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피플
김이동 삼정KPMG M&A 파트너 회계사
"가치와 가치를 연결하는(Linking dots) 기획력이 가장 중요"
"감정의 불순물을 털어내고 팩트만 추려 기분 좋게 전달하려 노력"
공개 2019-12-31 08:30:00
김이동 회계사. 출처/삼정회계법인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김이동 삼정 딜 자문 5본부장의 업무 철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상대방을 진실하다고 믿는 것은 사뭇 두렵다. 그렇기에 친한 사람에게 진실하다는 믿음을 주기도 어렵다. 더 나아가 진실하다는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대리인이지만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 고객의 원하는 바를 경청하며 파악하고 최대한 만족시키려 한다는 사실 등을 상대방에게 꾸준히 증명해야 한다. 진실함을 얻었다고 끝이 아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인수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매각 시에는 시너지를 만들 만한 짝꿍을 데려와야 한다. M&A 특유의 촉박함 속에서 어려운 미션을 해내기 위해 그는 분업과 책임(Role&Responsibility)을 최대한 활용한다. 
 
김이동 딜 자문 회계사는 20년 가까이 삼정KPMG에서만 근무했다. 전자정보통신·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감사(ICE- Information, Communication, Entertainment), 재무자문(FAS- Finance Advisory Service)을 거쳐 딜 자문 본부까지 왔다. 오랫동안 쌓아온 업력을 바탕으로 쌓은 노하우, 꾸준한 독서 등으로 내린 업무 결론은 어떻게 보면 도덕책 같기도 하다. 하지만 효율적이고, 미세조정만 한다면 꾸준히 적용 가능하다. 
 
그와 인터뷰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기자의 다소 난감한 질문에도 진솔하게 대답했다. 대답은 유머러스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느껴지는 대답을 들으면 저절로 웃음이 났다. 촉박한 업무, 많은 책임 속에서도 그를 지탱하는 힘을 엿볼 수 있었다.    
 
김이동 회계사는 '회계사로서 꼭 지켜야 할, 혹은 꼭 지키고 싶은 덕목'이란 질문에 "저의 가장 큰 자산은 진실함에 기반한 평판"이라며 "김이동이란 사람이 자문, 상담 등을 할 때 진지하게 자신의 에너지, 능력을 많이 활용해 이 문제를 신경 써줄 것이란 믿음이 곧 평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방식으로는 "가치와 가치를 연결하는(Linking dots)기획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링킹 닷츠가 거래구조 설계 과정에서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의 성공불 계약에 대해서도 냉정했다. 냉엄한 시장논리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능력 향상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선택했다. 그는 "딜 자문 같은 경우 성공불 계약을 많이 하는데, 이는 제안하는 회사(Bidder)들이 줄 서있기 때문"이라면서 "기획을 통해 고객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제안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김 회계사의 업무는 축구로 비유하면 미드필더와 같다. 세무·법률 자문사를 조율(Moderate)하며, 상대방의 움직임을 잘 읽어 트래핑을 할 지, 다이렉트 패스를 할지, 아니면 드리블을 할 지 등을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그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선택지로 그는 분업과 책임(R&R)을 선택했다. 
 
김이동 회계사. 출처/삼정회계법인
 
다음은 김이동 회계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인수·합병(M&A), 합작회사(JV) 등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업의 성장 전략 중에 큰 축이다. 저는 기업이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굉장히 많은 요인과 변수가 있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능(function)이 필요하고, 성장의 방법은 다양하다. 인수 합병, JV 등은 기업의 성장을 돕는 전략이다.    
 
-M&A 등은 자본시장의 최전선으로 '정글'로 표현한다. '정글'에서 살아남고 승자가 되는 방법은? 
△저는 아직 승자가 아니다.(웃음) 승자가 되기 위해선 M&A시장에서 딜을 수임해야 하기에 우선 좋은 하우스에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평판이다. M&A와 같은 딜 자문은 감사와 다르게 사람을 보고 준다. '네트워크가 좋다, 이해관계를 조율할 줄 안다, PE들의 생리를 안다'와 같은 평판을 잘 형성(build-up)하는 것이 살아남기 위한 저의 방법이다.  

