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호텔사업 확장)②위기의 이마트…호텔 적자 탈출구 안보인다
온라인 패권 전쟁…꾸준한 투자 필요
호텔산업 역시 대규모 투자 필요
공개 2019-12-13 09:10:00
이마트그룹 내 호텔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조선호텔은 대표적인 적자 사업부다. '정용진 호텔'로 불리는 레스케이프호텔도 오픈 이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그룹은 호텔 사업 부문을 크게 강화할 예정이다. 악화되는 유통업황 속 이마트의 현주소와 이 가운데 호텔업 특성에 비춰 이마트가 호텔 사업 강화에 나선 배경을 진단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이마트 그룹이 호텔업을 크게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소매유통업의 전망이 어둡고,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과의 치킨게임을 위한 실탄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나오다 보니 이마트 그룹의 확장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나이스신용평가는 40개 산업군에 대한 2020년 산업전망을 발표했다. 40개 산업군 중 이마트가 영위하는 소매유통업의 산업위험 등급은 IR-BBB+에서 IR-BBB로 한 단계 떨어졌다. 2012년 산업위험 등급을 매기기 시작한 이후로 등급 하락은 최초다. 게다가 산업환경, 신용등급 방향 역시 악화됐다. 나신평은 소매유통업을 둘러싼 산업환경이 '불리'하고, 작년보다 산업환경이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용등급의 방향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악화되는 외부환경 속 저하되는 이마트 실적 
 
이마트(139480)는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 적자를 냈다. 유통업계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인건비, 공사외주비 등이 늘어난 탓이다.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지만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됐다. 이마트는 지난 10년 평균(2009년~2018년) 매출이 12%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3년 평균(2016~2018년) 매출액 증가율은 7.7%에 그쳤다. 35.8% 감소했다. 매출액 증가세보다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등 영업 관련 비용의 증가세는 더욱 가팔랐다. 이는 영업이익률을 통해 나타난다. 이마트의 지난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4.6%였다. 하지만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4%로 1.2%p 감소했다. 
 
이마트의 실적 추세 분석.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올해는 매출액이 11.2% 증가(3분기 14.2조원 연환산)하며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여전히 10년 평균 매출액 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3년 평균 매출액 성장률보다는 높은 수치다. 이마트 관계자는 "초저가 상품이나 쓱데이, 트레이더스의 성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광주신세계에서 영업 양수한 이마트 광주점 매출, 이마트 의왕점 신규 출점, 온라인몰 주문에 대한 매출액 등도 증가의 원인이다. 다만, 실속은 줄었다. 이는 영업이익률을 통해 확인된다. 지난 3분기 말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1.1%다. 지난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의 1/4수준,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의 1/3 수준이다. 
  
이마트 내부적으로도 난관이 있다. SSG.COM이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SSG.COM은 매출을 6109억원 냈지만, 영업손실이 456억원이다. 100원을 벌면 107.4원을 쓰는 셈이다. 쿠팡과 비슷한 모습이다. 쿠팡은 지난해 4조 42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1조97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액이 64.7%(1조7381억원) 증가함과 동시에 영업 손실 역시 71.7%(4582억원) 증가했다. 
  
패권을 잡기 위한 신기술 투자도 요구되고 있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유통 기업들은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발 빠르게 적용한다. 신기술 도입은 현금 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황용주 나신평 연구원은 "소매유통업은 입지적 강점을 보유한 소수의 사업자가 경쟁하는 과점적 시장이었으나, 온라인전문 유통채널이 보편화되면서 소매유통산업의 진입장벽이 과거 대비 낮아졌다"면서 "AI, 가상현실, 스마트물류 등 소매유통업과 관련한 기술변화는 시장지위를 유지해야 하는 기존 소매유통업계에 대응 과제로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꾸준히 부진한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조선호텔
 
이마트는 호텔 사업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마트 호텔 사업은 자회사인 신세계조선호텔이 맡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이마트 자회사 중 대표적인 적자 사업부다. 2014년 이후 흑자를 낸 적도 없고, 최근 영업손실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호텔롯데, 호텔신라(008770), 파르나스호텔(GS리테일(007070)) 등 다른 경쟁업체와 차별화되는 강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파르나스호텔은 삼성동 코엑스 근처 파르나스타워와 파르나스몰의 임대·전대 수입, 롯데호텔은 롯데타워 76~101층 사이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의 상징성, 호텔신라는 면세점 탑 3라는 명확한 지위가 있다. 이 같은 확실한 장점이 없기에 신세계조선호텔은 경쟁사보다 신용등급이 낮다. 
 
재무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레스케이프호텔 인테리어 관련 투자가 300억원 가까운 수준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3.9%였던 영업 손실률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2배 이상 증가해 9.1%까지 치솟았다. 이는 1000억원의 매출을 내면 91억원의 손실을 낸다는 의미다. 
 
아울러 대대적인 투자가 예정돼 있기에 공급 과잉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호텔업은 대표적인 공급이 비탄력적인 산업군이기 때문이다. 호텔은 한 번 지을 경우, 업황이 고저와 상관없이 20~30년간 경쟁에서 철수할 수 없다. 
 
신규로 진입하는 사업자가 많을 경우, 기존 사업자들의 수익 악화는 피하기 어렵다. 최근 서울지역이 대표적이다. 서울에 호텔이 꾸준히 생기며 평균 객단가와 객실점유율 등 호텔 업황을 평가하는 모든 지표에서 부산에 밀렸다. 10년 사이 처음 있는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콕은 우후죽순 호텔을 많이 짓다 보니 호텔 산업이 망가졌다"라면서 "서울 역시 국제적인 비즈니스 중심지가 될 것을 예상해 서울시 차원에서 무작정 호텔업 인허가를 내줘 공급이 크게 급증했고, 그 결과 부산보다 영업환경이 악화됐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항공업처럼 한·일 정치 갈등과 같은 대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정치적인 외부 변수에 의해서도 실적이 좌우된다. 과거 2015년과 2017년에는 각각 동호흡기증후군(MERS) 발생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이하 ‘사드’) 배치로 인해 일시적으로 외래객 수가 감소되기도 했다. 이정현 나신평 연구원은 "정치경제적 변수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전염성 질병 등 불가항력적 요소에 따른 실적 변동도 두드러진다"라고 말했다.
 
2020년 산업위험전망.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