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 인수전 '흥행' 예고…SI·FI 8곳 이상 입질
신풍제지 생산 중단…시장점유율 상승 예상
제지업 이외 기업도 세하에 관심
공개 2019-12-11 09:3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백판지 제조업체 세하(027970)를 둘러싼 인수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세하의 새 주인 자리를 놓고 여러 회사들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인수·합병(M&A)을 위한 마땅한 투자처가 적은 상황과 세하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좋아진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략적투자자(SI) 4~5곳, 재무적투자자(FI) 3~4곳이 세하의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입찰이 끝나지 않았기에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FI, SI 모두 관심이 많다 보니 흥행으로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략적투자자로는 한국제지(002300), 한창제지(009460)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주요 골판지 회사의 움직임은 특별히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태림포장(011280)을 세아상역이 인수한 것처럼 관련 업계가 아닌 회사의 입찰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모펀드의 경우, 최근 투자할 만한 딜이 적다 보니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세하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자산(AUM) 규모가 작은 벤처캐피탈(VC) 뿐만 아니라 대형 PE로 분류되는 사모펀드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일은 오는 19일로 예정되어 있다. 매각 대상 자산은 연합자산운용(이하 유암코)이 보유한 세하의 지분 71.64%(2118만47주)와 503억원의 채권(대출채권 428억원, 사모사채 75억원)이다. 
 
세하 인수전이 흥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까닭은 5년간 유암코가 다져놓은 내실에 더해 신풍제지(002870) 생산 중단, 중국의 환경정책 변화 등과 같은 외부 호재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하는 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백판지 제조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다각화에 실패하며 적자의 늪에 빠진 세하는 2010년 5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사세가 본격적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2013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4년 말 유암코가 워크아웃 중이던 세하를 인수했다. 세하의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이었다. 
 
 
 
유암코는 구조조정 전문기업이다.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해 원가 개선, 설비 투자 증가 등의 전략을 펴며 세하를 개선했다. 결국 세하는 2016년 매출액 1594억원, 영업이익 109억원을 내며 턴어라운드 하는데 성공했다. 세하가 영업이익을 낸 것은 2008년 이후 8년 만이었다. 이후 3.5년간 줄곧 흑자 경영을 이어갔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 863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내며 승승장구 중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563억원이다.
 
신풍제지의 생산 중단은 또 하나의 호재다. 신풍제지는 이달까지 생산 후 공장 조업을 완전히 중단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3월까지 토지평탄화 작업을 완료한 이후 공장 부지였던 토지를 LH 측에 2008년 확정된 토지수용 결정에 따라 반환해야 한다. 
 
신풍제지 관계자는 "올해 12월까지만 평택 부지에서 생산할 예정"이라면서 "LH와 협의된 부분으로서 저희도 이행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장 이전과 같은 여러 방안에 대해 고려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라면서도 "해외에서 종이를 수입 후 유통을 통해 거래처를 유지해 나아갈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원가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지 가격도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크게 낮아진 고지 가격이 꾸준히 유지됨을 의미한다. 국내 고지 가격은 중국 수출이 줄어들며 공급이 증가, 고지 가격이 하락했다. 2017년 7월 중국 정부에서 고지 수입을 규제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중국 정부는 해외 고지(폐지) 수입을 완전히 금지할 계획이다. 이는 환경 정책과 맞닿아있다. 중국 내 폐지를 재활용하는 비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태림포장 때와 마찬가지로 원재료 단가가 중단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세하는 현재 백판지 시장에서 13%가량의 시장점유율(M/S)로 한솔제지(213500), 깨끗한나라(004540)에 이어 업계 3위다. 백판지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3조로서 한솔제지와 깨끗한나라, 세하, 신풍제지, 한창제지 등 5개사가 9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