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울린 코썬바이오의 '수상한 거래'…KPTCC의 반복된 수법
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의 무자본 M&A…경영진 장악 비용 ‘0원’
사채업자 거액 차익이득…주가는 ‘반 토막’
반대매매 은폐로 상폐 기로에 놓여…계속기업가치는 ‘의문’
공개 2020-01-17 09:3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과장된 호재성 발표와 반대매매 공시 지연 등이 ‘우연히’ 겹쳐, 코썬바이오의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울고 사채업자와 최대주주는 웃었다. 코썬바이오는 현재 불성실 공시로 상폐심사 기로에 놓여있다. 무자본 인수·합병(M&A)의 ‘나쁜 예’라는 시각도 흘러나오는 이유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코썬바이오(204990)의 새로운 최대주주인 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KPTCC)는 전 최대주주인 신지윤 에이폴 대표와 1000만주 규모의 코썬바이오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한 이후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지 않고 일부를 현금화했다.
 
지난해 9월 KPTCC는 신 대표가 보유 중인 1000만주를 200억원에 매수했다. 이때 KPTCC는 신 대표에게 총 대금 200억원 중 계약금 30억원만 지급하고, 계약 주식 1000만주를 모두 받았다. 신대표에게 지급하지 않은 나머지 170억원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이른바 차입매수(LBO) 거래로, KPTCC는 외상으로 지분을 가져온 셈이 됐다.
 
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가 2022년에 완공 예정하고 있는 병원 조감도. 사진/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
 
당시 신 대표는 자금 융통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 대표는 보유 부동산인 코썬바이오·에이폴 사무실 등을 담보로 잡고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44억원을 빌려 에이폴에 융통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들 부동산은 2018년 11월 가압류 결정됐고, 2019년 3월에는 납세담보제공계약에 따라 국가로부터 근저당권 설정됐다. 납세담보는 세금을 지불하기 어렵거나 혹은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설정된다.
 
지분 인수 이후 KPTCC는 3개월 동안 지분 300만주를 투자회사 등에 매각해 현금화했다. KPTCC는 지난 9월25일에 코썬바이오 주식 총 100만주를 투자업체 힐리오어드바이저리와 부동산 개발·공급업체 와이에스개발에 주당 1700원에 장외매도했다. 이어 10월14일에 주식 100만주를 조창경 씨와 투자업체 지투인베스트먼트에 주당 2000원에 넘겼고, 11월7일에는 100만주를 미공개 대상에게 주당 1950원에 매도했다. 지분 외상거래로 약 57억원을 손에 쥔 셈이다.
 
이후 KPTCC는 11월7일에 남은 주식 500만주를 담보로 약 51억원의 사채를 끌어다 썼다. 주당 1000~1130원의 가치만큼의 자금을 제공한 셈이다. 12일에는 신 대표와 다시 주식담보계약을 체결, 남은 200만주로 45억5000만원을 융통했다. 주당 2275원 가치다.
 
사채업자와의 계약에 명시된 담보기간은 극히 짧았다. 채무액 11억3000만원에 대한 담보기간은 단 2영업일에 불과했고, 나머지 40억원 담보기일도 16영업일에 그쳤다. 사채업자들은 담보기간 종료 직후 개장일인 11월11일과 12월2일에 반대매매를 시행했다. 이 시기 주가가 1800~2200원을 넘나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채업자는 순식간에 40억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그 여파로 코썬바이오 최대주주는 KPTCC에서 다시 신 대표로 바뀌었다. 다만, 경영권은 KPTCC 측이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무자본 M&A 나쁜 예? 개인투자자 등쳐먹은 최대주주·사채업자
 
일각에서는 이 같은 거래구조가 ‘불공정 무자본 인수합병(M&A)’의 단면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자본 M&A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허위 및 위계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고 단기차익을 겨냥하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무자본 M&A는 주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이 대상이 되므로 간혹 횡령 이슈도 터진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불공정 무자본 M&A의 4가지 특징으로 △인수·경영권 변경 과정의 허위공시 △검증되지 않은 신사업 추진 및 과장사실 보도자료 배포 △자금조달에 대한 허위공시 △시세조종 및 횡령을 꼽고 있다. 더불어 대표적인 예로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조달→주식양수도계약체결로 최대주주 등극→가장납입/미공시·허위공시/횡령’ 등을 든다.
 
KPTCC가 최대주주로 오른 후, 공교롭게도 코썬바이오의 호재성 소식이 주기적으로 날아들면서 주가는 급등락했다. 그 중에는 다소 과장된 내용도 있었다. 일례로 코썬바이오는 지난해 9월20일에 화장품업체 피카흐디꼬레 제품의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는데, NICE평가정보 등에 따르면 피카흐디꼬레는 2018년 매출이 2000만원도 채 안 될 만큼 규모가 작았다.
 
또한 코썬바이오는 지난해 9월24일에 엘골인바이오와 200억원 규모의 판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리며 “엘골인바이오의 2000여개 공급처를 통해 다각화된 판매로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엘골인바이오는 서울 역삼에 있는 엘골인한의원을 운영 중인 소기업으로 지난해 3월 마하소프트-세일벤처투자 일부를 분할합병 등을 통해 설립됐다. 더불어 미국의 투자자문사 LDJ 케이맨 펀드와의 협의소식 등 외국 투자자 유치 소식도 잇따랐는데, 정작 코썬바이오 측은 이들 보도자료를 인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LDJ 케이먼 펀드의 드레이크 회장. 사진/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
 
코썬바이오 관계자는 “해당 보도자료들은 KPTCC에서 독단적으로 배포한 것”이라며 “우리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라고 밝혔다.
 
