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만 적자' 해태제과, 빙과부문 분할로 재기 노린다
순익 개선 어려운 상태
잠재력 끌어올리기 위한 전반적 체질 개선 필요
공개 2019-10-23 09:4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위기에 빠진 해태제과가 빙과부문 사업부를 떼어 냈다. 해태제과는 신제품 개발, 원가율 감소 등을 모색하며 순익 개선이 어려운 상태인 빙과부문의 활로 뚫기에 나섰다.
 
지난 16일 해태제과식품(101530)은 아이스크림사업부문을 분할해 해태아이스크림 주식회사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단순·물적분할 방식이며, 분할기일은 2020년 1월1일이다. 다음 달 말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분할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물적분할 이후 아이스크림 생산은 대구공장에서 주로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아이스크림 생산은 대구공장과 광주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최근 해태제과는 아이스크림 생산라인업 중 일부를 대구공장으로 이전했다. 광주공장은 누가바, 바밤바, 쌍쌍바 등 바 종류를 메인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만두 생산을 새로운 라인으로 추가하는 등 아이스크림 비중을 줄였다. 대구공장은 해태제과 생산능력(Capa)의 49.7%를 차지하는 핵심 공장이다. 콘, 컵, 튜브 종류는 대구공장이 메인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에 물적분할을 하며, 신설법인인 해태아이스크림(주)로 대구공장의 대부분 유형자산을 넘겼다. 반면 광주공장은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기계장치만 신설법인으로 이전했다. 
 
아이스크림 제조 주요회사의 브랜드.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이번 물적분할은 빙과 사업의 효율화와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빙과부문은 2012년부터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빙과시장은 과점 체제로 빅4((롯데제과(280360),빙그레(005180),롯데푸드(002270),해태제과)가 시장의 대부분 차지한다. 경쟁 강도가 높은 탓에 빅4는 가격 순응자(Price-taker)에 그친다. 판촉비와 할인행사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수익성을 높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은 외주가공 비율이 높다. 
 
염재화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해태제과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부진했던 홈, 컵, 샌드류 등 제품군의 비중을 확대해왔다"면서 "이들 제품이 대부분 원가율이 높은 OEM(주문제 제작 생산) 방식이다 보니 원가율이 상승, 영업손실로 이어지는 구조다"라고 진단했다. 
 
해태제과가 신제품 R&D에 투자하겠다는 것도 연장선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빙과부문은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이 모두 어렵다. 샌드위치 상태에 놓여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이번 단순물적 분할은 의미가 단순하게 비춰지지 않는다. 생산 공장 단순화, 자체 생산력 제고 등으로 비용을 줄이는 가운데 신제품 개발을 통해 매출을 늘리려는 계획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 프리미엄 제품 등의 개발을 위해 R&D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할신설회사의 주요 재무지표.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투자 유치 계획…레버리지는 Down, 커버리지는 Up!
 
해태제과는 지난 반기 25.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여전히 흑자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139억원)에서 3.0%(103억원)로 감소했다. 약 21% 줄어들었다. 103억원의 영업이익은 있었으나 이자비용 56억원, 법인세비용 74억원 등이 발생하며 적자를 냈다. 
 
법인세비용은 기간귀속의 문제로 발생한 부분이 약 62.3억원이기에 일회성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자비용 56억원은 일회적 요인이 아니다. 이는 해태제과가 자금 조달 시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차입금 의존도는 총자본 대비 차입금 비율로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업종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30%를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평가한다. 
 
해태제과의 차입금 의존도는 30%를 넘고 있다. 그 가운데 차입금 의존도는 증가세다. 이는 2017년 연결대상 변경 과정에서 자회사 훼미리식품의 차입금(2017년 말 371억원)이 더해졌고, 지난해 2018년에는 퇴직금 정산(120억원), 냉동식품 관련 설비 투자를 확대 그리고 배당금 지급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분할로 해태제과는 지난 2016년처럼 투자자금을 유치해 자기자본을 끌어올려 차입금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해태제과는 2016년 IPO 방식으로 약 860억원이 자기자본을 끌어왔다. 2015년 말 44.9%에 달했던 차입금의존도는 2016년 말 33.4%로 낮아졌다. 그 결과, 자연스레 부채비율과 레버리지는 낮아졌고, 금융비용이 줄어들어 영업으로 금융비용을 더욱 커버할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 이마트 등 사업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기업들이 투자한다면 사업성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기존에는 아이스크림과 과자가 묶여있어서 투자가 원활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면서 "시장 환경에 맞게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