-가장 보람 있었던 딜은 무엇인가?
△최근에 있던 딜이 생각난다. 티브로드를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한 자문이다. 합병 시 규모가 5조원에 달하는 큰 거래였다. 큰 규모의 딜을 따내고 이를 클로징하며 삼정KPMG의 브랜드가 올라갔다고 판단한다. 과거 큰 규모의 딜을 따내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고, 선배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같은 업종이 아닌 다른 업종 간 M&A가 많다. 렌탈 회사와 게임 회사 사이에서 '구독경제'란 가치를 찾아내는 거래도 있다.
△기획력이다. 저 역시 동료, 후배들에게 기획하라고 요구한다. 남들이 모두 예상할 수 있는 내용으로 원매자(Buyer)에게 제안(tapping) 하는 것은 이젠 가치가 없다. 상상하기 힘든 조합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가치와 가치를 연결(Linking dots) 할 수 있는 기획력이 가장 중요하다. 
 
-자문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보수를 측정하기 어렵고, 성공불 계약을 하기도 한다. 최근 일부 대형 사모펀드를 제외하면 결손이 예상되기에 더욱 그럴 것 같다. 한국 문화에서 자문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나?
△실사나 가치평가, 세무 서비스와 다르게 딜 자문은 성공불 계약을 많이 한다. 바이어나 셀러들이 인색한 경우도 있고,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선 기획력이 중요하다. 그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제안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제안하는 회사(Bidder)들이 줄 서있는데 단순 프로세스 관리를 해주며 고율의 수수료를 받을 수는 없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 희망 회사를 찾아내는 것이 일례다. 
 
-후배 회계사들에게 밸류에이션과 실사를 할 때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한 마디 조언을 부탁한다. 
△사실 후배들 중 '밸류에이션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하곤 한다. 매수자·매도자가 합의된 가액이 있는데 뭘 의미가 있겠냐 하는 자괴감을 갖는 후배도 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을 할 때 주인의식을 갖기를 추천한다. 매수·매도자 입장을 생각해 실사나 밸류에이션을 해보길 추천한다. 돌이켜볼 때 이를 통해 많이 성장하고, 결과도 좋았던 것 같다. 고객들은 정말 자기 일로 생각해 고민해주는 자문사를 굉장히 선호한다. 물론 스태프가 하기 어렵지만 큰 경쟁력이다. 
 
-회계사로서 꼭 지켜야 할, 혹은 꼭 지키고 싶은 덕목은 무엇인가?
△진실함(Integrity)이다. 사람들이 김이동을 떠올렸을 때 김이동을 '신뢰'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제가 하는 말을 의심하지 않고, 추천하는 것을 관심 있게 듣고, 그것을 받아들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전제가 되는 것이 진실함이다. M&A업계에 있다 보면 어떤 분들은 딜을 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둔다던가 또는 잘못된 정보를 과장되게 전달하는 등 상대방을 속이기도 한다(Cheating). 1번은 먹힐 수는 있지만 길게 볼 때는 진실함을 잃게 될 것이다. 저의 가장 큰 자산은 '진실함에 기반한 평판'이라고 생각한다.
 
-신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평판(Reputation)이다. 개인적인 고민, 고객 자문, 아래 직원의 업무 상담 등이 왔다고 했을 때 김이동이란 사람은 진지하게 자신의 에너지, 리소스를 많이 써서 이 문제를 케어해줄 것이란 믿음이 곧 평판이다. 예를 들면, 고객이 저에게 자기의 중요한 일을 상담했다고 하자. 할 수 있는 일과 못하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하지도 못하고 할 수도 없으면서 허세(bluffing)를 부려 케어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부탁하고 수락했을 때 그것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거짓말 안 하려 노력한다. 
 
-본인의 기고글 'PEF의 현재와 미래'에서 "PEF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영에 '더 많이 더 깊게'관여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PEF가 포트폴리오 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한 자문을 요청할 경우 어떤 자문을 할지 궁금하다. 
△아웃소싱이다. 결국은 PE라는 조직은 소수의 인력으로 유지된다. 그럼에도 큰일을 하기에 인수 자문, 경영 자문 등을 아웃소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PE는 투자한 기업이 영위하는 산업에 해박해야 그 기업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PE는 기업의 핵심적인 가치 개선에 집중하고, 딜 소싱, 딜 과정(excusion) 상의 업무는 아웃소싱하길 추천한다. PE는 기업을 인수한 이후 경영개선에 에너지를 많이 쏟는 것이 효율적이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란 용어가 키워드가 돼 조직 내 협업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많다. 삼정KPMG의 R&R 설정 방식과 같은 조직 내 역량을 극대화하는 노하우를 알고 싶다. 
△저희 회사도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며 지난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특히 회계법인의 업무들이 촉박한 타임라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회계감사도 시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정KPMG가 52시간 제도를 잘 정착한 이유를 오픈 커뮤니케이션에서 찾고 싶다. 직원 중에서 대표를 뽑아 추려진 의견을 듣고 경영진과 합의를 도출했다. 절차, 내용 모두 소통을 했다. 저는 업무 과정에서도 '소통과 자율'을 중요시한다. 신입들에게 최대한 많이 위임한다. 스스로 배우고 성취하게 하려 한다. 그 안에서 리더로서 책임은 진다. 
 
