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카드 꺼내든 국순당…'상폐탈출'부터 시급
1년 사이 자사주 190만주 매입…총 발행주식의 12%
공개 2020-01-22 09:1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상폐 위기로 ‘역사적 저점’ 수준의 주가를 기록 중인 국순당이 대량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과거 이력을 감안하면 거액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전에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투자업계는 상장폐지 가능성을 ‘미지수’로 보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국순당(043650)은 최근 자사주 70만주를 장내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국순당은 1년 사이에 자사주 190만주를 매입하게 됐다. 총 발행주식의 12%로, 매수 규모는 약 63억원이다.
 
국순당 측은 자사주 매입 목적을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고 설명했다.
 
횡성에 있는 국순당 양조장. 사진/횡성군청
 
자사주 대량 매입으로, 국순당은 주가안정 외에도 차익실현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실제 이력도 있다. 국순당은 자사 주가가 역사적 최저점에 이르던 2007~2008년에 자사주 125만주를 총액 61억원에 매입했고, 이후 주가가 상승한 2012년과 2015년에 걸쳐 154만주를 137억원에 매도했다. 주식수를 감안해도 50억원 이상의 이득을 본 셈이다.
 
시황만 놓고 보면, 지금은 자사주 매입 최적기다. 국순당 주가가 최저 수준을 재차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종가 기준 주당 3265원으로, 이와 유사한 수준의 주가를 보였던 것은 2008년 말과 상장 직후인 2000년 말이 전부다.
 
다만, 차익실현은 요원하다. 주가 반등 시그널이 희미할뿐더러, 영업이익 5년 적자 지속 유력으로 상장폐지 심사 돌입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국순당 매출은 2011년부터 감소했고, 그 여파로 현재 영업이익 5년 적자 지속이 유력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41억원 이상 내야 적자 탈피가 가능한데, 이는 영업이익률 35%에 이르는 수치다.
 
 
 
올해 3월 말 공시되는 감사보고서에서 적자가 확인되면 일단 거래정지가 되며, 이후 국순당은 실질 3심제 상폐절차 속에서 최대 2년 반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으며 영업손실 회복 요인 등을 소명 및 증명해야 한다.
 
업계는 상장폐지까지 이르지 않을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국순당이 탁주 판매 등 본업에서는 기를 못 펴고 있지만, 영업외수익으로 잡히는 투자사업에서는 이익을 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심사 핵심은 ‘기업계속성’에 있다. 즉, 사업계획, 재무구조, 지배구조 등을 총체적으로 감안했을 때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이다. 국순당은 운용자산(AUM) 3000억원이 넘는 자회사 지앤텍벤처투자와의 연계를 통해 거액의 투자수익을 시현해온 바 있다.
 
실제 국순당은 2017~2018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블루홀 등에 투자해 약 400억원을 벌었고, 이를 바탕으로 300억원에 이르는 현금성자산을 쌓았다. 더불어 매년 4억~5억원을 창출하는 투자부동산과, 사옥 건설 용도로 매입했지만 최근 임대 중인 토지에서 창출되는 수익도 있다. 국순당 측에 따르면 내부에 투자전담부서도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상장폐지 결정까지는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영업적자가 났을 뿐이지 재무 상태가 우량하고 경영투명성도 좋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후 자사주 매각을 시도할 수도 있다”라며 “하지만 당장의 매각 계획은 전혀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투자업계 관계자도 “상폐 주요 기준인 기업계속성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영업이익만 고려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본업이 나빠도 영업외수익 등이 좋으면 심사진 판단에 따라서 계속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순당의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투자수익(배당금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8% 감소한 약 18억원에 그치고 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