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기댄 아이마켓코리아, '홀로서기' 가능할까
인터파크 계열 MRO업체…영업이익률 1~2% 수준에 그쳐
삼성과의 비경쟁조항 올해 만료…돈 버는 알짜 자회사는 '안연케어'
공개 2019-11-20 09:10:00
[IB토마토 심수진 기자] 기업소모성자재(MRO)업체 아이마켓코리아(122900)가 성장 기반이었던 삼성그룹과의 비경쟁조항 종료를 앞두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매각돼 인터파크 자회사로 편입된 아이마켓코리아는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삼성에 기대 성장해왔다. 매출 규모 대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미미한 가운데, 회사의 실질 수익원인 의료용 도매업 계열사 안연케어가 회사를 먹여살릴 수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아이마켓코리아의 올해 반기 매출은 1조4734억원, 영업이익은 26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2조9352억원, 영업이익은 36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이다. 최근 5년 평균 매출액은 3조원 수준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에 못 미쳤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인터파크홀딩스 계열사로, 지난 2011년 인터파크홀딩스가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했다. 주요 사업은 기업의 소모성자재나 원부자재 등의 구매아웃소싱이다. 종속기업은 15개(2019년 6월 기준)로, 미국, 베트남, 중국 등에 해외법인을 설립했고, 인터파크로지스틱스(물류사업), 인터파크인터내셔널(전자상거래업), 안연케어(의약품 도매업), 가디언(의료용품 도매업) 등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서울 삼성동의 아이마켓코리아 본사. 사진/아이마켓코리아
   
삼성그룹의 비경쟁조항 올해 종료
 
지난 2000년 설립된 아이마켓코리아는 삼성그룹을 등에 업고 성장해왔다. 삼성그룹의 MRO업체로 삼성전자(005930)와 9개 삼성전자 계열사가 지분을 투자했고, 삼성그룹과의 캡티브마켓(계열사 간 내부거래)을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대기업인 삼성이 중소기업의 영역인 MRO사업을 영위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삼성그룹은 2011년 IMK를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삼성은 아이마켓코리아에 대한 안정된 수요를 보장하기 위해 매각 당시 5년간(2012~2016년) 10조원 규모의 물량 보장 계약을 넣었다. 삼성과의 계약 영향으로 2011년 1조6800억원대였던 아이마켓코리아의 매출액은 2012년 2조원대를 달성, 이후 꾸준히 2조원을 훌쩍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3조원대를 기록했다.
 
삼성과 아이마켓코리아의 5년 물량 보장 계약에는 8년간의 비경쟁조항도 포함됐다. 삼성그룹이 2019년까지 MRO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아이마켓코리아의 삼성그룹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해당 조항은 올해로 만료된다. 물론 MRO업체를 바꾸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특히 아이마켓코리아는 삼성전자의 ERP시스템은 물론 MRO에 대한 모듈을 공동개발한 주체인 만큼 삼성그룹 또한 아이마켓코리아와 계약을 종료할 경우 이에 따른 시스템 교체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이마켓코리아는 비경쟁조항 종료 이후 삼성향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마켓코리아의 주요 매출처는 여전히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000810), 삼성전기(009150) 등이며 올해 3분기 기준 삼성향 매출 비중은 전체의 60.4%에 달한다. 지난 2013~2017년 평균 아이마켓코리아의 삼성그룹 매출액 비중은 81.8%로, 물량보장 계약이 종료된 2017년에도 77.6%에 달했다. 삼성그룹 매출 비중이 큰 만큼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매출처 다변화가 필요하다.
 
아이마켓코리아의 동탄허브물류센터. 사진/아이마켓코리아
 
실질 수익원, 자회사 '안연케어'
 
아이마켓코리아의 종속기업들 중 실제로 돈을 벌어들이는 회사는 안연케어와 아이마켓 중국법인 두 개뿐이다. 당초 아이마켓코리아 자체의 영업이익률이 낮았고, MRO 사업 매출도 줄어드는 가운데 의약품 유통업체인 안연케어만이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안연케어는 연세대학교 재단 소유였으나 2012년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의약품 유통업이 중단됐다. 이후 2014년 아이마켓코리아가 안연케어 지분 51%를 인수, 그 해부터 사업을 재개한 바 있다. 지분율은 아이마켓코리아가 51%, 연세대 재단이 49%를 보유 중이다.
 
안연케어의 매출은 인수 당시 전체 매출의 6.4%에 불과했으나 2015년 10.0%, 2016년 10.8%, 2017년 12.8%로 지속 확대됐다. 무엇보다 안연케어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2014년 25.2%에서 2015년 43.1%, 2017년 80.0%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안연케어의 영업이익은 293억원인데, 이 기간 아이마켓코리아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62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안연케어가 228억원, 아이마켓코리아가 207억원으로 안연케어 자체의 순익이 훨씬 크다.
 
아이마켓코리아가 주요 고객사 자체의 영업이익률이 현저히 낮은 가운데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내는 안연케어가 실질 수익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안연케어는 세브란스 기반의 안정적 수익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2월 용인 세브란스 병원의 신규 오픈으로 병상 수가 늘어 의약품 매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장윤수 KB증권 연구원은 "안연케어의 매출액은 세브란스병원 매출액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비세브란스병원 매출 증가세도 지속 중"이라며 "아이마켓코리아는 수익성 개선 노력이 성과를 내는 중이고, 안연케어는 2020년 세브란스병원 병상 수 증가로 고성장을 시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용히 웃는 인터파크
 
인터파크는 아이마켓코리아를 잘 산 걸까. 적어도 배당수익 측면에서 손해 본 장사는 아니다. 2011년 아이마켓코리아 인수 당시 인터파크는 3000억원을 투자했다. 인수 당시 지분율은 37.15%, 올해 6월 기준 지분율은 40.01%로 매년 이에 대한 배당수익이 들어오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주주환원정책으로 고배당을 이어온 기업이다. 별도 기준으로 아이마켓코리아는 최근 4년 동안 △2015년 178억원 △2016년 175억원 △2017년 158억원 △2018년 121억원을 지급했다. 이 기간 회사의 순이익은 △2015년 417억원 △2016년 228억원 △2017년 145억원 △2018년 181억원으로, 순이익 규모 대비 고배당이 지속됐다. 현금배당 수익률은 2017년 3.9%, 2018년에는 6.3%에 달했다. 
 
대주주인 인터파크홀딩스도 꾸준히 배당수익을 챙겨온 셈이다. 아이마켓코리아 지분을 통해 회수한 금액은 지분율 40% 기준 단순계산시 약 380억원 수준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아이마켓코리아의 배당수익률을 4.9%로 전망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