실이용률과 감가상각비 부담으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대한항공 호텔사업 부문 역시 2019년 3분기 말 기준 영업적자 411억원을 냈다. 자회사를 통해 약 1조 원의 자금을 투입한 미국 월셔그랜드호텔의 영업 성과가 부진해 대한항공에 큰 재무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탓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좌)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중) 강성부 KCGI 대표(우). 출처/뉴스토마토, 유튜브
 
문제는 조 전 부사장이 이전부터 호텔사업에 애착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조 전 부사장은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한진칼의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대한항공 호텔사업본부 본부장 등을 맡으며 줄곧 호텔과 리조트 사업 부문을 총괄해왔다. 
 
조양호 전 한진칼 회장이 경영할 당시 조 전 부사장이 호텔사업을 떼어달라고 할 정도로 호텔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KCGI 연합이 전문경영인을 선임하는 데 합의를 이루더라도 중요한 경영 안건에 대해서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업 구조조정과 같은 굵직한 안건일수록 주주의 입김이 세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현재로서는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KCGI와 힘을 합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경영인으로서의 두 집단은 꾸준히 배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KCGI와 조 전 부사장은 사업을 향한 관점이 많이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KCGI는 안정을 추구한다면 조 전 부사장은 도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두고서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조 부사장은 ‘땅콩 회항’의 이미지가 있지만 사업적으로는 스마트하고 과감한 사람”이라며 “도전할 때는 설사 실패하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CGI 연합 측 관계자는 “일차적인 사업 판단은 공동으로 세울 전문경영인이 하는 방식인 만큼 (주주 간)의견 충돌은 나중에 생각할 문제”라며 “조 전 부사장이나 KCGI는 전문경영인의 결정에 주주로서 힘을 실어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CGI가 이 고문과 조 전무의 지지를 받는 조 회장 연합을 제치고 3월 주주총회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KCGI는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을 약 17.29% 보유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의 지분을 합하면 모두 31.98%가 된다. 조 회장과 이 고문, 조 전무의 지분과 델타항공, 카카오(035720) 등 조 회장의 우호세력 지분을 합하면 32.68%로 여전히 KCGI 연합을 소폭 앞선다. 
 
다만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소액주주, 국민연금 등 나머지 주주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지에 따라 KCGI 연합의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KCGI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한진칼 지분을 1% 미만으로 보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