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세일 앤 리스백' 효과 없다…그럼 한번 더?
해외 신용등급 투기등급 위기…사측 “재무안정성 개선에 투입할 것”
회계기준 바꿨더니 S&LB에도 재무안정성 개선 희석
3년 내 5조원 투자 예정…자가 점포 비율 80% 수준
공개 2019-10-23 09:0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해외에서 투기등급 전망 꼬리표가 붙은 이마트가 세일 앤 리스백(S&LB, 매각 후 재임대)으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며 재무안정성 개선에 나선다. 하지만 새로운 리스 회계기준서 도입으로 빚이 늘어나는 등 안정성 개선 효과가 희석될 수 있어, 추가 유동화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신세계(004170)그룹 계열사 이마트(139480)는 지난 15일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 13개의 토지·건물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마스턴투자운용에 9525억원에 매각했다.
 
대신 이마트는 매각한 건물을 10년 이상 장기 임차해 그대로 이용할 계획이다. '세일 앤 리스백(S&LB)'이라는 유동화 기법이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거액의 자금을 확보하면서도 기존 점포를 그대로 운영할 수 있고,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안정적 임대수익을 확보하며 시세차익 등을 노려볼 수도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과거 수차례 밝혔듯 이번 자금은 재무안정성 강화에 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 매장 입구. 사진/뉴스토마토DB
 
재무안정성 양호하지만…해외서는 ‘투기등급 위기’
 
이마트의 재무안정성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해 반기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5조8863억원에 이른다. 절대적 규모는 크지만, 약 21조원에 이르는 자산과 비교했을 때는 양호한 수준이다. 1조6000억원의 리스부채가 계상됐음에도 이마트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의존도는 28%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102.4%다.
 
 
 
단기성차입금이 올해 반기 연결 기준 2조3148억원 가량 되지만, 국내 신용등급은 아직까지 상징성 짙은 AAA를 제외한 최상단 등급인 AA+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국내에서의 차입 연장 또는 차환은 용이할 전망이다.
 
황용주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이마트는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회사의 우수한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하면 단기성차입금 연장 또는 차환이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외로 시선을 돌릴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해외 신용평가사는 이마트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최하단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이마트에게 Baa3를,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BBB-를 부여하고 있다. 심지어 무디스는 올해 8월 이마트 등급 아웃룩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투기등급 하락 위기인 셈이다.
 
이마트의 해외 사모채는 올해 반기 연결 기준 약 1조원(원화환산)에 이르며, 이 중 85%가 달러 사모채다. 3년물에 금리는 3개월물 리보금리+가산금리(75~95bp)로 구성된 만큼, 등급 하향으로 금리나 듀레이션 등의 조건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이마트의 자금조달 루트는 기존 계획과 달라질 수 있다.
 
무디스는 올해 8월 이마트 아웃룩을 하향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디레버리징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익성 악화로 인해 차입금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
 
예정된 5조 투자…추가 S&LB 이뤄질까?
 
큰 틀에서 보면, 이번 세일 앤 리스백을 통해 개선된 재무안정성은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올해부터 변경된 리스 관련 회계기준이 세일 앤 리스백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차입금 관련 레버리지가 감소할 수 있지만, 대신 운용리스 비용이 부채에 계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 관점에서 보면, 올해부터 적용된 리스 회계기준 때문에 세일 앤 리스백으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된 투자비용도 상당하다. 공시에 따르면, 이마트가 3년 내 소요할 예정인 투자비용 총합은 올해 반기 기준 5조397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삐에로쑈핑, 노브랜드 버거 등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유통실험’도 현재 진행 중이다. 이마트의 올해 반기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4967억원 가량 되므로 자금조달은 사실상 필수다.
 
이마트가 '요지경 만물상' 컨셉으로 지난해 말 명동에 오픈한 삐에로쑈핑 매장 풍경. 사진/뉴시스
 
차입금이 재차 늘어나면, 결국 이마트의 영업이익·당기손익 하락은 불가피할 수 있다. 리스 사용권자산에 대한 감가상각과 이자비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신평사 등이 트리거 핵심지표로 이용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변동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 매각 점포들의 스텝업 조건을 고려한 연평균 임차료는 약 45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현재 업황이 구조적으로 좋지 않아, 실적 하락 여파가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99억원이었다. 분기 실적이기는 해도, 사상 첫 적자다.
 
유통업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다 보니, 이마트를 포함한 오프라인 업체들은 앞다투어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 실제 이마트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원가는 전년 동기 대비 1.9%포인트 증가했다. 그 외 세제개편으로 종합부동산세가 약 123억원 증가한 점도 적자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
 
구조적 업황 하락과 예정된 투자비용 등을 고려하면, 세일 앤 리스백의 추가 단행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의 자가 점포 소유율은 80% 내외로 롯데쇼핑(023530), 홈플러스, 현대백화점(069960) 등 경쟁사의 자가 점포 비율 50~60% 대비 높다. 여력은 충분한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세일 앤 리스백이 처음인 만큼 추가 실행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