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결정한 동양네트웍스…고개드는 M&A설
무상감자로 재무구조 개선 나서
적자 지속되면 효과 일시적
공개 2020-01-15 09:1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동양네트웍스(030790)가 자본잠식에 빠지자 대규모 감자를 결정했다. 동양사태 이후 회생절차를 조기졸업하며 정상화를 꿈꿨지만 지난 5년간 지속된 적자를 극복하지 못했다. 감자를 통한 재무 구조 개선 이후에도 부진한 실적은 여전히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동양네트웍스는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식 25주를 동일 액면금액 보통주식 1주로 무상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
 
감자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지속되는 경영난으로 인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본잠식이 시작됐다. 계속된 적자로 인해 결손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동양네트웍스의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2015년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손실은 2015년 65억원, 2016년 66억원, 2017년 78억원, 2018년 198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당기순손실은 2015년 90억원, 2016년 40억원, 2017년 203억원, 2018년 116억원이다.
 
문제는 실적이 더욱 악화됐다는 데 있다. 2019년 3분기 누적 기준 동양네트웍스의 영업손실은 139억원이다. 당기순손실은 339억원으로 이미 전년도를 넘어섰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결손금은 1년 전 498억원보다 75.3% 늘어난 873억원을 기록했다.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벌어놓은 잉여금으로 누적된 결손금을 상쇄할 수 없게 되면서 결국 자본잠식에 들어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동양네트웍스의 자본금은 506억원으로 자본총계 416억원을 넘어섰다. 자본잠식률은 17.8%다.
 
이번 감자는 25 대 1로 이뤄진다. 감자 비율은 96%로 1억4832만79주였던 발행주식이 593만2803주로 줄어들고, 자본금은 30억원으로 감소한다. 이로 인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다만 적자가 지속되는 한 이는 임시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적 반등 요소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양네트웍스는 과거 동양그룹의 IT서비스를 담당했던 동양정보통신이 전신이다. 지난 2013년 발생한 동양사태로 인해 동양계열로부터 분리됐으며 이로 인해 계열사 거래 기반이 훼손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매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고객은 유안타증권(003470)동양(001520) 둘뿐이다.
 
거래 기반 훼손은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2014년 1440억원이던 매출은 2015년 1123억원, 2016년 941억원, 2017년 863억원, 2018년 70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은 442억원으로 전년 동기 479억원 대비 7.7% 줄었다.
 
이에 동양네트웍스는 지난해 12월 동양시스템즈(가칭)로 상호를 변경하고 주력 사업인 IT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회사 동양네트웍스를 설립하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신설회사는 분할회사(동양시스템즈)의 100% 자회사로 분할회사는 상장법인, 신설회사는 비상장법인으로 존속한다.
 
물적분할의 이유는 경영 효율화와 수익구조 개선이다. 신설회사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영역 진출 기회를 확대하고 기존에 제공하는 시스템통합(SI)·아웃소싱 서비스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해 고도화와 수익구조 개선을 노린다. 분할회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기계설비공사업, 신재생에너지사업, LED 설치사업, 앱 개발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 신규 사업 모델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동양네트웍스 사업부문별 재무정보. 출처/금감원전자공시시스템
 
하지만 경영난으로 인해 감자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한 투자금을 원활하게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감자와 물적분할이 인수·합병(M&A)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보통 감자 후에는 유상증자가 진행되는데 이때 제3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경영권을 인수하는 M&A가 이뤄질 수 있다. 또한 물적분할을 통해 주력 사업인 IT가 분리되면서 통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수월하게 매각이 가능하다.
 
앞서 지난해 9월 동양네트웍스의 대주주인 메타헬스케어투자조합은 보유지분(14.01%)을 포르스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가 매각잔금 불이행으로 무산된 적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동양네트웍스가 목표로 내건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