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피플
김정욱 EY한영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 M&A 전무
"동반자 의식을 바탕으로 윈윈(Win-Win)하는 사고 방식이 중요"
"인간관계·열정·신뢰와 같은 기본적 가치들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공개 2020-01-15 08: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꾸준히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하게 꾸준히 만나는 것이 아니라 고민과 준비를 통해 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높여 줄 무언가를 들고 가야 한다"
 
김정욱, EY한영 재무자문본부 M&A 전무. 출처/EY한영
 
김정욱 재무자문본부(TAS, Transaction Advisory Services) M&A 경영자문위원(전무)은 25년 이상 투자은행(IB) 업무를 한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혈기왕성했다. 그는 회사를 혁신시키기 전에 본인부터 쇄신한다. 김 전무는 9일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딜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노하우(Know-How)를 끊임없이 개발(Develop)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적당한 노력만으로는 시니어로서 현업에 있기 어렵다"라고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정글'로 표현되는 M&A 시장에서 다른 시장 참여자들보다 더 노력한다는 생각은 자신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김 전무는 긴장감 속에서 재미와 여유를 찾는다. 그는 "M&A 업무의 특성상 항상 새로운 이슈가 떠오르니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이 점이 재미있다"면서 "힘들다고만 생각하면 끝이 없고 패배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즐길 줄 알아야 자문 업계에서도 롱 런(Long-Run)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욱 전무와 인터뷰하는 내내 베스트셀러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문구가 떠올랐다. 스티븐 코비는 책에서 "자기쇄신이란 원칙이며 과정"이라며 "자기쇄신은 끊임없는 개선과 나선형의 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라고 말했다. '나선형의 성장'은 내면으로부터 시작해 외부로 퍼져나감을 함의한다. 김 전무와 EY한영의 관계에도 적용 가능하다. 
 
지난 5년동안 EY한영은 괄목상대할 만큼 커졌다. 4위는 이제 옛말이다. 많은 시장 관계자들은 EY한영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재무자문본부(TAS)를 꼽는다. 그는 "기존 EY한영에 계셨던 분들과 외부에서 조인한 시니어 파트너 분들 간에 화학적 결합이 기대 이상으로 일어났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무모하지 않은 가운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한다. 무모함과 적극성 사이의 균형점은 다른 자본시장 관계자들과의 '동반자 정신'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EY조직 내부는 물론, 빅4 회계법인, 글로벌IB, 사모펀드 등 자본시장의 모든 플레이어(Player)들과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면서 "동반자 정신을 바탕으로 윈-윈(Win-Win)하는 사고방식이 서로에게 굉장히 중요하며, 나만 잘 되겠다고 하면 그리오래 못 간다"라고 말했다.
  
김정욱, EY한영 재무자문본부 M&A 전무. 출처/EY한영
 
이하는 김정욱 EY한영 TAS 전무와의 일문일답이다. 
 
-인수·합병 등은 자본시장의 최전선으로 '정글'로 표현되곤 한다. '정글'에서 살아남고 승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달라. 
 
△꾸준히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하게 꾸준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딜 아이디어를 꾸준히 제공하고, 회사의 밸류를 높여 줄 무언가를 들고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수많은 자문사들과도 차별화되어야 한다. 빅4, 로컬증권사, 글로벌IB도 있는데 우리만의 차별점이 한 가지 이상 더 있어야 기업·PE들이 EY한영을 자문사로 선택한다. 
 
