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 위기' 게임빌, 컴투스 카드 통할까?
공정거래법 개편에 따른 자회사 편입가능 지분율 30%
추가 매입으로 컴투스 지분 29.55% 보유
공개 2019-11-01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11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게임빌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는 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2020년까지 영업적자가 이어질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게임빌은 형제회사 컴투스의 자회사 편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분위기다. 구조적 실적 개선이 시급한 게임빌과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컴투스의 시너지 창출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게임빌(063080)은 지난 2016년 4분기부터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11분기 연속 적자다.
 
게임빌이 본사 사옥으로 사용하던 서초동 건물. 현재 게임빌은 컴투스가 입주해있는 가산디지털단지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사진/게임빌
 
관리종목 지정 경보가 울린 셈이다. 게임빌은 2017년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 관리종목 지정 요건 중 하나로 ‘지주회사의 최근 4사업 연도 연결 기준 영업손실 지속’을 제시하고 있다.
 
즉, 지금과 같은 실적이 지속된다면 게임빌은 내년 4분기부터 관리종목에 편입될 수 있다. 만약 그 이후에도 적자를 해소하지 못하면 실질심사를 통한 상장폐지 가능성도 불거질 수 있다.
 
증권업계는 보수적 관점에서 게임빌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3년간 10개가량의 게임을 퍼블리싱 또는 제작했지만 성과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한 570억원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플랫폼 등에 지급되는 지급수수료 비중이 약 1.6% 포인트 상승하면서 영업손실은 외려 소폭 확대됐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투자자의 주식신용거래가 금지되고 대용증권으로도 사용될 수 없게 된다. 유동성 하락이 불가피한 셈이다.
 
간접적 피해는 더욱 크다. 주가 하락으로 기업가치(EV)가 급감할 수 있다. 이 경우 송병준 게임빌·컴투스 대표가 보유한 게임빌 지분 30.9%에 대한 평가이익도 축소될 수 있다.
 
게임빌은 최근 미국 프로농구 라이선스를 활용한 모바일 스포츠게임 ‘NBA NOW’를 북미 등에 선보였다. 다만, 흥행 기대감이 비교적 낮으며 시뮬레이션 특성이 가미돼 있어 초반 폭발적 매출 기조도 비교적 덜 할 수 있다. 올해 4분기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 출시가 예정돼있지만, 게임업 특성상 리스크는 상존한다.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 출처/게임빌프로야구 갈무리
 
즉, 흑자전환 기대감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보수적 관점에서 신규 게임 출시 외의 관리종목 지정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형제회사인 컴투스(078340) 지분을 매입해 재무제표 상 종속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컴투스의 올해 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25억원으로 게임빌 적자를 단숨에 메꿀 수 있다.
 
이 경우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전부개편안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기존 지주회사가 상장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확보해야 할 지분은 기존 20%에서 30%로 상향된다.
 
실제로 게임빌은 제반 우려에 대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게임빌은 컴투스 지분 2.5%을 300억원에 취득 완료했고, 이후 21일에는 지분 약 2.5%를 내년 4월까지 300억원에 추가 매입하겠다는 공시를 냈다. 이로써 게임빌의 컴투스 보유 지분율은 편입요건 턱걸이인 29.55%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 외 재무적 시너지도 꾀할 수 있다. 컴투스의 올해 반기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이 예치금 포함 7016억원이나 되므로, 자회사 편입 이후 지주회사인 게임빌이 해당 자금을 활용해 벤처기업 인수합병(M&A) 등 자사 퍼블리싱 수직계열화 전략을 강화할 수도 있다.
 
게임빌은 퍼블리싱에 강점이 있지만 구조적 실적 개선이 필요하고, 컴투스는 캐시카우인 ‘서머너즈 워’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중에 성장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어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게임빌의 영업적자가 2020년까지 이어질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므로 이번 컴투스 지분 매입 목적은 컴투스 편입에 있다고 추정한다”라고 분석했다.
 
26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메종 드 라 뮈뚜알리떼(Maison de la Mutualit)’에서 열린 모바일 게임 기업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 워' 대회인 '서머너즈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 2019’ 월드결선에 앞서 많은 관객들이 대회장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게임빌의 컴투스 지분 매입자금은 서초사옥 매각으로 유입된 300억원으로 충당될 전망이다. 보유 현금성자산이 약 80억원에 불과하며, 잉여현금흐름(FCF)도 최근 몇 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해왔기 때문이다.
 
그 외 추가 자금조달을 위해 이번 매입하는 컴투스 지분을 기존처럼 담보로 맡길 가능성도 있다. 게임빌은 올해 반기 기준 컴투스 주식 85만6000주를 담보로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에서 734억원을 차입하고 있다.
 
게임빌 관계자는 ”컴투스 주식이 저평가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지분 매입을 결정한 것”이라며 “관리종목 지정은 내년 4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져야 하므로 아직 대응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서초동 사옥 매각으로 유입된 자금 일부가 이번 컴투스 지분 매입에 투입될 것”이며 “그 외 매입대금은 금융기관 차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컴투스 주식은 실제로 저평가 기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의 29일 종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9.6배로 게임업계 평균인 약 15배 대비 낮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히어로즈워2’, ‘서머너즈워 : 백년전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가정하면 저평가는 표면 대비 심화됐다고도 볼 수도 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컴투스의 2019년 주가는 25% 하락했으며 보유현금을 제외한 영업가치는 34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서머너즈워 IP가 여전히 연간 1200억원의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심한 저평가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