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호적 전망 산업 없다"
무디스&한신평, 합동 미디어 컨퍼런스 개최
공개 2019-11-19 15:56:18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저성장 기조와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수익성을 저하시켜 2020년 한국 기업의 신용도 여건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러한 제반 문제는 국가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당장 등급을 좌우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평가됐다.
 
19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와 한국신용평가는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20년 한국 신용전망 합동 미디어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19일 무디스와 한신평이 여의도에서 2020년 한국 신용전망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김태호 기자
 
이날 무디스는 2020년 한국 비금융기업 신용도 여건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둔화, 미·중 무역분쟁 등이 기업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지속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부여 중인 24개 한국 비금융기업 중 14개 기업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크리스 박(Chris Park) 무디스 기업평가 담당 이사는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 수익성은 올해 대비 개선이 소폭에 그쳐 내년에도 부진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이익 개선 제한으로 레버리지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 이사는 “특히 국내 전자, 화학업종이 리스크에 가장 취약할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주요 타깃이 중국 테크업체이므로 전자 관련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으며 화학사는 중국 제품 수요 감소로 스프레드가 약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화학업체 자급률 증가도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했다.
 
박 이사는 “자급률 증가는 분명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화학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중국 영내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순식간에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정부신용평가 담당 이사도 “어떤 측면에서 미·중 무역갈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디리스킹 정책 도입 등이며 제반 사항이 자급률 증가 등과 맞물려 중국의 내년 GDP 성장률을 6.9%에서 5.8%로 둔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라면서 “결국 장기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GDP 둔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과 밀접한 국가의 리스크가 불거질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올해 한국 비금융기업의 신용등급 여건을 부정적으로 봤다. 한신평도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대 중국 수출 감소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신평은 2020년 한국에서 우호적인 업황 전망을 가진 산업은 단 한 건도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저성장 기조 속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는 유통과 자동차 업종이 투자부담 요인으로 신용여건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항공업, 미·중 무역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철강업, 사업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디스플레이 산업 등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본부장은 “대외 불확실을 감안하면 반등 요인이 있지만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되므로 업종별 신용전망은 올해보다 내년 하향기조가 더욱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반도체와 조선은 내년 상반기부터 업황 회복에 따른 여건이 조금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유 본부장은 "건설 섹터도 개선된 수익성 및 재무지표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무디스는 이 같은 거시적 환경이 한국의 국가 신용도에도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무디스는 202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0.1%p포인트 증가한 2.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는 기저효과 영향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무디스는 국내 경제부양책 등에 투입될 정부의 추경예산으로 한국의 정부부채가 GDP 대비 42%까지 올라갈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매크로 및 부채비율 증가 등이 당장 국가 신용도를 압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구즈만 이사는 “한국 재정능력은 매우 높은(Very High) 수준이며 국가채무가 올라간다 해도 동일 신용등급(Aa2)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라며 “현재 한국이 재정여력을 활용한 성장정책을 펼치고 있으므로 목표 달성 이후에 부채율을 어떻게, 얼마나 줄여나갈지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