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억 소각' 한국정보통신…자진상폐로 가나
유통수 급감으로 거래량 부족 위기…2분기 지속시 상폐요건 충족
재무적투자자 13년째 지분 보유 중…동 기간 배당액 '제로'
공개 2020-01-10 09:15: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대규모 주식소각 발표로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펼치고 있는 한국정보통신이 거래량 부족에 따른 관리종목 편입 위기에 놓였다. 증권가에서는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이고 스스로 증시를 떠나 최대주주를 위한 배당잔치를 하는 게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한국정보통신(025770)은 589만6362주의 주식 소각을 공시했다. 약 450억원 규모다.
 
소각예정주의 10%인 약 57만주는 보유 중인 자사주이며, 나머지 90%인 약 532만주는 오는 28일까지 공개매수로 취득할 예정이다. 한국정보통신은 자사주 소각 목적을 “주식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라고 밝혔다.
 
한국정보통신의 유통주식수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13.7%인 약 532만주에 불과하다. 즉, 한국정보통신은 재무적투자자(FI)를 제외하면 사실상 유통주식의 전량을 매입하겠다고 공시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정보통신 발행주식의 43.89%는 박헌서 한국정보통신 회장과 그의 아들 스티븐 박이 상무이사로 있는 프라이맥스 매니지먼트 등의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38.87%는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스위스계 FI가 보유하고 있다. 3.5%는 자사주며 현재 전량 소각 예정돼있다. 한국정보통신은 지난해 말에도 약 80만주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바 있다.
 
유통주식을 고려하면, 거래량 부족에 따른 관리종목 편입에 경종이 울린 상태다. 코스닥 상장규정 제28조1항12조에 따르면, 코스닥기업은 분기의 월평균 거래량이 액면가 500원 기준 10만주 미만과 유통주식수의 1% 미만을 동시 충족할 때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한국정보통신의 지난해 월평균 거래량은 약 100만주였고, 2분기는 69만주에 불과했다. 일견 문제는 없지만, 유통주식 전량 매입을 공언한 상황이므로 경우에 따라 거래량이 대폭 감소할 수도 있다.
 
한국정보통신 관계자는 “주식소각을 하면 거래량이 줄어들 수는 있다”라며 “다만 관리종목 편입 여부를 생각한 바는 없으며, 대응은 추후 공개매수 응모 결과를 보고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정보통신 분기별거래량 및 매매회전율.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
 
거래량 미달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진상폐’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관리종목 편입 다음 분기에도 거래량 미달 요건을 충족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진상폐는 상장 실익이 떨어진다고 판단될 때 이뤄진다. 기업이 안정된 사업·재무구조를 확보했고, 성장 동력 대비 현금흐름이 견실해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 확충이 필요 없는 상황인데, 외려 주가는 높지 않을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과거 자진상폐는 최대주주가 발행주식 90% 이상을 확보해 일반주주 지분율을 낮춰 상폐 요건을 갖추는 방식 등으로 이뤄졌지만, 현재는 제도 개정으로 자사주가 지분 산정에서 배제됐으므로 다른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정보통신 매출은 2014년부터 2019년 잠정치까지 6년 평균 14% 성장했고, 반대로 자본적지출(CAPEX)은 점점 감소했다. 그 영향으로 동 기간 평균 잉여현금흐름(FCF)은 2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남은 현금은 차곡차곡 쌓였고,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무려 1109억원이나 됐다.
 
이에 힘입어 한국정보통신은 근 10년째 실질 무차입 경영(순차입금 마이너스)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 매출 약 95%가 가맹점-카드사 연결수수료에서 발생하고, 나머지는 단말기 판매 등에서 나온다.
 
한국정보통신이 제조 및 판매하는 이지체크 카드단말기. 사진/이지체크
 
일단 한국정보통신은 자진상폐 설을 일축한 상태다. 공개매수설명서에 해당 내용을 명시한 만큼 상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설명서의 장래 계획에는 ‘현 단계에서 본 공개매수 이후 자발적 상장폐지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적혀있다. 한국정보통신 관계자도 “주식소각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며 자진상폐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한 회계사는 “우수한 재무구조 대비 낮은 주가 등을 감안했을 때 자진상폐를 위한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라며 “다만 FI 지분이 높아 자진상폐 가능성은 다소 낮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한국정보통신이 공표한 대로 주주가치를 높이면서도 관리종목·상장폐지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공개매수에 스위스계 FI를 꾀어내야 한다.
 
FI 중 지분 25.64%를 보유하고 있는 드웨이앤씨이사(DE WEY & CIE SA)는 한국정보통신의 확실한 '백기사' 역할을 자처해왔다. 드웨이는 한국정보통신 이자보상배율이 0.55배에 불과해 자본잠식 우려가 불거지던 2004년에 2000만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동시에 의결권 전량을 박헌서 한국정보통신 회장에게 위임했다. 지분 13.23%를 보유한 방끄 프로필 드 게스통(Banque Profil de Gestion SA) 역시 2005년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의결권을 넘겼다.
 
이후 FI의 보유주식량은 극소수의 장내매도를 제외하면 13년째 변동이 없었다. 동 기간 한국정보통신은 단 한차례의 배당도 실시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정보통신이 제시한 공개매수가격은 주당 7510원이다. 6일 기준 종가에 약 9.32%의 할증이 붙은 금액인데, 8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는 이미 매수희망가를 넘어섰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가가 매수희망가의 90% 이상일 경우 매수가격 상향이 가능하며, 하향은 불가능하다.
 
한국정보통신은 “최대한 많은 양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공개매수가격을 결정했다”라며 “결국 주가는 매수종료일까지 지켜봐야 하며 매수가를 높일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