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품은 두산중공업…연쇄 '재무악화' 불보듯
자체적인 노력으로 정상화 힘든 두산건설
상장폐지·100% 자회사 흡수로 효율화 가속
공개 2019-12-24 09:15: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두산중공업(034020)이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두산건설(011160)을 상장폐지하고 100%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두산건설의 과도한 차입 부담이 두산중공업의 재무 부담을 더욱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두산건설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자회사로 전환하는 안을 결의했다. 9월 말 기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건설 지분은 89.74%다. 잔여 지분인 10.26% 확보는 두산건설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1주당 두산중공업 신주 0.2480895주를 배정 교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주주 단일화로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중장기적 사업전략 수립에 있어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의 관련 사업에서 시너지 확대도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당장 두산중공업의 재무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두산건설의 순차입금은 과중한 상태로 자체적인 유동성 확보가 힘들어 단기간 내 재무구조가 안정화될 가능성이 낮다.
 
두산건설 주요 재무지표. 출처/한국기업평가
 
올해 9월 말 기준 두산건설의 부채는 1조6635억원이고 이 중 순차입금은 5963억원이다. 5월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 일부를 갚았음에도 순차입금은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의 7.7배에 달했다. 두산건설의 현금창출 능력으로는 순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7.7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실적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토목과 주택부분의 원가율이 개선되면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조2173억원, 영업이익은 19.5% 늘어난 479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233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였다.
 
그러나 미분양·장기 미착공 사업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지난해 두산건설은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천안 청당, 용인 삼가 등의 사업장에서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며 55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달 말 기준 두산건설의 PF우발채무는 3127억원이다. 천안 청당(1827억원), 용인 삼가(1300억원) 등으로 구성됐는데 사업 추진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보증채무 현실화로 인한 추가적 자금부담 및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주택 중심의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두산건설에게는 부정적이다.
 
두산중공업 재무구조도 불안
 
문제는 두산건설을 품을 두산중공업의 재무 상태도 그리 좋지 못하다는 데 있다. 9월 말 별도 기준 두산중공업의 부채는 7조867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3% 늘어났으며 순차입금은 4조6368억원으로 23% 증가했다.
 
두산건설의 부채와 순차입금을 합했을 경우 부채는 9조5307억원, 순차입금은 5조2331억원으로 늘어난다. 두산건설의 자본이 두산중공업으로 다 편입된다고 해도 부채비율은 186.1%에서 195.5%까지 상승한다.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등 다른 자회사의 부채, 순차입금까지 포함될 경우 이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두산중공업 별도 기준 손익 현황. 출처/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의 수익성도 내리막이다. 3분기 누적 별도 기준 매출액은 3조90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38억원으로 30.4%가, EBITDA는 2672억원으로 16.3% 각각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4%로 1.2%p 하락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883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이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주력사업인 원전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3분기 누적 기준 수주는 2조14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8% 줄었으며 9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14조6471억원으로 14.6% 감소했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풍력발전 등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이 분야 역시 경쟁이 치열해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앞서 두산(000150)은 100% 자회사인 두산메카텍을 두산중공업에 현물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두산건설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 전에 알짜 회사인 두산메카텍을 넘겨 재무구조를 약간이라도 개선하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이번 현물출자가 이뤄지면 두산중공업의 별도 기준 자본은 3분기 말 대비 약 5.6%가 증가하고 부채비율은 9.9%p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자금 투입보단 본격적 구조조정
 
시장에서는 이번 100% 자회사 편입을 두산건설의 본격적인 비용 줄이기로 이해하고 있다.
 
그동안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정상화를 위해 2010년 이후부터 유상증자 참여, 출자 등을 통해 1조원가량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두산건설의 부실은 여전했고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지원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가 가속화됐다.
 
두산건설 9월말 기준 주요 주주현황. 출처/한국기업평가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돼 상장폐지될 경우 이사회, 공시 등의 의무에서 벗어나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두산건설의 부실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털어낸 뒤 어느 정도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두산건설을 매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두산건설이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져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의 주력 사업은 토목과 건설로 다른 건설사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특별한 사업영역이 없다”라며 “대우건설(047040) 매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매력이 떨어지는 두산건설이 팔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