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앞두고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연말까지도 회사채 발행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저금리 기조와 계절적 비수기 등의 영향이 겹쳐 우량채의 선호 현상은 강해지고 절대금리가 낮아진 비우량 회사채는 고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의 10월 내 기 발행 및 발행조건 확정된 회사채 규모는 약 3조4000억원에 이른다.
여의도에 있는 한국예탁결제원 풍경. 사진/뉴스토마토DB
업계 등에 알려진 발행 예정분까지 포함하면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AA+/긍정적 등급의
포스코(005490)는 최근 수요예측 흥행으로 최대 1조원 규모의 증액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최상단 등급인 AAA/안정적으르 보유한
SK텔레콤(017670)도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4분기에도 일단은 발행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적으로 북클로징 직전에 있으며, 저금리 기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분기에는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에도 회사채 발행 러시가 일어난 바 있다.
이성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4분기에 발행시장을 찾는 기업들의 발길은 이어질 것”이라며 “10월의 경우 증액 발행 물량까지 고려하면 6조원 이상 발행도 가능하며 연간 발행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 예상에 따른 기관들의 '사자' 분위기도 발행 랠리를 일부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말하면, 현재 3% 채권을 갖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기준금리가 25bp 하락하면 유통시장에서 0.25%의 매매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10월 중에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라며 "때문에 현재 채권 매수 포지션이 선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회사채 시장의 관건은 단연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일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2% 달성이 쉽지 않다”면서 “국내 경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IB업계는 이주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을 10월 내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한은은 오늘 16일 금통위를 개최해 금리 인하 여부를 공표할 방침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역사상 최초의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에 따른 디플레 논란 심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를 감안하면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25%으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업계 예상대로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현재의 매수세가 일부 해소돼 회사채 시장의 수급 우려는 단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여기에 계절적 요인이 주효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통상 4분기는 기관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시기다. 인사 문제 및 투자전략 수립 등으로 자금을 아껴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수급 불균형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량채와 비우량채의 선호도 양극화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위험부담이 큰 비우량채는 절대금리가 높아야 투심을 끌 수 있는데, 기준금리 인하로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금리 매력도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비우량채를 선택할 당위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비우량 신용도를 가진 기업들의 차환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비우량채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이다. 반대로 우량채의 경우에는 수요예측에 더 많은 자금이 몰려 증액발행도 검토할 수 있다.
우량채-비우량채의 양극화 기조는 현재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KT(030200)는 지난 2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1조40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며 발행 규모를 두 배 늘렸다. 포스코 역시 지난 7일 시행한 수요예측에서 2조60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고 증액 검토 중이다. 반면,
파라다이스(034230)는 A급 신용등급을 보유했음에도 지난달 25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500억원의 미매각분이 발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 이후 비우량채 절대금리가 낮아져 우량채와 비우량채의 선호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혜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낮아진 금리 레벨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4분기 수급 부담 발생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