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늪에 빠진 OCI)①폴리실리콘 값, 바닥없는 추락 중
보조금 60%만 집행… '인입선 비용 지불 누가 하냐'가 쟁점
폴리실리콘 제조, '치킨 게임'중…가격 오르면 공급 늘릴 가능성↑
공개 2019-12-05 09:30:00
폴리실리콘 생산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OCI의 실적은 기초 제품인 폴리실리콘 가격과 연동되는 모습이다. 태양광 산업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폴리실리콘 가격 역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이 결과 OCI는 4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문제는 OCI가 당면한 위기를 타개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OCI는 버티기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폴리실리콘 가격 전망과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용 실리콘의 실현 가능성, 그에 따른 효과를 짚어 봤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OCI(010060)의 소액주주인 A씨는 우울하다. 지난해 말 10만 7천원이었던 주가가 6만원대 초반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태양광 설비 보조금 정책이 재개됐다고 해 내심 기대했지만 적자 행진은 이어졌다. 
 
OCI의 주가추이. 출처/키움증권 영웅문
 
A씨가 또 한 번 침울할만한 주장이 하나 나왔다. 폴리실리콘 가격의 반등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두 곳의 신용평가사가 OCI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는 소식으로 마음이 심란했는데, 연거푸 나오는 좋지 않은 소식에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OCI의 실적은 폴리실리콘 가격과 상관관계가 높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높을 때는 영업이익을 1조원 이상 기록한 적도 있다. 반면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낮을 때는 적자 난에 허덕였다. 지난 10년간 폴리실리콘의 가격 변동은 상당했다. 
 
2011년 KG 당 80달러를 터치하기도 했던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최근 KG 당 7.5달러로 하락했다. 폴리실리콘은 명품 가방과 같은 완제품이 아니다. 기초 소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사이 10배 이상의 가격 변동이 있었다. 폴리실리콘의 가격 변동성을 고려한다면 영업이익과 연동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 단가는 KG당 10달러로 알려져 있다.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에는 KG당 8달러 내외로 떨어진 가격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중국의 태양광 설비 보조금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보조금 효과는 특별히 크지 않았다. 보조금 지원 기간은 사실상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은 60%밖에 집행되지 않았다. 이유는 발전회사와 전력회사 사이의 구조적인 문제 탓이다.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운 문제다. A씨의 근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석화 부문에 정통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의 보조금 지급만 고려하는 것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것에 불과하다"라면서 "인입선 비용 지불 이슈, 국내의 단일 전력 공급망 시스템, KG당 생산 단가에서의 경쟁력 등을 골고루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0년대 폴리실리콘 가격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치킨 게임' 중인 폴리실리콘 제조…가격 반등 어려워
 
전문가들은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치킨게임 ▲KG 당 6달러 수준인 중국 선두 기업의 생산 단가  ▲보조금의 실효성 등이 원인이다. 
 
현재 폴리실리콘 기초소재는 치킨게임에 진입했다. 중국 Daqo의 3만 5000톤 등 올해 7만 8000톤, 내년 1만 4000톤의 신·증산 물량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중국이 보조금을 폐지하며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악재에도 불구한 선택이었다. 폴리실리콘 기초소재 시장의 수요는 소폭 상승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체 에너지인 태양광에 대한 가치를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 증가 속도는 이를 웃돌고 있다.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 관계자는 "지금 폴리실리콘의 가격 수준은 가혹한 수준"이라면서 "그 가운데 전체적인 케파(생산능력)가 늘다 보니 이 가격이 유지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 새로운 신규 진입자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면서 "우선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고, 만약 시장에 진입하고 싶다면 폴리실리콘 주요 회사 중 하나를 인수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퉁웨이, 세신 등은 1st Tier 하단부에 위치한 회사, 2nd Tier의 회사를 죽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라면서 "가격이 올라간다면 생산을 늘려 경쟁업체가 이익이 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폴리실리콘의 공급은 탄력적"이라면서 "공장의 정기 보수와 같은 방법으로 개별 기업별로 가동률을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식품, 부동산 사업도 영위중인 중국 퉁웨이. 출처/퉁웨이 홈페이지
 
2일 현재 태양광 시장조사업체 PV인싸이트에 따르면 고순도(9N/9N+)의 KG당 폴리실리콘 가격은 7.46달러 수준이다. 이 상황에서도 퉁웨이(通威, Tongwei), 다초(DAQO) 등 중국의 주요 기업들은 KG당 생산 비용이 6달러 정도다. 세신(協?, GCL)이 7달러 수준이다. 쉽게 말해 중국의 리딩 컴퍼니 들은 지금 수준에서도 흑자를 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OCI는 생산단가가 10달러 수준이다 보니 불가능하다. 
 
OCI도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 중이다. 도쿠야마 말레이시아 공장을 인수하고, 상업생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가의 20~40%를 차지하는 전기세와 인건비가 말레이시아는 낮기에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통웨이, 다초 등과 OCI의 생산 비용이 50% 이상 차이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중국은 100원이면 생산하는데 한국은 150원이 든다는 의미다. 
 
그는 "비용의 차이가 10~20% 정도면 전략적 선택으로 해결할 수 있으나, 지금 정도의 차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OCI의 폴리실리콘 제조원가 절감 로드맵. 출처/OCI
 
다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신규 진입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폴리실리콘 생산은 반도체와 다르게 진입장벽이 낮다. 시장이 매력적일 경우, 현금부자 기업이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폴리실리콘 시장의 업황이 나쁘다 보니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 보조금과 전기세? … "손가락만 보는 어리석은 짓"
 
중국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보조금 집행은 사실상 종료됐다. 집행 예정 금액 5000억원 수준의 60%만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 관계자는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이번 달까지 전력회사와 발전설비와 연결이 끝나야 된다"라면서 "폴리실리콘 구입은 태양광 설비의 첫 단계이기에 아무리 늦어도 11월 말까지는 끝났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조금이 적게 집행된 이유는 인입선 비용 지불 문제다. 인입선은 전기를 발생시키는 곳(발전소)과 한국전력과 같이 고객에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사업자 사이를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즉, 배전선로에서 갈라져 직접 수요 장소의 인입구에 이르는 부분의 전선을 의미한다. 
 
연결 비용(Connecting Cost)은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전력회사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연결 비용은 상당한 협의가 필요하다. 쉽게 생각하면 현재 적자인 한국전력(015760)이 대체에너지라는 이유로 연결 비용을 전부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관령에 민간회사가 풍력발전소를 지었다고 가정해보면 전기를 보내기 위한 송선 장비 렌탈, 부지 임대 비용 문제도 있다"라면서 "보조금을 준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역시 같은 고민이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역시 태양광 쪽으로 선회하려 태양광 발전에 대한 보조금을 상당히 지원했다. 하지만 연결비용을 누가 지불하느냐는 문제로 보조금 효과가 상당히 떨어졌다. 도쿄 전력이 적자였기 때문이다.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투자를 집행하는 결정부터 전력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전력회사는 현재 적자다. 연결 비용을 전력회사에 기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인입선 비용을 어디서 지불하느냐 하는 문제가 중국에서 재작년, 작년에도 발생했다"라면서 "보조금을 줘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까 5~6월에 부랴부랴 중국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을 배정시켰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실제 집행 규모가 크지 않았다"라면서 "결국, 이 상황에서도 경제성이 있는 태양광 발전 회사만 살아남아 인입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