딜 아이디어는 기존의 노하우(Know-How)를 끊임없이 개발(Develop)하며 생긴다. 기업·PE의 Keyman을 만날 때 취미·가족관계, 백그라운드와 같은 개인적인 부분부터 비즈니스적으로 필요한 현안까지 다양하게 아는 것도 아이디어를 키우는 방법이다.  또한 일을 할 때 열정을 갖고 집중해야 한다. 나는 일을 할 때 악착같이 한다. 나는 이 업계의 Player 중에서 비교적 시니어일 것이다. 시니어로서 후배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적당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간관계·열정·신뢰와 같은 기본적 가치들을 꾸준히 일관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아이디어를 꾸준히 개발하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시의적절하게 파악해 제공하고 맞춰주는 끈기가 필요하다. 고객의 니즈는 변한다. 심지어 한 거래 안에서도 변한다. 이를 계속 맞춰가면서 아이디어를 공급해야 한다. 고객과 한 번만 거래하지 않는다. 다음 거래까지 연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끈기가 필요하다. 자문업계의 숙명이기도 하다. 
 
-동반자 정신을 강조하신다. 
 
△EY 조직내부, 빅4 회계법인, 글로벌IB, 사모펀드 등 자본시장 내의 모든 사람들과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동반자 의식을 바탕으로 윈-윈(Win-Win)하는 사고방식이 서로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상대방을 살리고 도와주는 것이 결국 윈(Win) 하는 것이다. 나만 잘 되겠다고 하면 오래 못간다. EY한영 내부도 마찬가지다. 많은 파트너들이 한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한다. 모두가 잘 되기 위해 동반자 의식을 가져야 한다.  
 
-EY한영 TAS본부 성장의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화학적 결합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기존 EY한영에 계셨던 분들과 외부에서 조인한 시니어 파트너 분들과 좋은 화학적 결합이 일어났다. 파트너들이 공격적이고 열정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가고 있다. 이 둘이 맞아떨어져서 괄목상대한 성장이 있었다고 본다.  
 
-일이 재미있는가?
 
△재미있다. 그 이유는 똑같은 거래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이슈가 떠오른다. 그 이슈를 해결하면서 나아가야 하기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화해야 한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가?
 
△힘들다고만 생각하면 끝이 없고 패배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즐길 줄 알아야 자문 업계에서 롱 런(Long-Run) 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란 용어가 키워드가 돼 조직 내 협업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많다. EY한영의 분업과 책임(Role&Responsibility)설정 방식과 같은 조직 내 역량을 극대화하는 노하우를 알고 싶다. 
 
△밀레니얼 세대의 생각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니어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주니어들의 생각을 충분히 들은 다음에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이해와 팀워크가 생긴다. 주니어들도 시니어들에게 배울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저 역시 주니어 시절이 있었다. IB업계에서 25년 이상 자문 업무를 하고 있다. 주니어 때부터 실사, 평가, 협상, 문서화(Documentation) 등 자문의 A to Z를 배웠다. 각각의 기능을 이해하고 시니어로 넘어가 커버리지 업무를 주로 하는 가운데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서는 딜 과정(Execution)에도 참여해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인수전에서 이기기 위해 인력을 80명 투입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딜 부문은 법률 자문·회계자문·회사(Buyer or Seller)와 협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전문 분야와 함께 일할 때 조직의 리더로서 주의하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주 자문사(Lead Advisor)로서 여러 자문사들의 역할을 조율하는(Coordination)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의 사모펀드 시장은 양극화가 심하다. 왜 그런 것 같은가?
 
△사모펀드 1세대가 출범한 이후 20년 정도 시간이 흘렀다. 시장의 자리매김이 끝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엑시트(Exit) 경험이 있고, 바이아웃(Buy-out·경영권 인수)을 위주로 하는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돈이 모인다. 신생 사모펀드들은 자리 잡기 어려워지는 현실이다. 
 
-매 딜마다 거래구조가 다를 텐데,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거래 종결성(Deal Closing Certainty)이다. 종결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 과정에서 이슈가 될 부분을 사전에 미리 파악해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슈를 미리 파악해 놓으면 거래 구조를 짜는 데 도움이 된다. 매 딜마다 이슈는 모두 다르다. 쉽게 끝나는 딜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과거 경험을 통해 예상되는 딜의 이슈를 미리 찾아내야 할 것이다. 
 
-딜 이슈를 찾아내는 방법을 알고 싶다. 
 
