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에 휘청이는 내츄럴엔도텍…상폐 너머 자산매각 우려도
2021년 3월에 CB 풋옵션 행사 가능...총차입금의존도 47.6%
공개 2019-11-22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가짜 백수오'라는 주홍글씨로 사세가 기운 내츄럴엔도텍이 상장폐지 심사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환사채 풋옵션이 행사되면 유형자산을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 내년 성장세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내츄럴엔도텍(168330)의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차입금은 약 250억원가량 된다. 이 중 약 24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가 차입금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사모투자회사 루터어소시에잇코리아(루터PE)의 펀드 엔에이치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다. 본래 300억원을 조달했으나, 루터PE가 지난해 7월 60억원을 주식 43만주(2.15%)로 전환하면서 차입금이 일부 감소했다.
 
해당 자금은 내츄럴엔도텍에게 묶여있는 형국이다. 일단 전환으로 인한 이익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증자나 감자 등이 없을 경우 리픽싱 비율은 약정에 따라 최초전환가액의 70% 이상이 돼야 하는데, 내츄럴엔도텍의 최초 전환가액은 1주당 1만7800원이고, 현재 주가는 관리종목 지정 등의 사유로 인해 주당 4000원대 내외를 오가고 있다. 물론 주가가 500원 이하로 내려가면 액면가(500원) 전환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물량이 급증해 매도가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양측은 올해 6월 조기상환청구가능일이 되자 만기를 2022년 12월 말로 늦추고 대신 만기이자율을 기존 3%에서 5%로 높였다. 이로 인해 전환사채 만기 상환액은 권면액의 134.7%로 올라갔다. 만기지급이자가 약 45억원 늘어난 셈이다.
 
대신 기한이익 상실사유에 상장폐지 및 거래정지 항목을 뺐다. 즉, 상폐나 거래정지 발생에 따른 상환의무가 당장은 없는 셈이다. 올해 실적을 감안하면 일단 한숨 돌린 모습이다. 내츄럴엔도텍의 상장폐지 심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츄럴엔도텍의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5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동 기간 매출원가율이 55%에서 96%로 늘어나 누적 영업손실도 44억원으로 불어났다. 내츄럴엔도텍은 올해 4분기에 최소 44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해야 상폐 심사를 면할 수 있게 된다.
 
내츄럴엔도텍 관계자는 “원가율이 높은 제품의 판매 비중이 늘어나 매출원가가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한 소비자가 내츄럴엔도텍 제품 '백수오 궁'을 보고 있다. 사진/내츄럴엔도텍
 
루터PE의 전환사채 조기상환청구는 2021년 3월부터 가능하다. 제반 상황을 종합하면, 내츄럴엔도텍은 일단 1년의 시간을 번 셈이다. 달리 말하면, 내츄럴엔도텍은 내년에 매출 증가 등 성장 회복 가능성을 증명해야 풋옵션 행사를 막을 수 있다.
 
일단은 회복에 다소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다. 가짜 백수오 파동에 휩쓸렸던 주력 제품 ‘백수오 궁’이 지난해 CJ오쇼핑 등 유수 홈쇼핑과 이마트(139480) 등에 재입점하며 내수 매출이 늘어났지만, 그 폭이 적자를 메울 만큼 크지는 못했다. 관련 사건에서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홈쇼핑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승소했지만 여전히 가짜라는 주홍글씨에 발목이 잡혀있는 모양새다.
 
때문에 내츄럴엔도텍은 중국, 동남아 등 해외 건강기능식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일단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내츄럴엔도텍의 올해 3분기 아시아지역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14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올해 6월 대표이사를 장현우 변호사에서 이용욱 연구소장으로 변경하며 신제품 개발 등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다수의 국책 연구과제도 수행 중이다.
 
그 외에도 자회사 엔도더마를 앞세워 마이크로패치 화장품 사업에 진출,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실제 내츄럴엔도텍이 엔도더마에 대여한 자금 20억원은 현재 전액 손상차손(손실)으로 인식됐다.
 
정리하자면, 내츄럴엔도텍이 내년 해외에서의 대규모 계약 등 가시적인 성과 달성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풋옵션 행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경우 자산 처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내츄럴엔도텍의 차입금 대비 자산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총차입금의존도가 47.6%로, 차입금을 전부 상환하려면 자산 절반가량을 장부가로 매각해야 한다. 내츄럴엔도텍의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 및 단기매매증권은 약 140억원이다. 즉, 전환사채 상환을 위해 유형자산 추가 매각 등이 필요할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 부도절차를 밟을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 부도예측모형에서도 부도 가능성은 높다고 측정된다. 1996년 국내 상장한 중소 제조기업을 표본으로 개발된 부도예측모형 ‘알트만(Altman) K1-Score’ 수치가 마이너스(-) 2.0 미만일 경우 부실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데, 내츄럴엔도텍의 올해 3분기 기준 수치는 마이너스(-) 4.7이 나온다. 물론, 참고사항일 뿐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통계는 아니다.
 
한 회계사는 "주가가 전환가격을 한참 밑돌고 있어 결국 상환이 들어올 텐데, 갖고 있는 자산 등을 팔아치우면 상환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자세한 것은 실사를 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계사는 "힘든 상황에 있는 건 맞지만 풋옵션 행사 가능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일단은 단기적인 채무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외부로부터의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츄럴엔도텍 관계자는 “최근 자사 주력 제품이 중국 절강성 홈쇼핑 채널 HYG에 론칭됐고 현재도 징동 등 중국 유수 이커머스 업체와 유의미한 내용의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그 외 유럽 최대 드럭스토어인 DM에서도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자회사 엔도더마의 패치제품도 최근 세포라에 론칭했고 로레알 출시도 결정됐으므로 내년 매출액 성장에 좋은 신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