-셀러를 원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제가 좋아하는 책인 데일리 카네기의 '인간관계'에서 인간관계에 가장 중요한 것을 경청으로 꼽았다.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도 병행한다. 핸드폰을 잠시 뒤로 미뤄놓고 상대방에 포커스를 맞춰 장시간 집중하면 많은 내용을 들을 수 있다.
 
-매 거래마다 쟁점은 각각 다르다. 쉽게 끝나는 거래가 거의 없을 것이다. 경청 이외에 딜 이슈를 찾아내는 방법을 알고 싶다. 
△딜 이슈는 항상 있다. 매수자, 매도자가 다소 다혈질이라면 더더욱 생긴다. 클로징까지 고민도 많이 해야 한다. 이때 팀원들에게 우리가 딜브레이커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화가 나더라도 자문사이기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듣고 그 과정에서 감정의 불순물을 털어내고 팩트만 추려서 클라이언트에게 기분 좋게 전달하려 한다. 화낸 사람도 자리를 떠나면 후회를 한다. 그렇기에 우리만이라도 냉정하게 대응하고자 한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인수전에게 이기기 위해 인력을 80명 투입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딜 부문은 법률 자문·회계자문·회사(Buyer or Seller)와 협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전문 분야와 함께 일할 때 조직의 리더로서 주의하는 것이 무엇인가?
△저희 팀은 딜 파트너니까 법률, 세무 등 여러 자문사를 조율한다. 이를 잘 해 나가려면, 법률도 어느 정도 알고 세무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병목 현상이 나지 않게 상황을 판단한다. 법인세 이슈보다 부가세 이슈가 많은 딜이라면 상황에 따라 부가세에 집중하자고 제안하는 식이다. 앵커(anchor)를 잡고 조율하는 데 신경을 쓴다. 
 
-최근 M&A의 트렌드와, 향후 M&A 시장에 대한 전망을 부탁한다.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M&A시장이 많이 성장할 것이라 본다. 과거 기업의 오너들은 재계 순위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회사를 파는 것에 거부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3세 경영자들은 과감하게 자본을 회수(exit) 한다. 인수가 본업인 PE도 많아지며 더욱더 활성화되고 있다. 다만, 그 안에서 옥석을 가리지 않으면 향후 매각(deal closing)에 대한 위험은 커질 것이다. 2000년대 초반~ 2010년 중반과 다르게 지금은 더 이상 거시 경제 성장에 묻어가기 어렵다. 향후 매각은 선별적으로 될 것이다. 
 
-현재의 사모펀드 시장은 양극화가 심하다. 이에 대한 ①판단과 ②향후 전망 그리고 현 상황의 ③장단점을 듣고 싶다. 
△양극화라기보다는 서서히 검증되는 시기로 본다. 우리나라 사모펀드 시장이 생긴지 20년도 채 안 됐다. 어떻게 보면 초기 단계의 시장이다. 이제 자본을 회수(exit)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검증된 곳으로 돈이 가고, 그러지 못한 곳은 도태되다 보니 양극화로 보이는 것 같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중소·중견 사모펀드(GP)도 필요하다. 대형 투자자(LP)들도 밸런스가 필요하다. 

-딜을 할 때 매도 실사를 하는 경우는 적고, 인수 실사는 가끔 생략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매도 실사는 많아져야 한다. M&A시장도 준비가 잘 된 상태에서 시작(kick-off) 하는 문화가 됐으면 한다. 특히 중소·중견(Mid Cap) 딜의 경우, 매도인이 제시하는 가격에 대한 신뢰성을 검증하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 에너지 낭비다. 매각 실사를 준비하고 나가면 이를 줄일 수 있다. 다만, 비용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에 선뜻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 대형 사모펀드(PE)는 매도 실사를 선제적으로 하고 나가기도 한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