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위기' 에스디시스템…자금조달 '비상'
지난해 3분기 자본총계 86억원…동 기간 당기손실 94억원
공개 2020-02-03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에스디시스템(121890)이 완전자본잠식 위기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지만 새로 들어선 최대주주는 미동도 없는 상황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에스디시스템은 최근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발행을 철회했다.
 
수차례 미뤄졌던 자금조달이 결국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에스디시스템은 지난해 5월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당시 최대주주였던 우석플래닝의 완전자회사 엘디케이파트너스로부터 자금을 납입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납입은 무려 4차례 지연됐다. 전환사채 발행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잦은 투자자 변경과 납입 지연 등이 6개월가량 이어졌다. 최종투자예정자는 이노테크홀딩스와 더블유엘이다.
 
에스디시스템이 있는 성남의 아파트형 공장 전경. 사진/네이버 지도
 
이로써 에스디시스템이 완전자본잠식에 접어들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에스디시스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자본총계는 86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자본금이 45억원이므로, 단순 계산했을 때 이익결손금 등이 41억원 이상 증가하면 부분자본잠식, 86억원 이상 늘어나면 완전자본잠식에 처하게 된다.
 
코스닥 상장규정에 따르면, 최근 연말 사업보고서에서 완전자본잠식이 확인될 경우 즉각 퇴출 대상으로 오르게 된다. 단, 사업보고서 법정제출기한인 3월 말 이전까지 이를 해소했다는 감사의견을 받으면 실질심사로 전환된다. 더불어, 에스디시스템은 현재 4년 연속 영업손실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도 놓여있다.
 
분위기는 좋지 않다. 에스디시스템의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이 60억원, 당기순손실이 94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탓이다. 당기순손실은 이익잉여금에 결손으로 반영된다. 즉, 재무제표상 자본항목의 다른 지표값이 고정됐다고 가정했을 때, 에스디시스템의 4분기 당기순이익이 최소 8억원을 넘으면 일단 상폐 직행을 면할 수 있고, 영업이익이 60억원 이상을 기록하면 관리종목 위기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계절적 요인 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스디시스템의 최근 3년 실적을 봐도 4분기의 극적 반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출도 더욱 줄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말에는 2018년도 매출의 34% 규모를 차지한 주요 거래처와의 공급계약도 해지됐다. 사유는 ‘기술개발 지연’이다.
 
만약, 에스디시스템의 4분기 당기순이익이 8억원에도 이르지 못했다면, 3월 말까지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자금 납입을 완료해야 상장폐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새로 바뀐 최대주주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에스디시스템 최대주주는 우석플래닝에서 강원(114190)(구 웰크론강원)으로 변경됐다. 강원은 산업용플랜트설비사업 등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로, 2018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859억원에 이른다. 다만, 강원 역시 상황이 녹록지는 않은 모양새다. 2019년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난 탓이다.
 
에스디시스템 관계자는 “새로운 최대주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아직 들은 것이 없다”라며 “최대주주 변경으로 경영진도 바뀌었기 때문에 일단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에스디시스템은 금번 최대주주 변경으로 반대매매 위기 등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최대주주인 우석플래닝은 유증 납입자금 조달 등을 위해 에스디시스템 지분 약 80만주를 담보로 맡기고 골드대부산업으로부터 16억원을 조달했는데, 이 계약이 해제된 덕분이다. 담보설정액은 22억5000만원이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