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에서 SI로? 액트의 깜짝 최대주주 변경 속내는?
9월 블랙힐 SPC 주식양수도계약 체결…10월 세미콘라이트로 변경
최대주주 등극과 블랙힐 대표 사외이사 선임 건의 상법상 충돌
공개 2019-10-22 09:3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스닥 상장사 액트(131400)가 예정된 재무적투자자(FI) 블랙힐이 아닌 전략적투자자(SI) 세미콘라이트로 갑작스럽게 최대주주를 변경하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한 LG전자(066570) 부회장 출신인 창업주의 지분 매각으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LG계열 물량 확보에 대한 우려감도 나타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종합 연성회로기판(FPCB) 솔루션 메이커 기업 액트는 지난 14일 발광 다이오드(LED) 플립칩 전문 제조업체인 세미콘라이트(214310)에 피인수됐다. 이 계약으로 세미콘라이트는 액트 창업주 구승평 전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9인의 보유 지분 14.47%를 126억원에 양수하며 액트의 경영권 일부를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액트의 최대주주는 대부업체 낙산홀딩스에서 세미콘라이트로 바뀌었다. 세미콘라이트는 액트의 기준주가에 약 1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5000원의 가격으로 액트 주식을 매입했다.
 
세미콘라이트는 LED 플립칩 전문제조업체로, 액트 인수를 통해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세미콘라이트는 “액트 지분 취득은 기존 LED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와 관련된 기반기술 및 생산협력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하고자 추진됐다”라고 주식 양수 배경을 설명했다.
 
대구광역시 달서구에 있는 액트 사옥 풍경. 사진/인크루트 홈페이지
 
다만 의문은 남는다. 금번 계약된 액트 지분은 올해 9월 초까지만 해도 국내 사모펀드(PEF) 블랙힐의 유동화회사(SPC) ‘블랙힐1호투자목적회사’가 가져가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방향을 틀어 전략적투자자(SI) 세미콘라이트가 경영권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액트 관계자는 “정확한 내용은 확인 중”이라며 “세미콘라이트 대표이사가 당사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라며 나름의 배경이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 박일홍 세미콘라이트 대표이사는 오는 10월25일 액트 본사에서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다만, 같은 날 박찬수 블랙힐 대표이사의 사외이사 선임 의결도 있을 예정이다.
 
결과적으로는 상법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보인다. 상법 제382조 2항에 따르면, 회사의 최대주주가 법인일 경우 그 법인의 CEO 등 집행임원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즉, 액트 인수를 예정했던 블랙힐 SPC 지분 전량을 블랙힐이 갖고 있으므로,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박 대표는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최종 선임된다고 해도 법령에 따라 이사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
 
블랙힐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블랙힐은 지난 2016년 설립됐으며, 블랙힐 SPC의 자산은 지난해 기준 5억2400만원, 블랙힐 자본금은 20억원 가량 된다. 액트 인수를 위한 추가 실탄 마련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이유다.
 
이에 대해 블랙힐 관계자는 "언론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내부 방침이므로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최대주주 변경으로 액트-LG(003550)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구승평 액트 창업주가 이번 지분 양수도 계약을 통해 남은 지분의 거의 전량인 40만주를 매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6년 보유지분 100만주 중 50만주를 처분한 바 있다.
 
실제 액트와 LG는 사업상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액트의 매출 80% 이상이 LG디스플레이(034220)에서 비롯된다. 액트 주력 제품인 연성회로기판은 주로 휴대폰, 태블릿 등 휴대용 전자제품에 주로 투입된다.
 
액트 매출도 LG디스플레이 매출 흐름을 대체로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이 전년 대비 12.6% 감소한 2조2372억원을 기록하자, 액트의 매출도 약 25% 감소한 65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제반 우려에 대해 액트 관계자는 “창업주 지분 엑시트 등에 따라 거래처가 변화한다는 발상은 낡은 사고방식”이라며 “대 LG디스플레이 매출 비중이 80% 이상 되는 만큼 LG디스플레이 생산물량이 감소하게 될 때나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액트는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가격 모델 위주의 생산기지화 공장 확보 등을 위해 지난해부터 베트남 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다. 내년 6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이번에 최대주주로 등극한 세미콘라이트는 “액트의 베트남 생산시설이 완비되면 협의를 통해 베트남 공장을 활용한 원가절감 및 재무구조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