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면한 경남제약…BTS 덕 좀 볼까?
5일 거래재개…3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14억원
흑자전환 키워드는 'BTS 광고효과'
공개 2019-12-10 09:1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난 경남제약(053950)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경남제약은 레모나 등 소수 제품의 국내 유통에 집중하는 수익구조를 지니고 있어 상당 금액을 광고비에 쏟아붓는다. 이에 연구개발은 뒷전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손실액을 만회하기 위해 광고비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던 경남제약은 최근 방탄소년단(BTS)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면서 흑자전환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결국 어두웠던 경남제약의 다시 찾은 미래는 BTS 효과로 귀결될 전망이다.
 
지난 4일 한국거래소는 최근 코스닥 상장사 경남제약의 상장유지를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경남제약 주식거래도 21개월 만에 재개됐다.
 
지난해 경남제약은 매출액 과대계상 등 분식회계 사유로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이후 2심 격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심사에서 최대주주 변경 추진, 감사실 설치 등 경영투명성 개선 계획을 제시하며 1년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와중에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지불한 선급금 20억원에 대한 실재성 의문이 발생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아 상폐심사 요건이 추가됐다. 그러나 경남제약은 기존 제시했던 계획안대로 최대주주를 바이오제네틱스로 변경하며 거버넌스 전반을 개선했고, 그 결과 선급금 관련 내용도 해명해 마침내 상장유지 결정을 얻어냈다.
 
하관호 경남제약 대표이사는 “지배구조 안정성 문제가 해결됐고 기업 투명성도 높아졌다”라며 “회사의 기초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수익성과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상장유지 소감을 밝혔다.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이 2019년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앞에서 경남제약 거래재개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남제약의 남은 숙제는 ‘흑자전환’이다. 일단 올해도 적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손실이 14억원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주가공비가 30%가량 증가하면서 매출원가율이 지난해보다 약 6%p 증가한 64%를 기록했다. 게다가 상폐 관련 자문비용 및 재감사비용 추가지출 등으로 지급수수료가 전년 대비 40%가량 늘어난 27억원을 기록하면서 판관비 폭도 커졌다.
 
수수료 등 일시적 지출을 제외하면, 향후 흑자전환 및 실적 개선 키워드는 ‘광고효과’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간판제품 ‘레모나’의 판매 확대를 위한 광고비의 지속적 지출이 불가피한 탓이다.
 
경남제약은 일반 제약사와 사뭇 다른 수익구조를 지니고 있다. 일단 매출의 99%가 국내에서 발생하며,  대부분은 레모나·PM시리즈 등 인지도가 매우 높은 소수 제품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에 경남제약은 주요 브랜드를 응용출시하며 매출을 내고 있다. 일례로 레모나는 최초 가루형 비타민으로 생산됐지만, 현재는 병 음료로 바꾸거나 맛이 변형된 제품으로 제품을 다각화했고, 그 외에 주기적으로 광고모델을 바꾸며 관련 에디션 등을 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출이 연구개발보다는 광고비와 영업비용 등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경남제약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1% 수준으로 업계 평균인 8~9%보다 한참 낮지만, 광고선전비 비중은 업계 평균보다 소폭 높은 3~4%가량을 대체로 유지하며 때에 따라 8%까지도 높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경남제약은 연구개발 관련 투자가 매우 취약해 기존 대표 브랜드를 대체할 신제품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레모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모나가 이끄는 경남제약의 의약외품군 매출은 2013년 이후로 200억원대 내외를 오르내리는 등 성장 정체에 있다가, 2017년 경쟁 심화로 직전연도 대비 26% 감소한 150억원을 기록했다.
 
경남제약 의약외품군 매출변동 추이. 거의 대부분이 레모나 관련 실적이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
 
이에 경남제약은 레모나 모델로 레드벨벳의 아이린을 발탁하며 TV광고 등을 대폭 늘렸다. 그 영향으로 광고선전비가 직전연도 대비 21억원 가량 늘어난 3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광고효과는 미미했고, 의약외품군 매출이 동 기간 15억원 증가한 165억원에 그쳐 결국 지난해 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올해 상폐 탈피 등에 주력한 경남제약은 일단 3분기까지 광고비를 예년 수준으로 줄였다. 그러나 향후 광고비는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의약외품 3분기 누적 매출이 2017년 동 기간보다 20% 감소한 105억원을 기록하는 등 브랜드가치 하락이 지속되자, 10월 초 레모나 광고모델로 BTS를 발탁했다. 업계 탑 아이돌인 만큼 일단 계약비가 높으며, 특히 내년 BTS를 앞세워 TV광고 등 광고비중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있다.
 
임도형 경남제약 이사는 “BTS에 걸맞은 다양한 프로모션과 광고제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경남제약의 실적 개선은 매출 상당수를 이끄는 레모나 등의 광고효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셈이다. 일단은 BTS 효과를 보고 있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BTS 효과로 레모나 수요가 예측 범위를 넘어섰을 정도”라며 “현재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며 본사 직원들이 철야작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레모나 광고모델을 맡은 방탄소년단(BTS). 사진/경남제약
 
광고비와는 별개로, 업계에서는 레모나 제품의 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등 잡음과는 별개로 경남제약은 주요 제품에 좋은 원재료를 사용하는 등 정직하게 사업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실질 최대주주인 라이브플렉스 측도 이 같은 점을 주목했다고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특히 라이브플렉스 김 회장이 인수·합병(M&A) 업계에서 잔뼈 굵은 사람이므로 경남제약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모아지는 측면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경남제약 최대주주인 바이오제네틱스(044480)(구 유니더스)의 최대주주는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이다. 이 조합은 씨티젠(036170)과 위드윈홀딩스가 5:5로 출자해 만든 펀드다. 씨티젠의 최대주주는 라이브플렉스(050120)이며, 라이브플렉스 최대주주는 김병진 회장이다.
 
김병진 회장은 1999년 노머니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고 이후 모바일원커뮤니케이션, 사람과기술(현 지디코프), 벤트리(현 에스비엠), 비트윈네트웍스(현 버킷스튜디오(066410)) 등을 M&A하며 업계 내 영향력을 높였다. 현재는 라이브플렉스를 통해 바이오제네틱스, 태일, 대원상호저축은행 등을 소유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