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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삼정KPMG 딜 어드바이저리 4본부 상무
"한국 에너지·환경기업 노하우 축적 위한 인수·합병 필요"
"지역사회 반발 에너지·환경기업 밸류에 영향 미쳐…변수 아닌 '상수'"
"IT가 세계 산업 휩쓸 것…IT M&A 전문가 타이틀 추가하고 싶어"
공개 2020-01-08 08:3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한국 에너지·환경 산업분야에서도 삼성 같은 거대기업이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의 경험과 역량 자체는 글로벌 기업 못지 않게 우수하므로, 부족한 기술과 노하우는 인수·합병(M&A)으로 해결하면 된다.”
 
에너지·환경·자원개발 부문 등의 M&A 자문을 근 15년째 맡아오고 있는 이동근 삼정KPMG 딜 어드바이저리(Deal Advisory) 4본부 상무는 이같이 소신있는 의견을 밝혔다.
 
이동근 삼정KPMG 딜 어드바이저리 4본부 상무. 사진/삼정KPMG
 
이동근 상무는 미국 최대 폐기물 관리업체 웨이스트매니지먼트(WM) 등 해외 유수의 에너지·환경기업도 부족한 노하우를 보완하기 위해 ‘M&A’를 선택했다고 강조한다. 물론 관련사업 경험이 일천할 경우, 섣부른 M&A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동근 상무는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건넨다.
 
그는 “M&A는 기술과 노하우를 가장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독자적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할 경우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므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혹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서 관련 산업을 학습하면 좋다”라고 말했다.
 
이동근 상무는 2006년 삼정KPMG에 합류하면서 발전·신재생에너지·환경·자원개발 관련 M&A 자문 업무를 맡게 됐다. 해당 M&A 자문시장은 딜 자체가 많지 않고 플레이어도 적어 준비된 소수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속에서 이 상무는 매년 굵직한 딜을 성사시키며 이름값을 높이고 있다.
 
이 상무의 자문을 거쳐 성사된 에너지 M&A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 논현 집단에너지 매각, GS에너지의 청라에너지 인수, 맥쿼리 영양풍력발전·영덕풍력발전 매각 등이 있다. 환경산업 M&A로는 어펄마캐피탈(구 스탠드다차타드PE)의 와이에스텍·WIK그린 인수 등이 있다. 그 외 자원개발 분야에서도 SK(034730)그룹, LG상사(001120) 등 국내 대기업들과 합을 맞춘 바 있다.
 
자금조달 자문 업무도 도맡아 한다. 2016년 에코프로(086520) 물적분할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당시 에코프로는 2차전지 양극재 사업 부문을 에코프로비엠(247540)으로 물적분할하고 600억원을 조달 받으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초 코스닥에 상장했고 현재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그는 “재무진단 형식으로 회사 비즈니스를 깊게 살펴본 다음 물적분할을 통해 자금조달을 제안했고 이를 회사가 수용했다. 펀딩 완료까지 약 2년 걸렸다. 당시에도 2차전지 시장은 유망했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투자자 미팅을 위해 에코프로비엠 공장이 있는 청주시 오창으로 50번쯤 갔던 것 같다.(웃음)”라고 말했다.
 
이동근 삼정KPMG 딜 어드바이저리 4본부 상무. 사진/삼정KPMG
 
다음은 이동근 상무와의 일문일답이다.
 
-에너지·환경·자원개발 M&A 자문은 일반 제조기업 자문과 무엇이 다른가?
 
△재무실사 외에도 별도의 기술 실사가 반드시 요구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자원개발사업을 예로 들면 자원 매장량이 얼마나 있는지, 이를 파악하는 설비에 대한 기술적 문제는 없는지 등의 이슈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또한 관련 법령을 준수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국가마다 법적 절차와 프로세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문사가 기술 이슈까지 다루려면 매우 힘들 것 같다.
 
△기술 실사는 대체로 글로벌 전문기관들이 맡는다. 우리도 사내 기술 실사 팀과 적극 협업한다. 그러나 에너지·환경 부문은 대체로 플레이어가 적으므로, 자문사가 살아남으려면 결국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고객에게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합리적 근거와 함께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깊은 스터디가 필요한 이유다. 고객은 전문가들이다. 칼싸움을 할 때 칼을 맞대보면 상대의 실력을 바로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자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너지·환경·자원개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알고 있다. 활동 범위가 좁을 것 같다.
 
△에너지·환경·자원개발만 하는 것은 아니다. 건자재·시멘트, IT 등 다른 분야도 많이 한다.(웃음) 다만, 위 분야가 타 부문 대비 투자자 풀이 명확한 건 맞다. 결국 비슷한 업무에 대한 경험 여부가 자문사 선정에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고객관리도 중요할 것 같다.
 
△일반 개인 대주주들이 많은 섹터도 있다. 그래서 ‘씨 뿌리기’를 한다. 이벤트는 언젠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10년 넘게 얼굴을 뵌 고객 중에는 아직도 제가 맡은 분야에서의 딜을 안 하신 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언젠가는 하실 수도 있고, 아니라도 그분들이 다른 분을 소개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고객들이 매수와 매도를 넘나들며 저를 찾으시는 섹터도 있다. (웃음)
 
-특정 섹터에서 매수-매도를 넘나들다 보면, 때때로 불편해질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과거 고객이었던 기업의 반대편에서 일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렇지만 다들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에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한다. 저 역시 고객을 위해서 일 할뿐이다.
 
