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피플
심준만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
"자본주의라는 톱니바퀴를 돌리는 신뢰는 정직에서 나와"
파이낸싱 '정교함'·M&A '다이내믹'·기업 자문 '문제 풀이'
공개 2019-10-30 08:30:00
심준만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 출처/ 법무법인 화우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자본주의는 시장의 신뢰가 남아있을 때에만 돌아갈 수 있다. 자본주의라는 톱니바퀴를 돌리는 신뢰는 정직에서 나온다."
 
구조화 금융 전문가인 심준만 변호사의 말이다. 흡사 19~20세기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막스 베버(M. Webber)가 떠오른다. 베버는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윤리』에서 자본주의는 신뢰를 바탕으로 돌아가고 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가들에게 확고한 도덕성을 주문한 바 있다. 
 
심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법은 복잡하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딱딱한 구조화금융에도 인간의 철학, 감정 그리고 생각이 녹아있다. 그 저변에 깔린 가치 중에서 심 변호사는 '정직과 신뢰'란 가치를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삼았다. 
 
그는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이다"라면서 "정직은 시장의 신뢰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에서 물건을 판다고 가정할 경우, 내가 파는 물건이 정당한 물건이라는 신뢰가 깔려 있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한다는 믿음도 깔려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물건을 파는 사람이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를 해칠 의사가 없다와 같은 신뢰가 서로 간에 강해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정직과 신뢰가 중요한 가치는 아니다. 심 변호사 본인에게도 중요한 가치다.  그는 주로 기업의 효율적인 자금 조달과 은행의 안정적인 자금 제공을 위해 구조화 금융을 자문한다. 회사에서 자산을 떼어내 특수목적회사(이하 SPC)로 옮기고, 이를 담보로 자금을 주고받는 복잡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적 문제의 해결을 심 변호사가 진두지휘한다. 
 
신뢰와 정직이란 가치를 지켜왔기에 심 변호사는 특별한 이력이 있다. 20년간 고객(Client)에게 업무의 질에 대해 컴플레인을 받은 적이 없다. 그는 "변호사 일은 하면서 일을 빨리 해달라는 요청은 많이 들었지만, 수행한 업무의 질적 수준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컴플레인을 받지 않았다"면서 "은행을 주로 대리하다 보니 유리한 면도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심준만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출처/ 법무법인 화우
 
다음은 심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이다. 정직은 시장의 신뢰다. 자본주의는 시장의 신뢰가 충분히 형성돼 있을 때에만 돌아갈 수 있다. 시장에서 물건을 판다고 해보자. 거래를 하는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 즉 상대방이 정당한 물건을 정직하게 판다는 신뢰를 가지고, 나 역시 내가 누리는 효용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더 크고 많은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다.
 
구조화 금융도 마찬가지다. 금융을 설계하고 실행될 때 참여자가 알고 있었고 추구했던 내용대로 구조화된 금융 상품이 운용될 것이란 신뢰를 전제로 돈이 흐르는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톱니바퀴를 돌리는 신뢰는 정직에서 나온다. 
 
-지금 하는 업무의 매력에 대해 각각 말해 달라. 
 
△기업의 자문, M&A 그리고 파이낸싱 업무를 하는데 주로 파이낸싱 분야를 많이 한다. 기업 자문은 어떤 문제를 풀어주는 느낌이다. 기업들은 질문하는 것은 어느 것 하나 쉬운 문제가 없다. 항상 어려운 숙제를 푸는 기분이다. M&A는 다이내믹한 매력이 있다. 경우에 따라 숨이 막힐 정도다. 한 단계가 어긋날 경우 모든 딜이 망가질 수 있다. 이에 비해 파이낸싱 업무는 정교하기에 재미있다. 파이낸싱은 기업의 혈액과 같다. 필요한 돈이 나갔다 들어오는 것에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다. 스위스 명장의 시계를 보는 것 같다.
 
-자산 유동화의 개념을 설명해 달라. 
 
