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실적의 비밀…충당부채로 굴곡진 연간 실적 맞춘다?
판매보증충당부채 전입, 상·하반기 차이 확연하나 사용은 일정
현대차 감사 회계법인, 판매보증충당부채 '핵심 감사 사항'으로 꼽아
공개 2019-12-26 09:1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현대자동차는 상반기와 하반기의 실적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보증충당부채가 결과론적으로 실적의 완충 기능을 했다. 사용은 기간 별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전입은 상반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전입의 키인 정책 변경은 상·하반기에 각각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IB토마토가 현대차(005380) 별도 기준 재무제표를 2016년부터 분기별로 분석한 결과 매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하반기 영업이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세적 영업이익률 하락과 상반기 영업이익 쏠림 현상이 맞물린 2018년이 가장 극명했다. 상반기에는 4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하반기에는 55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6년, 2017년 역시 상반기에 영업이익의 약 80%가 쏠렸다. 쏠림 현상이 가장 적었던 시기는 2015년으로 영업이익의 45.3%가 하반기에 발생했다. 
 
현대자동차의 분기별 영업이익률.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분기 별로도 특징이 있었다. 우선, 2분기가 이익의 질이 가장 좋았다. 한 해를 기준으로 볼 때 매년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다. 반면 실적이 가장 나빴던 분기는 3분기였다. 2018년 4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으며, 대부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가장 적은 분기로 나타났다. 
 
4분기는 이익의 질이 떨어졌다. 매출액이 분기 중 가장 많은 해도 더러 있었지만, 영업이익률은 전반적으로 낮았다. 재고 소진을 위해 연말에 할인행사가 잡혀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3분기에는 신차가 많이 나오지 않고, 여름휴가가 있어 계절적인 특성을 탄다"라며 "4분기는 차종 연식이 변경되기에 재고 밀어내기가 많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11월, 12월에 할인 행사가 많아 회사 판매량은 늘어나지만 영업이익률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라며 "3분기에는 추석, 여름휴가 탓에 공장이 2주가량 휴무를 해 판매대수가 감소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판매보증의 비용화 역시 상반기에 몰려있다. 판매보증비는 판매보증충당부채란 계정을 이용해 판매보증비를 예상해 미리 비용화시킨다. 실제 발생 시에는 부채를 차감한다. 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이 발생주의 회계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2016~2018년 판매보증충당부채 전입은 상반기에 60% 이상 몰렸다. 2017년에는 70.7%가 몰리기도 했다. 반면 사용 비중은 대동소이했다. 판매보증충당부채는 실제 A/S와 같은 보증서비스가 발생했을 때 소멸(사용) 된다. 
 
현대자동차의 판매보증충당부채 전입과 사용.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결과적으로 별도 기준 현대자동차의 실적은 판매보증충당부채의 전입을 통해 기간별 평탄화 효과를 누렸다. 실적이 나쁜 시즌은 덜 나쁘게, 좋은 시즌은 덜 좋게 나타났다는 의미다. 
 
충당부채의 특징은 추정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 감사보고서를 감사한 안진회계법인은 "현대자동차는 제품의 보증수리 등과 관련해 충당부채를 계상하고 있고 이러한 충당부채의 계산은 현재와 미래의 보증의무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최선의 추정치를 기준으로 계상 중"이라고 서술했다. 
 
충당부채 중 쟁점이 되는 계정은 판매보증충당부채다. 안진회계법인은 역시 이 사실을 주지하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판매보증충당부채에 대해 "판매보증비 실적, 차종별 판매대수 집계와 가정 산출의 오류 발생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미하다"라면서 판매보증충당부채평가의 적정성을 핵심감사항목으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안진회계법인은 분기별 충당부채전입까지 감사하지 않는다. 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의 경우, 회계감사를 수행해 감사의견을 내지만, 반기·분기 보고서는 검토를 할 뿐이다. 
 
현대자동차는 판매보증충당부채를 판매량, 과거 보증실적 등을 기초로 적립한다. 차종 별로 판매량을 집계하고 과거 판매보증실적에 기반해 미래에 발생할 판매보증비를 추정하며, 할인율을 고려해 판매보증충당부채를 측정, 재무상태표에 인식 중이다. 판매보증충당부채를 측정 및 인식하기 위해 현대차의 경영진은 차종별 예상 보증단가, 할인율에 가정을 적용하며, 예상 보증단가 가정을 산출하기 위해 실제 발생한 판매보증비실적을 이용한다. 
 
현대자동차가 아닌 다른 회사를 감사하는 회계사는 상하반기 현대차의 판매보증충당부채 적립액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정책 변경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충당부채는 적립방법이 가장 핵심이다"라며 "할인율은 상하반기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판매 실적, A/S 이용이 상하반기 대동소이한 것으로 비춰 보건대 적립률 차이를 설명할 방법은 정책 변경뿐"이라며 소거법으로 접근해 정책 변경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현대자동차의 보증 관련 주요 정책 변경은 상·하반기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6년 이후 현대자동차의 보증 관련 정책변경은 선택형 보증서비스 도입, 쎄타2 GDi 엔진 관련 평생보증 등이다. 선택형 보증서비스는 2018년 1월1일부터 시행됐고, 쎄타2 엔진 관련 평생보증은 올 3분기에 발표됐다. 2016년 이후 현대자동차는 2016년 3월·4월·6월·10월, 2017년 1월·5월·6월·7월·9월·12월, 2018년 2월·4월·6월·7월, 올 1월·2월·3월·4월·6월·8월·11월 등의 기간에 새롭게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최근 3~4년 사이 선택형 보증서비스, 쎄타2엔진 관련 평생 보증을 제외하면 보증 정책의 큰 변화는 없었다"라며 리콜과 보증기간의 관계에 대해선 "리콜을 하며 보증기간 정책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