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게임 불확실성 짙은 SKT…첫 회사채 발행에 쏠린 시선
5년째 줄어드는 가입자 점유율, 마케팅비용 마냥 줄이기 어려워
5G 시장 초기 선점은 필요하지만 '킬러 콘텐츠' 확보는 불확실
나이스신용평가, 주요지표 전망 한 단계 낮춰
공개 2020-01-09 09:2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회사채 우등생' SK텔레콤(017670)이 올해 회사채 발행시장에 첫 테이프를 끊는다. SK텔레콤의 올해 성공 가늠자는 클라우드 게임이다. 하지만 올해 클라우드 게임 성공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는 가운데 초기 타이틀 선점을 위한 공격적 비용 경쟁으로 자금조달은 불가피하다. 이동 통신 시장에서 매년 서서히 가입자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SK텔레콤의 사정상 더욱 그러하다. 10년물, 20년물 등 SK텔레콤의 장기물은 국고채 금리와 13~17bp 수준의 작은 차이만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요예측에서도 오버부킹으로 물량을 대폭 늘릴지도 관심사다. 
 
7일 SK텔레콤은 3년물 700억원, 5년물 500억원, 10년물 500억원, 20년물 300억원 등 총 2000억 규모의 78회차 무보증사채의 기관 수요예측에 나선다. 올해 회사채 시장의 첫 발행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 한도는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다. 
 
민간 채권 평가 회사 수익률을 산술평균한 이후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0.20%P부터 +0.15%P까지 이자율을 차가감한 이후 금리를 결정한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 3사 모두 SK텔레콤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안정적'으로 두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에 달린 5G 성공 여부…'시계제로'
 
모바일 시장에서 클라우드 게임의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이동통신 3사는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의 추세를 바꿀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업은 내수시장을 기준으로 성숙기에 들어간 산업이기에 통신사 입장에서 매출을 높이려면 가입자 당 매출을 늘리거나 다른 통신사의 고객을 빼앗아 와야 한다. 이동통신사들은 2015~2016년 호황기와 다르게 2018년부터 선택약정가입자 증가와 할인 폭 확대 등으로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상승 반전했지만, 추세적인 흐름을 바꾸는 수준은 아니다. 
 
가입자당 평균 ARPU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5G와 클라우드 게임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클라우드 게임은 기존 스마트폰 게임과 달리 연산 처리를 스마트폰에서 하지 않는다. 복잡한 연산 처리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하고, 서버에서 그래픽 효과를 전송해 스마트폰이 받아 그 효과를 구현한다. 이는 배터리 사용량도 줄고, 스마트폰 데이터 용량, 기능에 구애받지 않고 고사양 게임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 된 셈이다. 다만, 많은 데이터 전송이 요구되기에 기존의 LTE로는 한계가 있었다. 게임 개발 관계자는 "어찌 됐든 장기적으로 모바일은 클라우드 게임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통신서비스 연구원은 "5G 성공을 위해서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한데 현재 가장 유력한 것이 클라우드 게임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각 이동통신사는 주요 게임사의 클라우드게임을 독점으로 공급해 킬러 콘텐츠를 보유, 시장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이에 LG유플러스(032640)는 엔디비아,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 KT(030200)는 대만의 유비투스 등과 각각 제휴를 맺은 상태다. 하지만 성공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독점 공급한 게임이 확실히 성공하기 위해서 초기 투자 비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선점 효과'를 누리려는 이통사일수록 초기 투자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게임 개발 관계자는 "초기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면서 "일반 유저들은 클라우드 게임에 아직 거부감이 있는데 이를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마냥 줄이기 어려운 마케팅 비용…서서히 줄어드는 시장점유율
 
5G 가입자 비중. 출처/한국기업평가
 
지난해 이동통신사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의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은 25.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6%보다 1.3%p 높다.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의 비율이 지난해보다 높았던 해는 2014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5G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비용은 필수 불가결하다.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기준으로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2014년 50.2%에서 지난해 3분기 46.5%로 3.7%p 떨어졌다. 지난 5년간 0.3~1.1%p 사이에서 서서히 점유율이 줄어든 결과다. 게다가 5G 가입자 점유율은 44%로 이보다 더 낮은 상황이다. 
 
