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유증…카카오뱅크, BIS비율 악화 '악순환' 계속될까?
유증→BIS비율 개선→대출증가→BIS비율 악화→유증
수익확보-자본적정성 딜레마
중신용자 타깃 대출 의존도 높은 영업구조가 문제
공개 2019-10-23 09:3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리며 자본건전성에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대출에 의존하는 수익구조의 재편 없이는 현재와 같은 악순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카카오뱅크는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1억주로, 1주당 액면가액은 5000원 총 5000억원 규모다.
 
 
 
유상증자에 나선 이유는 자본적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지표인 BIS 자기자본비율이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 있기 때문이다.
 
BIS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은행의 위험자산(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비율이다. 국제 은행 건전성 규제 바젤Ⅲ에 따라 은행은 BIS비율을 10.5%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10% 아래로 떨어지게 되면 금융당국의 집중 관리를 받는다.
 
올해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BIS비율은 11.74%다. 3분기 여수신 추이로 봤을 때 9월 말 기준으로 1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유추된다. 지난 2017년 출범했기 때문에 3년 동안 바젤Ⅲ보다 완화된 바젤Ⅰ(BIS비율 8% 이상)을 적용받고 있지만 올해 3년의 유예기간이 끝나 당장 내년부터 바젤Ⅲ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고 나면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6월 말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1조3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이 된다. BIS비율은 16.94%로 추정할 수 있다. 9월 말 BIS비율이 10%대로 떨어졌다고 해도 BIS비율은 최대 15% 초반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 증가, 자본적정성 약화 꼬리표 동반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영업수익은 299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680억원 대비 78.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4억원, 당기순이익은 9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카카오뱅크의 흑자 전환에는 대출이자 수익 지분이 크다. 출범부터 중금리 대출에 강점을 가진 만큼, 대부분의 수익이 여기서 발생한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이자수익은 2180억원으로 전체 영업수익에서 72.8%를 차지했다. 이자수익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거둔 대출채권 이자는 1942억원인데 전체 이자수익의 89.1%다. 전체 영업수익으로 확대해서 봐도 비중이 64.8%에 달한다.
 
문제는 대출이자 수익이 늘수록 은행의 자본적정성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BIS비율은 (BIS기준 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100으로 계산된다. 여기서 분모에 있는 위험가중자산을 늘리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가 대출채권이다. 통상적으로 BIS비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 하는데, 대출이자 수익이 주력인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위험가중자산을 감소시키기 힘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16.85%였던 카카오뱅크의 BIS비율이 올해 6월 11.74%로 떨어진 이유는 같은 기준 대출채권이 9조821억원에서 11조3168억원으로 24.6% 증가한 상황에서 BIS자기자본이 1조983억원에서 1조1253억원으로 2.5% 늘어난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가 결정도 수익성과 연관된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기 어려우니,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해 내년에 적용될 바젤Ⅲ BIS비율 기준을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1년 만에 유상증자…내년에 또?
 
카카오뱅크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말 기준 총여신은 11조3276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 6조8060억원이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이는 모두 가계대출이다. 이 영향으로 대출채권 이자수익은 1년 만에 72.6%가 늘었다.
 
카카오뱅크 자산현황(단위: 백만원). 출처/한국카카오은행.
 
대출이자 수익으로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증자 후 자본금이 1조8000억원까지 확대되는 만큼, 내년 IPO 전까지 대출 여력을 확보한 것이다.
 
특히 중금리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금리 대출은 중간 신용등급인 4~6등급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주로 진행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당시 저축은행보다 저렴한 금리와 간편함을 앞세워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 취급 대출 기준 카카오뱅크의 5~6등급 대출이자는 5.49%다. 저축은행 10%가 훌쩍 넘는 저축은행 대출이자와 비교하면 상당한 강점을 갖는다. 이는 많은 중금리 대출 상품을 많이 판매해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는 내년에 또다시 BIS비율 이슈가 발생해 또 유상증자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즉, 카카오뱅크는 중금리 대출에 의존하는 영업구조로 인해 유상증자와 BIS비율과의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실제 자본적정성과 관련된 유상증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4월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18년 3월 말 기준 BIS비율이 10.96%까지 떨어졌고 4월 유상증자 후 6월 말 기준 16.85%까지 올랐다.
 
이와 관련, 이경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카카오뱅크의 중금리 대출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로 인해 추가적인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