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타는 전자소재 실적…율촌화학, 수익성에 '비상등'
내부거래 힘으로 전체 실적 이끄는 포장사업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로 불안감 존재
공개 2020-01-08 09:1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농심그룹 계열사인 율촌화학(008730)이 높아진 전자소재부문의 실적 변동성에 수익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포장사업과 전자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는 율촌화학은 포장사업에 존재하는 원재료 가격 요인과 일감몰아주기 규제 가능성으로 인해 전자소재부문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변동성이 커진 실적은 부담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율촌화학의 포트폴리오는 포장재와 전자소재로 단순화돼있다. 사업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OPP, CPP, Shrink Film과 이를 원재료로 생산되는 식품포장용 포장, 세제·화장품의 리필팩, 의약품·산업용 포장지, 치약 등 포장용 튜브, 골판지를 생산·판매하는 포장부문과 이형소재 및 모바일 기기 디스플레이 코팅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전자소재 부문으로 이원화된다.
 
그중 포장사업은 높은 시장점유율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농심(004370) 등의 계열사와 거래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2018년 율촌화학의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37.2%다. 2019년 9월 말 기준 농심과의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32%를 차지했다.
 
포장부문의 별도 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492억원으로 전체 매출 3692억원의 68.7%에 달했다. 수익성도 안정적이다. 영업이익은 279억원, 영업이익률은 11.2%다.
 
 
 
2018년까지 지속되는 영업이익 하락세를 만회했다. 포장사업의 2015년 영업이익은 450억원이었지만 2016년 437억원, 2017년 300억원, 2018년 290억원으로 감소했는데 2017년부터 국제 유가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전체 제조비용에서 원재료비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선을 유지하며 원재료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2018년 63.86%였던 제조비용 대 원재료비 비율이 작년 3분기 62.13%로 1.73%p 감소, 수익성 개선의 바탕이 됐다.
 
이는 전체 실적 회복으로 이어졌다. 2017년 8.2%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이 2018년 3.7%까지 하락했지만 2019년 3분기 말에는 5.2%로 반등했다.
 
반면 전자소재사업은 2018년 부진했던 전방산업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성 타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2016년부터 설비투자를 늘렸음에도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 307억원에서 2018년 99억원으로 67.8% 급감했으며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억원보다 22.2% 줄었다.
 
율촌화학 주요 재무지표.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전체 매출의 약 30%가량을 책임지는 전자소재사업은 성장 동력으로써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을 책임지고 있는 포장사업에 일감몰아주기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농심그룹은 올해 대기업집단 입성이 예상된다. 오는 5월 지정을 앞두고 대기업집단 기준인 그룹 계열사 자산 합계 5조원 이상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농심홀딩스(072710), 농심, 율촌화학 등 상장사 3곳의 2019년 9월 말 기준 자산의 합과 태경농산, 농심엔지니어링 등 비상장사 10곳의 2018년 기준 자산을 합하면 5조1202억원이다.
 
율촌화학은 아직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아니다. 관계사 매출은 연 매출의 12% 이상(200억원 초과)으로 기준을 넘어섰지만, 상장사 기준인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은 아직 아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13.5%,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13.93%, 신동윤 부회장의 자녀 신시열씨 0.59%, 신은선씨 0.02% 등 총수일가 지분 합계는 28.04%이다.
 
율촌화학 주식 소유 현황.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문제는 현재 계류돼 있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다. 여기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준을 상장사, 비상장사 똑같이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아직 국회에 계류돼있는 상태이다.
 
선거법·공수처법 통과로 인해 여야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야당이 반대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을 강화하는 개정안이 재상정돼 통과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율촌화학이 국내 포장사업에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은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농심 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가 바탕인 만큼, 내부거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수익성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전자소재사업이 더욱 힘을 내야 하지만 전방산업 경기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부담이다.
 
전자소재 부문이 30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포장 부문보다 수익성이 좋았던 2017년은 모바일 고객사들의 판매 호조 때문이었는데 1년 뒤에 2018년 모바일 고객사의 판매가 부진하자 영업이익은 99억원에 그쳤다.
 
더구나 전자소재사업은 고(高)정밀, 무(無)결점의 품질 요구와 제품 수명이 비교적 짧은 특성이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실제 지난 2017년 712억원, 2018년 512억원의 투자를 진행했고 2016년 말 748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이 2017년 964억원, 2018년 1407억원으로 증가했다. 설비투자가 마무리되며 2019년 9월 말 순차입금은 1394억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전자소재사업 성장을 위해서는 추가 투자비용이 필요하고 이는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전자소재사업의 수익 변동성 완화여부가 회사 수익성 관리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라고 평가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