△자산 유동화는 기업이 돈을 융통하는 방법 중 하나다. 기업의 자체 신용도가 아닌 기업이 보유한 우량한 자산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한다. 기업은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지만, 자체 신용도가 낮을 경우 이자가 높다. 기업의 자체 등급이 B등급이고 A등급의 자산을 보유했다고 가정해 보자. A등급의 자산이 있어도 기업의 자체 신용이 B등급이어서 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한다면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A등급의 자산을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방법이 자산 유동화다. 
 
언어적인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산 유동화에는 덩치가 큰 자산을 쪼갠다는 개념도 내포되어 있다. 1000억원 짜리 자산을 통으로 살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1000억원짜리를 잘게 쪼갤 경우 자금을 모집하기가 수월해진다. 주식회사의 탄생 논리가 자산유동화에도 많이 적용된다. 
 
-자산 유동화의 과정과 특징은 무엇인가?
 
△우선 유동화 하고자 하는 자산을 회사와 절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 매매(True Sale)라고 한다. 회사에서 떼어낸 자산을 SPC에 양도한다. 떼어낸 자산이 건물이라고 한다면 SPC는 순수하게 건물만 보유하는 셈이다. SPC는 건물을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이하 ABS)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장점은 회사의 자체 신용도와 무관하게 건물, 토지, 신용카드 매출 채권, 자동차 할부 채권, 핸드폰 할부 채권, 매입한 회사채 등 우량한 자산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기에 낮은 금리로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를 짤 수 있다. ABS는 채권, 지분 모두 가능하다. ABS가 채권이라면 매수자는 이자를, 지분이라면 배당소득에 더해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얻을 수도 있다. 채권도 선순위, 후순위채를 활용해 시장에서 안정적이자만 낮은 수익을 추구하는 참여자와 다소 위험성이 있어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참여자가 모두 같이 관여할 수 있다. 이렇게 구조를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장래 채권을 유동화 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장래 채권이란 미래(장래)에 이익이 발생할 채권을 의미한다. 장래채권을 유동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래채권이 양도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장래채권이라는 것은 돈 받을 권리가 장래에 생기는 것이어서 쉽게 거래의 대상으로 삼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양도 가능한 장래 채권의 요건을 밝혔다. 특정 가능성과 가까운 장래의 발생 가능성이다. 
 
우선, '누구'에게 '무슨' 채권이 생길지 특정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005930)에 부품을 꾸준히 납품하는 A벤더 회사가 있다고 하자. 앞으로도 A사와 삼성전자의 납품 계약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납품을 해서 벌어들일 수입이 장래채권인데, 납품계약을 통해서 거래의 당사자와 거래 대상을 특정하고, 확실한 수요처를 통해서 곧 납품이 이루어질 것이 확실한 상황이 되며, 과거의 거래 상황을 보니 안정적으로 납품을 해 왔다고 한다면 그러한 납품계약을 통한 대금채권은 가까운 장래에 발생 가능한 것으로 보게 돼 아직 납품이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계약에 근거한 장래채권으로서 양도가 가능한 채권이 존재한다고 평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장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채권을 지금 시점에 양도해서 현금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휴대전화 할부대금 유동화도 고객이 매우 성실하게 통신료와 휴대전화 할부금을 납부하는 형태에 2년 정도를 주기로 휴대전화 단말기 교체 수요가 발생하는 점에서 장래채권으로 유동화하기 좋은 대상인 것이다.
 
-자산 유동화 관련 자문 시, 고객들이 무엇을 가장 많이 묻나?
 
△고객은 크게 기업과 은행이다. 업은 자신이 보유한 자산이 유동화에 적합한지, 현금이 필요해서 아까운 좋은 자산을 유동화하지만 유동화 이후 자산을 회수할 가능성은 있는지에 관심이 크다. 반면 은행은 진정매매가 가능한지를 가장 궁금해한다. 기업과 자산이 완전히 절연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진정매매 여부는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변호사가 검토 후 의견서를 준다. 
 
-최근 자산 유동화 시장의 상황은 어떤가?
 
△유동화 시장은 성숙기에 들어갔다. 초기 발전기에는 신용카드 매출채권 유동화, 선박금융 등 온갖 형태가 등장했다. 감독 기관(금융감독원)은 일정한 거래를 자제시키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현재는 시장이 더 커지지 않는 상태다. 핸드폰 할부금 유동화, 저당채권 유동화(이하 MBS), 오토론, 신용카드 매출채권 유동화 등 루틴한 방식이 반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수금융의 역할은 무엇이고, 자문할 때 금융사와 기업이 많이 묻는 질문은 각각 무엇인가?
 
