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한숨 돌렸더니…점증하는 차입금 우려
투자비용 4년 내 1조원 지출 예정…부채비율 64%로 차입 여력 충분
사측 “메자닌 발행은 최후에”
공개 2019-10-25 09:3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자금경색의 원인이 됐던 재고자산이 올해 첫 감소했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차입금 증가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회사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메자닌 발행을 최대한 피하겠다고 주창한다.
  
에코프로비엠 공장 전경. 사진/에코프로비엠
 
22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3분기 재고자산이 전 분기 대비 120억원 감소한 151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현금흐름 경색은 일단 완화되는 조짐을 보인 셈이다. 영업현금흐름은 당기순이익에서 감가상각 등 현금비유출 수익비용을 더하고 운전자금 등을 차감한 후 산출된다. 운전자금은 매출채권·재고자산 증가분에서 매입채무 증가분을 뺀다. 즉, 재고자산 감소는 곧 운전자금 부담 감소와 직결될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비(非) IT 시장 성장세 둔화로 인한 재고조정에 따라 2분기 중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73억원 감소했다”라며 “전방시장 악화로 인해 출하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재고 외 재고를 최대한 줄이려는 추세”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 재고자산. 출처/에코프로비엠 IR자료
 
올해 2분기 에코프로비엠은 운전자본 부담으로 현금주의 관점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재고자산이 전 분기 대비 252억원 증가했고, 동시에 매입채무가 약 260억원 감소하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03억원을 기록했다.
 
무선청소기, 전동공구 등 비(非) IT부문의 주요 거래처에서 재고조정이 발생한 탓이다. 니켈 대신 리튬배터리 이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주요 제품은 니켈배터리 제작에 반드시 필요한 양극활물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NCA 매출비중은 약 85%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거래처는 삼성SDI(006400) 등이 있다. 나머지 매출은 전기차(EV),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서 창출되며 주요 거래처로는 SK이노베이션(096770)이 있다.
 
영업현금 적자는 현금성자산 감소로도 이어졌다.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2분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전 분기 대비 85% 감소한 82억원을 기록했다.
 
즉, 전방산업 악화로 주요 거래처가 재고조정을 했고, 그 영향으로 재고자산이 늘어나 현금흐름이 꼬이다 보니 결국 손에 쥔 현금 일부를 운전자금으로 사용한 셈이다.
 
재고자산 관리 등으로 에코프로비엠 현금흐름 경색은 단기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중기적인 관점에서 현금 부족은 지속돼 차입금이 재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초 유상증자 후 기업공개(IPO)를 단행하며 1728억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순차입금을 약 710억원 줄였다. 올해 상반기 가중된 운전자금부담도 이때 유입된 현금으로 대응한 셈이다.
 
올해 3월 개최된 에코프로비엠의 코스닥시장 신규상장 기념식. 사진 왼쪽부터 김현철 한국IR협의회 부회장, 정운수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김병훈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 이동채 에코프로비엠 회장, 권우석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이사, 송윤진 코스닥협회 부회장. 사진/뉴시스
 
에코프로비엠의 차입금 증가 시그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해 3분기 총차입금은 전 분기 대비 4% 증가한 1450억원을 기록했다.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기업에게 투자는 사실상 필수다. 다만, 재무안정성 관점에서는 투자로 인한 차입부담 증가에 주목할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3년까지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22일에는 5공장 포항사업장(CAM5) 준공식이 예정돼있다. 제반 투자는 이미 진행 중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상반기 자본적지출(CAPEX)은 748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 통상 영업현금흐름에 자본적지출을 차감한 잉여현금흐름(FCF)으로 차입축소 계획 등을 수립한다. 반대로 말하면, FCF를 통해 차입 증분을 가늠할 수 있는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2분기 FCF는 마이너스(-) 975억원 기록했다. 물론 분기 실적이므로 운전자금에 따른 변동성은 크다.
 
에코프로비엠 본사. 사진/에코프로비엠
 
차입 여력은 충분하다.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반기 총차입금의존도는 23.8%이며, 부채비율은 64.2%에 불과하다.
 
담보 여력도 있다. 현재 산업은행 등에 토지 등 자산 2598억원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으며, 그 외 국민은행에도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며 150억원을 빌리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반기 기준 유형자산은 약 2983억원이며, 투자 진척에 따라 유형자산 규모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향후 4~5년간 영업이익률 7% 이상을 유지하면 증설자금의 50%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머지 자금조달에 있어서는 차입금 등을 우선 검토할 것이며 메자닌은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발행을 차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의 4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8.43%을 기록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016년 물적분할로 신설됐으며, 올해 3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소액주주 비율은 주식 수 기준 23%가량 된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