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금호'…유동성은 꿈틀
날개 떼고 건설·버스만 남겨
5000억원이 넘는 현금 보유…신규 투자 예상
공개 2019-11-18 09:2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항공'이 빠진 금호그룹은 지금까지 금호와는 180도 달라진다. 대기업에서 버스 운송과 터미널 운영 그리고 건설업을 하는 중견기업으로 위상이 크게 격하된다. 또한 지분 매각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가 빠지며 빚이 적고, 현금이 많은 회사로 바뀔 전망이다. 
 
지난 12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002990)과 크레디트스위스(CS)는 HDC현대산업개발(294870)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발했다.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31.05%)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매각 대금 관련 시나리오는?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의 매각대금과 일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게 된다. 추산되는 금액은 대략 4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에게 직접 흘러가는 돈은 거의 없다. 박 전 회장은 직접 보유한 1만주를 매각하며, 5500만~6500만원을 현금으로 쥘 전망이다. 
 
금호산업은 박 전 회장에게 이론적으로 배당할 수 있다. 금호산업이 매각대금을 금호고속에 배당으로 올리고 그 이후 금호고속이 박삼구 전 회장에게 배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호산업은 배당 잔치를 벌이기보다 재무 구조 개선, 신규 사업 등 회사를 위해 매각 대금을 활용하겠다고 12일 밝힌 바 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 중 일부는 금호산업으로 유입될 예정"이라며 "이 자금으로 금호산업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현금이 같은 방법으로 금호산업, 박 전 회장에게 흘러들어갈 가능성 역시 낮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 달 안에 모든 협상을 마무리할 방침"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현금을 빼오기 위해)이사회, 주주총회를 전부 통과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고, 공시 사항이다 보니 (배당 등) 자의적으로 현금을 빼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이름이 민망해진 금호
금호를 성장시킨 광주여객. 출처/금호고속
 
아시아나항공을 잃은 금호그룹은 그룹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민망한 수준으로 사세가 크게 줄어들며 금호산업과 금호고속만 남을 전망이다. 금호고속은 광주 터미널을 중심으로 한 지방 고속버스 업체 정도로 요약된다. 자회사인  금호산업은 '한남더힐', '센터원' 등의 시공이력이 있는 시공순위 20위, 시장점유율 0.58%인 건설사로 설명된다.
 
금호가 영위하는 사업은 버스 운송, 터미널 운영 그리고 건설업으로 축소된다. 금호그룹의 모태가 됐던 버스운송업을 제외하면 건설업 정도 추가된 셈이다. 게다가 버스운송업 역시 고속버스운송업 부문은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금호 T&I의 경영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금호고속이 직접 보유한 금호고속(경기)을 제외하면 금호고속(서울), 속리산고속 등은 금호 T&I의 자회사다. 금호 T&I의 지분 80%는 이번 '통매각'의 대상이다. 추가적으로 금호고속은 광주에 유스퀘어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 유스퀘어. 출처/유스퀘어 홈페이지
 
부채비율 800%로 대변되는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며 재무상태는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빠진 금호산업, 금호고속의 부채비율은 200~300% 수준이다. 하지만, 질적으로 나쁜 편은 아니다. 차입금의존도가 높지 않고, 현금부자 회사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이번 상반기 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271%이지만, 총차입금 의존도는 16.1%(약 2094억원) 정도다. 부채의 60.1%가 매입채무, 단기선수금과 같은 영업에서 발생한 부채다.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이 조달한 전체 자본 중에서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일반적으로 30%를 기준으로 많고 적음을 판단한다.
 
금호고속의 차입금수준은 평균 수준이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차입금은 5098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는 29%다. 부채비율은 273%인데, 차입금을 제외하면 대부분 유스퀘어 내 사업자들이 낸 보증금이다.
 
매출은 보유한 자산과 비교해 부족한 수준이다. 총자산회전율이 0.24%다.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빠지며 지분법 주식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0.4% 수준이다. 총자산회전율은 자산을 통해 매출을 얼마만큼 올렸는지 확인하는 지표로서, 보통 1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신규 투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제 금호는 역설적이게도 기업 규모에 비해 현금성 자산은 풍부한 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약 4000억원의 현금이 매각 대금으로 유입될 경우,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약 5200억원이 된다. 금호그룹 역시 신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신규 사업에도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