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9)M&A 시장을 뜨겁게 달군 Best 5
코웨이·아시아나·배달의민족·모멘티브·LG헬로비전
공개 2019-12-30 09:3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다시다난했던 2019년도 어느덧 막바지다. 지난해 SK하이닉스(000660)의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와 같은 메가딜(2조엔, 약 19.8조원)은 없었지만, 여전히 인수·합병(M&A)은 주요 뉴스의 한자리를 꾸준히 차지하며 이슈의 중심에 자리했다. IB토마토는 올해를 뜨겁게 달군 M&A 거래 Best 5를 통해 한 해를 되돌아봤다.
 
서비스를 설명하는 코디(CODY). 출처/웅진코웨이
 
▲코웨이
 
웅진(016880)그룹의 웅진코웨이(021240) 인수와 매각은 우려→현실화→반전→우려 순으로 전개되고 있다. 2018년 하반기 코웨이 재인수를 발표한 웅진그룹은 올 3월 떠나보냈던 코웨이를 6년 만에 다시 웅진그룹에 편입시켰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평소 코웨이를 '자식 같은 회사'라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웅진그룹과 코웨이의 만남은 오래가지 않았다. 웅진그룹이 품기엔 코웨이가 너무 컸다. 더불어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비싼 가격에 매각하기도 했다.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인수했을 당시 주당 인수가액은 10만 3000원이었다. 인수 당시 주가 8만 3900원 대비 22.7% 높은 수준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멀티플을 추정했을 때에는 11.6배였다. 
 
웅진그룹은 '뚝심'을 발휘해 끝까지 밀어붙여 인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인수자금의 80~90%를 외부에서 자금을 크게 조달한 결과, 지난해 말 'BBB+/안정적'에서 4월 'BBB-/부정적'으로 신용등급은 두 단계 하락할 정도로 신용등급이 악화됐다. 
 
웅진그룹은 유동성에 발목 잡히며 3개월 뒤 웅진코웨이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인수전은 웅진그룹의 유동성과 매각 가격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두 지점 모두 웅진그룹이 불리하기에 인수 희망자(buyer)가 유리한 형국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웅진그룹은 넷마블(251270)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데려왔다. 
 
대반전이었다. 웅진그룹 M&A 담당자의 혜안이 빛났다. 렌털과 게임 모두 '계정'과 '이용권'을 바탕으로 '공유경제'모델의 사업이다. 다른 종류의 사업 결합으로 시너지를 창출시킬 여지가 충분했다. 하지만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기. 출처/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금호그룹(금호산업(00299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 결정은 회계법인의 '부적정' 감사의견이 발단이 됐다. 부정적 의견으로 인해 자금 순환이 막히며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고,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전 주인인 금호그룹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요구했다. 자금줄이 끊긴 금호그룹은 매각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인수 전 초반 시장참여자들은 SK(034730), GS(078930), 신세계(004170) 등 주요 대기업들을 인수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들은 모두 인수전에 참전하지 않았고, 인수전은 애경, HDC현대산업개발 '2파전'으로 흘러갔다. 둘 간의 경쟁에서 최종 승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애경그룹(제주항공(089590))보다 높은 금액인 2.5조원을 써내며 아시아나항공의 재건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존의 주식 매입이 아니라, 향후 사업 자금으로 쓰일 자금만 약 2.2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1.2조 수준인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은 2.2조원이 흘러들 경우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협상도 원만하게 마감했다. 구주 가격, 특별손해배상 한도와 같이 접점을 찾기 어려웠던 부분도 유리하게 끌고 가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했다.
 
배달의민족. 출처/배달의민족 인스타그램
 
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이달 글로벌 배달 앱 기업인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와 매매 본 계약을 체결했다. 4.8조원 수준으로 국내 인터넷 기업 M&A로는 최대 규모다. 다만,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여부가 남아있기에 합병이 100% 승인되지는 않은 상태다. 
 
높은 지분가치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한국의 유니콘 기업이 높은 가격에 팔린 점, 해외 기업에 팔린 점, 독일 기업이 한국 배달 앱 시장을 99% 차지하게 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주목받았다. 
 
과거 한국 스타트업 기업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기사가 대표적인 예다. 김기사는 구글에 1조원에 넘어간 내비게이션 앱인 '웨이즈'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하단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2015년 626억원의 가치로 카카오에 팔렸다. 배민은 김기사보다 70배 이상의 가격을 받았다. 
 
하지만 배민은 성공신화보다 다른 관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배민의 보도자료 때문이다. 배민 측은 익명의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일본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쿠팡) 등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되면서 토종 앱의 위기감이 커졌고, 이에 글로벌 연합군을 결성하게 됐다"라고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배민은 쿠팡에 관심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으며 '해외 자본에 토종 기업이 팔린다'라는 어젠다가 주목받았다. 그 결과, 해외자본의 국내 시장 독과점 문제가 더욱 불거지는 모습이다.  
 
KCC의 모멘티브 관련 CF. 출처/유뷰브
 
모멘티브
 
지난 5월 KCC(002380)원익QnC(074600)·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맺어 모멘티브를 인수했다. 총 인수금액은 30억달러(3조5000억원)다. 배달의민족 거래가 아직 완료된 거래가 아니기에 완료 거래 기준으로 1위다. 
 
컨소시엄을 맺으며 자기자본도 끌어왔지만, 거래 규모가 큰 터라 차입금이 많았다. 이에 지난 10월 KCC의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하기도 했다. KCC의 차입부담도 커졌고, 모멘티브의 실적과 재무상태에 물음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모멘티브는 지난해를 제외하면 최근 5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회사다. 4년간의 실적 부진으로 재무 상태 역시 악화됐다.  
 
KCC의 모멘티브 인수는 승계 구도의 윤곽이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건설, 유리·인테리어·건자재, 도료사업이 주 사업인 KCC는 실리콘 제조업도 추가된 셈이다. 장남인 정몽진 KCC그룹 회장이 도료와 실리콘 제조 부문을, 차남인 정몽익 KCC사장이 유리·인테리어·건자재 사업 부문을, 3남인 정몽열 KCC건설 대표가 건설 사업 부문을 각각 독립적으로 맡는 것으로 시장은 관측하고 있다. 
 
LG헬로비전. 출처/홈페이지
 
LG헬로비전(구 CJ헬로)
 
LG유플러스(032640)는 LG헬로비전(구 CJ헬로(037560))의 지분 50%+1주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SK브로드밴드(SK텔레콤(017670))의 티브로드 합병과 맞물려 유료방송 시장의 과점화를 야기했다.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모두 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수신, 인터넷 이용, 모바일TV 이용 등을 서비스한다. 
 
경쟁 질서 교란 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하기에 두 거래의 변수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였다. 기존 시장 1위인 KT(030200)(31%)를 포함해 2·3위가 되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시장점유율도 25%에 육박할 전망이다. 공정위가 승인 시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과점화되는 것을 용인하는 꼴이 된다. 공정위는 2016년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기업결합 건을 '경쟁질서 훼손'의 이유를 들어 불허한 바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급속히 국내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 TV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것이 주요 배경이다. 두 기업 모두 과점 체제보다 OTT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M&A 이후 독자적인 콘텐츠 공급을 위한 추가 투자 계획을 각각 발표하기도 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