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에 시스템 문제까지…예스24, 부실기업 딱지 뗄 수 있나?
올해 3월 외감으로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의견 받아
내년 비적정 의견 받을 경우 상폐 검토도 가능…예스24 “해결될 것”
공개 2019-10-17 10:16:2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스닥 상장사 예스24(053280)가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부실기업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주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재 투자주의환기종목에 지정된 예스24는 내년에도 환기종목 딱지가 붙게 될 경우 상장폐지 관련 심사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주의종목 지정 원인은 충당금 설정 등의 문제에서 주로 비롯됐으며, 내부 자원관리 시스템 등 구조적인 문제도 부가 영향을 미쳤다. 예스24는 해당 문제들이 무리 없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세예스24홀딩스(016450)의 자회사 예스24는 지난 15일 기관·언론 등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예스24는 올해 연결 기준 거래총액(GMS)이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8329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해 1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예스24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 2년간 적자 상태였다.
 
예스24가 제시한 사업실적 전망 및 목표. 출처/예스24
 
실적 호재가 나오면서, 예스24의 투자주의환기종목 해제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예스24는 올해 3월 말 사업보고서 감사와 함께 진행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보고서 평가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비적정 의견을 받았고, 이로 인해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내부회계관리제도란 회계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및 부정을 막기 위한 기업 내부 통제 시스템을 의미한다. 상장사는 대표이사 명의의 운영실태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외부감사인은 보고서를 토대로 담당자 등에게 질문 위주 검증절차인 ‘검토’를 수행해 의견을 내린다.
 
여기서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코스닥 기업의 경우 코스닥상장요건 제28조2항-가에 따라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된다.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에 따른 직접적 불이익은 크지 않다. 지정 기간 내 경영정상화 사유 외 경영권 변동 등이 발생할 경우, 상장폐지 심사를 받게 될 수 있는 정도의 제약만 주어진다.
 
대신, 간접적 불이익은 비교적 클 수 있다.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주가 표류 현상이 유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취약은 곧 투자자들이 제공받는 정보에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와 맞닿는다. 나아가 기업 내부의 감시·감독 메커니즘이 약해 경영자들이 사적으로 자금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함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조은혜 성균관대학교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논문을 통해 “내부회계관리제도 취약점을 보고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주가표류현상이 높았다”라며 “기업이 제공한 회계정보에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기대 미래현금흐름을 신뢰성 있게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의견은 예스24 종속회사 베트남 법인과 인도네시아 법인 등에 대한 충당금 설정에서 비롯됐다.
 
양 법인은 수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으며, 현재도 순이익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체 지분 100% 법인으로 진출하다 보니 베트남 공산당 정부의 외국인 도서 유통 제한 규정 등에 걸려 도서 외 제품에만 주력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예스24는 베트남 사업 진행 의지를 보이며 충당금을 적게 설정했다. 반면, 삼일회계법인은 보수적으로 평가해 충당금을 보다 많이 잡았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결산 시까지 중요한 회계 처리 방법이나 금액의 결정에 대한 회사의 자체 능력이 미비하다”라고 평가했다.
 
예스24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법인의 충당금 설정에서 외부감사인과 막판까지 의견이 갈렸다"면서 "인도네시아 법인은 이전부터 정리 추진했지만 베트남은 사업 유지 의지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당금을 덜 잡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외부감사인의 의견을 향후 반영하고 나니 당사가 최초 제시했던 재무제표와 차이가 컸고 이에 비적정 의견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회계관리 시스템 내 오류도 발생했다. 예스24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개별주문정보와 결제대행업체(PG사) 정산 데이터의 정합성을 확인하는 매출대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미비점이 발생했다. 간단히 말해, 시스템 내 매출과 PG사 제공 매출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일부가 호환이 되지 않다보니 실적 등이 일괄 처리되지 않아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예스24는 ERP를 자체개발하는 대신 외부 기관들로부터 라이센스를 구매해 시스템 각각을 구축한 상태다.
 
예스24 내부감사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도입하는 등 주주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라는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예스24 관계자는 “하루배송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결제 기준으로 매출을 인식한 후 미배송 된 것들을 별도 결산조정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과정 등에서 출고부터 회계전표까지 하나로 묶이는 원웨이 프로세스를 쓰지 않다 보니 ERP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매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며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과도 관련이 적다”라고도 덧붙였다.
 
부산광역시 서면에 있는 예스24 중고매장 전경. 사진/예스24
 
예스24의 투자주의환기종목 해제는 내년 3월 말 즈음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코스닥 상장 세칙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환기종목은 차기 감사보고서에 의해 사유 해소가 확인된 이후 해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스24의 올해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은 내년 4월1일이다.
 
만일 예스24가 내년에도 내부회계관리 비적정 의견을 받게 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상장폐지를 검토 받게 된다.
 
예스24 관계자는 “현재 인도네시아 법인 사업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외감과 충당금 이견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라며 “내부감사 의견에 따라 주문 및 출고와 회계가 연동되는 ERP 원웨이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올해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평가를 ‘검토’ 아닌 ‘감사’로 강화하고 있다. 예스24는 오는 2022년부터 감사 강화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자산총액 규모가 1000억~5000억원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검토는 질문 위주의 검증이 이뤄지지만, 감사는 내부통제 관련 문건과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검증이 단행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강화된 검증 절차에서 적정의견을 받으려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