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품는 HDC현산…KCC·CJ제일제당과 '닮은꼴'
KCC 자회사·아시아나, 한계기업 시그널…모회사 등급전망 '부정적'
CJ제일제당 자회사·아시아나, 영업 부진
LG전자 떠난 옛 자회사, 3개월 사이 매출 '반 토막'·신규수주 4분의 1토막 수준으로 감소
공개 2019-11-21 09:2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로 단숨에 항공업계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6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고, 2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시현 중이다. 5년 중 3년은 영업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회사다. M&A가 일장일단이 있지만, KCC(002380)가 인수한 모멘티브의 높은 부채비율과 CJ제일제당(097950)이 인수한 쉬완스의 부족한 영업력 모두를 아시아나항공은 보유하고 있다. 업황을 고려할 때 HDC현대산업개발의 기댈 곳은 범 현대가의 '일감몰아주기'다. 
 
15일 한국신용평가, 14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반대로 아시아나항공의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각각 변경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서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 인수가 거의 확정됨에 따라 이를 신용등급 전망에 반영한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신용등급 전망이 떨어졌다. 약 4.4조원의 회사(그룹 기준 10.6조원)가 이자빚이 6조원에 달하는 회사를 인수한 탓이다. 사업 다각화, 사업 시너지와 같은 장점보다 추가 자금 조달, 자본 확충과 같은 재무 부담에 무게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아시아나항공의 등급전망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자 하나 제대로 내지 못했던 변변찮은 주인(금호그룹)에서 최소한 이자는 감당 가능한 주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황덕규 나신평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사업다각화 및 사업위험 분산 효과는 일부 존재하나, 재무여력이 축소됨으로 인해 재무적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반대로 아시아나항공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부족한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HDC그룹 편입으로, 저하된 신뢰도를 회복할 가능성이 생겼다"라고 평가했다. 

CJ제일제당 자회사 실적부진 + KCC 자회사 부채비율 = 아시아나의 손익과 재무상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CJ제일제당(097950)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한 회사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공통점이 하나 생긴다. 연결 기준으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9.2%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약 5% 줄었다. 그 중 CJ제일제당이 인수한 쉬완스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43.5% 줄었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정치갈등 등에 따라 화물·여객 수요가 모두 감소한 탓에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올 3분기 569억원(연결 기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경화 나신평 연구원은 "올해 식품부문 수익성 하락은 국내식품뿐만 아니라 2월 말 인수한 쉬완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도 영향을 미쳤다"라면서 "미국 식품시장은 하반기에 수익성이 높은 계절성이 있지만 수익성 상승폭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예상했다. 
 
쉬완스가 운영하는 미국 음식 브랜드. 출처/쉬완스
 
피인수기업의 실적이 나쁠 경우 문제점은 크게 2가지다.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실적 부진을 떠안아야 할 뿐 아니라, 인수금융 등 인수시 조달했던 차입부담이 줄지 않는다. 지렛대 효과다. CJ제일제당 역시 2가지 문제점이 함께 나타났다. 
 
이는 CJ제일제당의 당기순이익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CJ제일제당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0분의 1토막이 났다. CJ헬스케어 매각차익이 빠진 것이 컸지만, 금융비용이 15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차임금과 현금흐름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는 등급하락을 검토하는 수준까지 악화됐다. 
 
그는 "투자성과가 다소 더디게 나타나는 가운데 올해 쉬완스를 1.5조원에 취득해 차입금이 크게 증가한 반면 영업실적은 저하됐다"라면서 "최근 차입부담능력이 상당 수준 약화된 상태다"라는 분석을 바탕으로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등급하향 검토기준인 5배 수준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KCC자회사의 주요 재무제표. 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HDC현대산업개발과 KCC의 공통점은 인수한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고 이자로 유출되는 비용이 높다는 것이다. 3분기 말 연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59.5%다. KCC가 인수한 모멘티브의 부채비율은 374.8%다. 최근 5개 연도 중 3개 연도 이상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00%를 밑돌았다. 즉, 영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보고서에 나온 모멘티브(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 INC.)의 이자비용은 7900만달러~81만달러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모멘티브의 영업이익은 8100만달러를 넘지 못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서,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회계 교육을 오랜 기간한 회계사는 "이자보상배율은 영업력을 바탕으로 차입 규모가 적절한지를 측정하는 기준"이라며 "이자보상비율이 100%인 경우 기업 가치는 감소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큰 회사는 좀비기업, 한계기업으로도 불린다"라고 덧붙였다. 
 
KCC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한 두 회사의 부채비율도 상당한 수준이다. 박도휘 삼정KPMG 책임연구원은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00% 이상일 경우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부채비율이 300%일 경우 금융비용이 순이익보다 많은 수준"이라며 "부채비율 400% 이상 기업은 고위험 기업으로 분류한다"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가 노후화된 탓에 상당한 초기 비용이 예상되고 있다. 초기투자비용으로 10조원까지 추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초기에 필요한 비용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면서 "노후화된 항공기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라고 전했다. 그렇기에 '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이 내포돼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비빌 구석,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HDC현대산업개발의 장점은 범 현대가라는 점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가능하다. 이는 초기에 겪을 어려움에 대해 완충력을 제공한다. 많은 대기업들이 사업 초기 일감몰아주기를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는 기업의 실적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기업은 과거 LG전자(066570)의 자회사였던 테크로스 W&E, 테크로스환경서비스다. 
 
테크로스W&E의 LG그룹 계열사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자료/한국기업평가
 
LG전자는 사업재편을 위해 수처리 자회사(현 테크로스 W&E, 테크로스환경서비스)를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격이 매각희망가(5000억원)의 절반(2500억원)수준에 그쳤지만, 딜 클로징의 의지가 컸다고 전해진다. 테크로스 W&E는 LG전자에서 빠지자마자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이는 테크로스 W&E는 LG전자와 그 계열사에서 매출의 약 80%가 발생하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3 분기까지 가결산 매출은 13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게다가 올 3분기까지 신규수주는 1000억원을 밑돌았다. 연환산할 경우 1308억원 수준이다. (3분기 총합 981억원)기간의 차이가 있지만 2017년 일년간 신규 수주를 5000억원 이상(5541억원) 따냈던 회사다.  
올해 실적은 연 환산 했을 경우 23%이 그칠 전망이다.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지난 달 테크로스 W&E의 신용등급은 하락했다. 김승범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수주감소에 따라 올 3분기 말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며 영업 적자를 냈다"라고 말했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일감몰아주기에서 장점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정세영 씨는 오늘날 현대그룹을 만든 장본인이다. 정 전 회장은 1957년 현대건설(000720)에 입사 이후 1967년 현대자동차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현대그룹을 키우며 1987년 현대그룹 회장 겸 현대자동차 회장에 올랐다. 또한 1999~2000년 현대그룹이 공중분해될 뻔한 상황에서 현대차(005380) 지분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내놓으며 흔들리는 현대그룹을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물류 측면에서 현대자동차와 같은 현대가(家)에서 쓰는 물류들이 상당히 있으니까 현대 가에서 약간만 도와줘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영업에 엄청 플러스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