더욱 공교로운 것은, 주가가 오른 시점에 KPTCC의 지분 매각과, 이들 지분을 매입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투자기관 등의 대량매매가 번갈아 발생했다는 점이다. 주가 급등락이 더욱 심해진 이유다. 양수도계약직후 2000억원이 넘는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유상증자 조달 소식 등이 날아들면서 주가는 2000원대 후반에서 4000원 이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첫 매매 발생 이후 약 보름에 걸쳐 기관 등의 대량매매가 발생하며 주가는 다시 2500원대로 주저앉았다.
 
이후에도 KPTCC의 지분 매매 후 3일 만에 기관이 약 40만주를 매도하는 등 대규모 매매가 발생해 주가는 2300원대로 내려갔다. 급기야 반대매매가 있던 12월2일은 오전부터 매도가 폭증했고, 이날 1975만주가 거래되면서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해 갑자기 1200원대로 밀려났다.
 
코썬바이오 주가 추이 일봉 차트. 자료/대신증권HTS
 
공시위반도 지속됐다. KPTCC가 9월 초 주식담보계약과 함께 발표한 2000억원 규모의 자금 납입일은 수 차례 미뤄졌다. 그 과정에서 정정된 유상증자 금액이 기존 대비 20% 감소해 벌점 5점을 받았다.
 
특히 코썬바이오 측은 반대매매 소식을 한 달 넘게 숨기며 투자판단에 혼란을 줬다. 이에 벌점 13점을 받아 현재 코썬바이오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판단 받고 있다.
 
코썬바이오 관계자는 “내부적인 사정이 있어 반대매매 공시가 지연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 “공시담당자의 실수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결과만 놓고 보면 KPTCC는 외려 돈을 획득하면서 코썬바이오 경영진을 장악했고, 신 대표는 지분 매각 등으로 대규모 자금을 손에 쥐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았고, 사채업자들은 매도를 가정했을 때 단순 계산 70억원을 손에 쥔 셈이 됐다. 그리고 그 피해는 주가 흐름에 편승하던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상폐기로에 선 코썬바이오…계속기업가치 ‘의문’
 
코썬바이오의 상폐 심사 대상 여부는 2월4일 이전에 결정 난다. 판단 주요 기준은 기업계속성과 지배구조 등이다. 코썬바이오는 경영안정성이 매우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매출은 약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017년 대비 93%나 감소한 수치다. 그 여파로 영업이익도 급격히 쪼그라들어 현금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결국 불성실 공시도 상폐심사 트리거 중 하나일 뿐”이라며 “심사 대상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은 재무건전성, 영업의 지속성, 경영 안정성 등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제반 사항을 고려했을 때, 기준에 부합하면 상폐 심사대상으로 포함해 관련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코썬바이오가 판매중인 생식환. 사진/코썬바이오
 
즉, 코썬바이오가 계속기업가치를 증명하려면 당장의 명확한 사업 계획이 있거나, 혹은 장기적인 비전이 뚜렷해야 한다. 코썬바이오는 다단계 사업을 영위 중인 자회사 에이풀이 판매하는 생식환 등을 제작한다. 즉, 코썬바이오→에이풀 사업구조가 짜인 셈이다. 에이풀 매출 핵심인 가입 회원이 크게 감소한 만큼,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썬바이오 관계자는 “에이플 회원들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매출이 줄어들었다”면서 “코썸바이오 매출 확대를 위해 회원 수를 늘리고, 기존 회원을 위한 아이템을 지속 확보하는 전략을 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가 추진하는 중입자암치료센터도 지속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KPTCC가 코썬바이오 최대주주 자리를 잃었지만, 대신 대표이사직과 사외이사진 등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당장의 실적이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KPTCC는 충청남도, 홍성군이 3700억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이에 대한 미국 LDJ캐피탈과 2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협의 중이다. 즉, 일단 납입 지연된 투자부터 받고, 그 비용으로 병원을 건립해야 비로소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셈이다.
 
코썬바이오 관계자는 “중입자 병원사업은 장기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KPTCC 관계자는 “투자금은 우리 회사 측에서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임원분들이 직접 처리하시는 사항으로 우리가 답변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본지는 투자 관련 임원과의 통화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다른 대답이 돌아오며 결국 연결은 되지 않았다.
 
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와 미국 한상 비즈포스트 그룹의 투자약정 체결식. 왼쪽이 조규면 대표. 사진/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
 
한편, 조규면 KPTCC 대표는 2013년 10월에 공장자동화 설비업체 ‘쓰리피시스템’을 인수하고 사명을 유니드코리아로 바꾼 후, 제주도에 중입자암치료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조 대표는 기존 경영진과 충돌을 빚으며 두 번이나 대표직에서 해임됐다가 복귀됐다. 그 과정에서 조규면 대표와 함께 등장한 2대주주 방은주 씨의 남편 유호춘 씨가 사외이사 추대 한 달 만에 34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불거진 바도 있다. 조 대표가 횡령 등의 사건에 관여했다는 추측이 일각에서 흘러나온 이유다.
 
결국 유니드코리아는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20억원 대출 등을 상환하지 못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상장폐지된 바 있다. 유니드코리아는 현재 무기한 휴업 중이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