최 연구원은 "시장 점유율은 1위 사업자의 지배력과 관련된 부분"이라면서 "시장 지배력 유지 차원에서 자본적 지출(Capex), 마케팅비용, 통신 요금 등의 경쟁이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비용커버리지'전망 악화…왜?

SK텔레콤의 금융비용커비리지 추이. 출처/ 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SK텔레콤의 금융비용대응력 수준이 기존의 AAA에서 앞으로는 한 단계 낮아진 AA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융비용대응력을 이자비용과 같은 금융비용과 EBITDA의 비율을 5년의 누적 데이터를 평균하고 그 수준을 평가한다. EBITDA는 상각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널리 활용된다. 
 
이는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EBITDA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5G를 위한 투자로 총차입금이 2017년 말과 비교해 3조5000억원 가량 늘어나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10조 9500억원에 이른다. 반면 EBITDA는 악화됐다. 2015년, 2016년 좋았던 실적이 나빠지는 것이 주요 이유다. SK텔레콤의 2015~2016년은 LTE투자를 마치고 깔아놓은 망을 활용해 큰 수익을 얻은 시기였다. 
 
올해 EBITDA 전망은 ARPU와 마케팅 비용 증가 수준에 달려있다. 유안타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이통통신 3사를 합쳐 50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이 집행됐다. 또한 올해 5G가입자 비중 25%를 달성 시 ARPU가 5~7.5%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2분기 수준의 마케팅 비용이 반복될 경우 100% 상쇄된다. 최남곤 연구원은 "Capex 증가에 따른 감가상각비, 주파수 관련 무형자산 상각비, 임차료 등의 운영비용(OPEX) 증가분을 고려할 때 오히려 마진율이 악화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비용대응력(충당능력)지표는 나이스신용평가의 중점 모니터링 요인이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5G망 구축 관련 투자소요 확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 수익성 지표(통신수익/EBITDA) 외에 금융비용 충당능력 지표(EBITDA/금융비용) 또한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AA'에서도 특별한 SK텔레콤, 장기물은 더욱 특별
 
회사채 시장에서 SK텔레콤의 특별함은 금리로 나타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고채 금리는 3년 만기 1.355%, 5년 만기 1.47%, 10년 만기 1.672%, 20년 만기 1.702%다. SK텔레콤의 민평금리는 각각 1.637%, 1.694%, 1.802%, 1.871%다. 국고채 금리와 SK텔레콤의 금리 차이는 각각 0.282%, 0.224%, 0.13%, 0.169%다. 
 
다른 AAA의 회사채와 비교할 때 SK텔레콤의 금리 수준이 낮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금리는 같은 등급 회사채의 민평금리보다 기간 별로 각각 61bp, 83bp, 163bp, 288bp 낮다. 즉, SK텔레콤의 회사채 가격이 동일 등급의 다른 채권보다 높다는 의미다. 
 
특히 10년물 이상의 장기물의 차이는 더욱 확연하다. 10·20년물과 같은 장기물의 스프레드는 3·5년물보다 2~4배 이상 벌어졌다. 다만, 그 까닭에 대해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개별 신용도보다 시장 상황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채권 유통시장의 한 딜러는 "외국은 장기물이 많아 회사채 기간 별로 해당 회사의 신용도가 반영된다"면서 "하지만 국내는 개별 회사의 신용도와 시장 상황 중심으로 금리에 반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간 별로 회사의 신용도가 반영되기 어려운 까닭은 장기물 자체가 적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장기물을 찾는 시장 수요는 많아 장기물은 비록 회사채라 하더라도 국고채 금리와 차이가 크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