△기업의 자본 조달이다. 넷마블(251270)과 같이 현금이 많은 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기업(인수금융이용자)은 최대한 낮은 이자율로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려 한다. 반면 은행(인수금융제공자)은 안정적인 담보를 확보하여 대출금의 회수에 방점을 두려고 한다. 타깃 회사(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이 대표적이다. 인수 금융을 크게 일으키기 위해 기업이 담보를 많이 제공할 경우, 유동성의 부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기업이 금융기관에서 조달한 자금을 제때에 상환하지 않게 되면, 금융계약에 흔히 사용되는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 한 채무계약에서 디폴트가 선언되면 다른 채권자도 일방적으로 같은 채무자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는 것)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적정 수준의 채무부담이 기업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2000년대 초반 인수금융은 차입매수(이하 LBO)와 같은 이슈와 연결됐다. 최근에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간극은 어떻게 줄어들었는가?
 
△초기 LBO 거래는 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보던 것을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함으로써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 LBO 거래를 인정하게 되었다. 이것은 사회의 니즈(needs)가 반영된 것이다. LBO는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을 일으키면서 인수자는 거의 경제적으로 기여를 하지 않는 상황이 문제 됐던 것이다. 그러나 인수자가 실제로 자신의 경제적 위험을 감수하면서 실제 경영을 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달리 볼 필요가 있었는데, 합병의 방식을 통하는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주주와 채권자의 보호 절차를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배임의 요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것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하 PF)은 구조가 복잡하다. PF 자문 시, 클라이언트가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기업과 은행 입장에서 각각 알려 달라.
 
△종류에 따라 다르다. 특히 아파트 부동산 PF는 일반적인 PF와 다르다. 발전소, 도로 등과 같은 PF는 건설 이후 장기간 운영을 한다. 운영을 통한 수익이 상환 자원으로 쓰인다. 유료 통행료를 통한 수입이 일례다. 이를 추정해 론(Loan)이 이뤄지고 론이 회수된다.
 
반면, 아파트 부동산 PF는 다르다. 분양을 통해 대금이 들어온다.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악성 미분양이 생길 위험이 있는데, 딱히 이런 리스크를 헷지할 방법이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성을 확보하는 자문을 많이 받는다. 시공사의 책임 준공, 보증 여부 등이 은행의 관심사다. 반면 기업은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금리를 낮추기 위한 자문을 구한다. 
 
-PEF의 자금 모집 방식이 블라인드 펀드인지, 프로젝트 펀드인지에 따라 자문할 때 내용이 달라지는가? 공모·사모 여부에 따라서도 달라지는가?
 
△우선 PEF는 전부 사모투자이기에 공모 개념이 없다. 사모펀드는 크게 블라인드 펀드와 프로젝트 펀드가 있다. 프로젝트 펀드는 펀드 모집단계에서 투자처가 정해져있는 반면 블라인드 펀드는 그렇지 않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처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기에 블라인드 펀드의 설립자문이 주된 내용이 되며, 펀드 설립 자문은 자문할 내용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반면 프로젝트 펀드는 회사를 설립과 거의 동시에 투자가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자문할 내용이 좀 더 많다. 참고로 사모와 달리 공모 펀드는 자본시장법상 다양한 절차가 존재해 설립 시부터 손이 많이 가는 대상이다. 금감원에 제출할 서류도 많다. 약관신고, 투자설명서 등이 필요하다. 
 
-자식은 어떤 직업을 가졌으면 하나?
 
△지금은 다르지만, 과거에는 의사를 했으면 했다. 변호사와 다르게 의사는 봉사를 하기 용이하다.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하면 지원하는 단체들이 많다. 현실적인 봉사가 가능하다. 나는 변호사로서 라이센스라는 혜택을 받아 왔다. 이를 사회에 환원하고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자식들은 봉사활동하기 좋은 의사가 되길 바랐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한다. 다만, 변호사는 반대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