△거래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에도 유사한 이슈가 있을 수 있다. 다음은 문제 해결을 위한 끈기와 딜에 대한 높은 이해도다. 예를 들어, 거래의 가장 큰 문제가 원매자(Buyer)와 매도자(Seller) 사이의 가격 차이(Gap)이라 하자. 이때 우리가 매각자문사라면 숨은 가치(Hidden Value)를 찾아서 설득하면 원매자는 가격을 더 쓸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매도자의 기대치도 충족시킬 수 있다.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타깃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깊어야 한다. 오너가 파악하지 못하는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개발 중인 신규아이템, 부동산과 같은 유형자산의 가치 변동, 지적재산권과 같은 무형자산, 뛰어난 인적자원 등 다양한 곳에서 숨은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숨은 가치가 인수자와 얼마나 시너지를 발휘하는지를 찾아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느 대기업이 물류 회사 인수를 검토했다고 가정하자. 우리가 인수 자문을 한다면 대기업의 모든 계열사를 분석해 물류 회사와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다양한 부분을 찾아낼 것이다. 이종 산업 간의 인수·합병이라면 타깃 자체의 핵심 역량과 지속가능한 성장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수 후 통합(PMI)을 어떻게 잘 해나가야 할지도 충분한 스터디가 필요하다. 
 
-인수·합병·조인트벤처(JV) 등의 역할과 효과는 무엇인가?
 
△선택과 집중으로 귀결된다. 잘하는 회사는 인수·합병·JV 등을 통해 더 빠르게 성장한다. 반면 어렵거나 경쟁력을 잃은 회사는 관련 산업에서 과거보다 더 빠르게 도태된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해주는 방식이 M&A다.  
 
-최근 M&A, ECM, DCM 등 자본시장의 트렌드를 진단해달라. 
 
△자본시장은 더욱더 구조가 복잡·정교해지는 가운데 시장은 세분화되고 있다. 반면 자문업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어 자문을 하는 사람들의 자세나 노력들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딜의 위해 트랜잭션 멀티플(Transaction Multiple)과 같은 상대적 가치평가, 현금흐름할인법(DCF)과 같은 절대적 가치평가를 혼용한다고 들었다. ①평가방법 각각의 기능과 ②실제 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두 방법 모두 유용한 방법이다. 다만, DCF는 여러가지 주관적인 가정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실제 딜에서 DCF만 쓰는 것은 위험하다. 단순하지만 오히려 Market Multiple(상대가치법)을 쓰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고 본다. 매도자는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Market Multiple로 사용할 대용치가 없다면 상증법상의 평가가 더 나을 수도 있다.
 
-가끔 희망 매도가를 밝히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그 경우 밸류에이션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희망 매도가가 합리적인지부터 체크할 필요가 있다.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 근거를 찾아내 매도자를 설득하는 한편, 또한 간극을 극복할 숨겨진 가치를 찾아서 잠재인수자에게 줘야 한다. 이 과정이 어렵지만, 거래를 완결시키기 위한 자문사의 역할 중에 하나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문은 시장 상황에 따라 Fee를 측정하기 어렵고, 성공불 계약을 하기도 할 것 같다. 최근 일부 대형 사모펀드를 제외하면 자문사 입장에서 결손이 예상되기에 더욱 그럴 것 같다. 한국 문화에서 자문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나?
 
△자문에 대한 가치를 우리나라만큼 낮게 평가하는 곳도 드물다. ECM, DCM, Advisory 가릴 것 없이 유럽과 미국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다. 미국의 1/10, 1/20밖에 안된다. 그래도 최근에는 빅4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자문의 밸류를 인정받으려는 노력을 자문업계 스스로 하고 있다. EY한영만 해도 성공불 계약만으로 하는 자문계약은 피하고 있다. 오랜시간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실사, 평가 등의 기본 업무가 제공되므로 정당한 보수로 대우받는 것이 필요하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