-에너지·자원개발 부문은 미래경제성에 대한 추정 때문에 매수-매도자 간 밸류에이션에 많은 차이가 발생할 것 같다.
 
△맞다. 다른 섹터와 비교했을 때 가격차이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일례로 에너지 섹터 중 초기 개발이 필요한 그린필드 사업은 현재 운용 중인 자산이 아니므로 기업가치를 두고 많은 이견이 발생한다. 일례로 매도자는 사업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공을 생각해 100을 달라고 주장하지만, 매수자는 아직 운용 중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100을 주지 못하겠다고 주장한다.
 
-밸류에이션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에너지섹터는 가격에 대한 전망이 중요하다. 통상 10년, 길게는 30년까지 추정하기 때문이다. 즉, 미래 유가와 광물가격 전망 등이 기업가치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물론 우수한 전문기관들이 있지만, 결국 유가는 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는 만큼 불확실하므로 매수-매도자 간 발생하는 갭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원개발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도자는 개발을 이끌어온 공과를 요구하고, 매수자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자원개발사업 밸류에이션은 숫자와 함께 개발자의 노력과 같은 정성적 부문이 보다 크게 고려된다.
 
-혹시 지역사회의 반발도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치는가?
 
△에너지·환경부문 사업에서 종종 발생하는 이슈다. 일례로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대가 있다고 하면, 매도자 입장에서 요구되는 허가절차를 전부 이행했다고 해도 매수자 입장에서는 결국 돌발 상황에 부딪히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세상은 더욱 투명해지고 환경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니다 보면 동네 슈퍼 어르신들도 발전소 건립에 수반되는 영향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이제는 지역사회 반발을 변수가 아닌 상수값으로 놓는다. 즉, 지역사회와 미리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를 인식시켜주는 게 중요해진 시점이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앞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 같다.
 
△물론 한국은 미세먼지 같은 이슈에 실제로 맞닥뜨리고 있기는 하지만, 기실 환경문제는 글로벌 이슈이기도 하다. 현재 유럽도 석탄발전소를 거의 안 짓고 있지 않나. 어떤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는 가격의 관점보다는 외려 생존환경에 밀접한 문제로 바뀌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한편으로는 지역주민 입장도 고려가 되어야 한다. 결국 기업-정부-지역사회가 합의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자금조달 업무도 한다. 돈을 끌어온다는 일은 특히나 어려울 것 같다.
 
△대체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은 사업 확장을 위한 신규공장·설비 건설비용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즉, 투자자들에게 미래 사업의 이익성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2차전지 시장이 누구나 좋은 건 알지만, 그것이 꼭 해당 기업의 수익성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기술력이든 원가경쟁력이든 무언가를 부각시켜야 하는데 이 점에서 많은 고민을 한다. 오히려 재무비율 개선을 위한 자금조달은 개선된 부채비율 수치 등이 명확하게 나오니까 설득이 비교적 용이하다.
 
-2002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기업공개(IPO)팀을 시작으로 자본시장에 발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경력이 자금조달 업무에 도움이 되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IPO를 통한 엑시트가 가장 일반적이다. 즉, 이에 대한 상장 예비심사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IPO 주관 업무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이 같은 점을 밸류에이션 등에 반영하고, 나아가 최대한의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에너지 시장 트렌드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IT다. 이제 사람들은 마켓컬리에서 새벽 배송을 받고, 배달의민족에서 음식을 시켜 먹고, 토스로 송금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구조다. 결국 IT 확장은 제조업 뿐만 아니라 전력분야에서도 많은 변화를 유발할 것이다. 일례로 빅데이터를 이용해 전력수요-공급을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거래하는 이른바 ‘전력효율적 거래’가 대두될 것으로 본다. 이미, 유럽 및 미국은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가 되고 있다.
 
-IT도 커버하려면 학습량이 만만찮겠다.
 
△지적호기심이 중요한 것 같다. 산업에 대한 변화를 읽으려는 능동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금융 업무가 즐겁지는 않아도 지겹지는 않은 이유다.(웃음) 더불어 사람과의 만남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책을 통해 공부하지만, 실제 변화는 필드에서 뛰는 전문가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시장에 나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강조한다.
 
-동의한다. 기자의 장점 중 하나도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슷하다. 자문을 하다 보면 기업 오너 혹은 자수성가로 크게 성공하신 분 혹은 글로벌 PE 대표 등을 두루 뵐 수 있다. 당연히 그분들은 사업 이외에도 인생 전반에 대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계신다.
 
-목표가 있다면?
 
△향후에 IT M&A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추가하고 싶다. 지금도 준비하고 있다.(웃음) 향후 IT가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기 때문에 그런 쪽에 대한 기회가 점차 늘어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이다. 자문 업무는 본래 IB의 영역이었는데, 삼정KPMG는 어떤 강점을 내세울 수 있나?
 
△M&A, 회계, 재무, 세무 등을 동시에 다룰 수 있다는 점이 회계법인 자문의 공통된 장점이다. 즉, 각 분야의 프로페셔널이 한 회사에 다 있기 때문에 유동적인 협업이 가능하다. 특히 삼정은 협업에 매우 강하다. ‘워킹 투게더’가 사내 기조이기도 하다. 각 분야 프로들이 긴밀하게 협업해 고객에게 최고의 솔루션을 드리려고 한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