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 드리우는 효성의 불안한 그림자
분할법인 성장 가속…지분가치 상승으로
두산重 영향 커…인적분할 재무구조에 도움 안돼
공개 2019-10-02 09:0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내달 인적분할을 앞두고 있는 두산(000150)에 대한 기대감이 하락하고 있다. 전지박과 연료전지 등 신성장 사업의 분할이 그룹의 재무적 불안전성 해소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지난해 인적분할을 했던 효성(004800)의 사례를 들며 재상장 후 그룹 전체의 시가 총액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동현수 두산 대표이사 부회장이 19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성장 전략과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두산.
 
지난 19일 두산은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신사업 성장 가속화를 위해 전지박(두산솔루스)과 연료전지(두산퓨얼셀)의 인적분할에 나선다고 밝혔다. 존속법인인 두산과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을 각각 90.6%, 3.3%, 6.1%의 비율로 나눈다. 이를 통해 두산은 자사주를 통해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지분을 각각 18.1%씩 갖게 된다.
 
인적분할을 선택한 이유는 신속한 투자유치를 하기 위해서다.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IPO)를 하면 보통 분할신설법인을 상장하는데 약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빠른 성장이 목표인 만큼, 분할신설법인들은 재상장 후 유상증자를 통해 설비투자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인데다가, 빠른 성장에 대한 의지가 강해 이번 인적분할이 두산의 기업 가치를 올려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두산솔루스는 전 세계에서 전지박을 공급하는 5개 업체 중 하나다. 전지박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로, 수요는 지난해 7만5000톤(1조원)에서 2025년 97만5000톤(14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퓨얼셀의 사업 분야인 발전용 연료전지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과 신에너지의무할당제(RPS) 강화로 인한 수혜가 기대된다.
 
증권전문가들은 주력 계열사 부진 영향으로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두산의 자체 사업에 있을 때보다 독립하는 것이 그룹 기업 가치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설법인들이 다음달 18일 재상장되면 적정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두산의 보유 지분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라고 예상했다.
 
인적분할 효과 있을까
 
다만, 지난해 인적분할을 했던 효성의 사례가 두산 인적분할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효성은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의 고도화를 이루겠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인적분할을 했다.
 
작년 6월 지주회사인 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298020), 효성중공업(298040), 효성첨단소재(298050), 효성화학(298000)으로 인적분할을 했다. 각 계열사 주력 사업의 시황 악화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며 시가총액은 분할 전 4조7057억원보다 17.8% 감소한 3조8698억원(26일 종가기준)을 기록 중이다.
 
이는 계열사들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적분할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산의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구성. 출처/한국신용평가.
 
두산은 두산중공업(034020), 두산메카엑 등 자회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중간지주회사인 두산중공업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042670)두산건설(011160)을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두산의 경우 주력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이 부진하면서 지주부문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올 상반기 지주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6% 감소한 243억원이고 지주부문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 영향으로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7%에서 올 상반기 6.1%로 낮아졌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개선이 있었음에도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시행으로 사업기반 및 수익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작년 두산건설의 부실사업장 관련 대규모 손실 인식으로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보유지분을 손상차손하면서 7251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것이 그룹 전체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 영향으로 두산 역시 34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두산은 지난 5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두산중공업에 1416억원을 출자하고 두산중공업이 다시 두산건설에게 3000억원을 출자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은 재무안정성 지표를 개선했지만, 두산의 올 6월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10조5967억원으로 늘어났다.
 
두산중공업의 수익기반 약화가 지속되고 두산건설의 추가적인 잠재 부실이 발생할 경우 두산의 계열사 지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BB등급이다. 최소한의 원리금 지급 확실성은 인정되나 장래의 안정성 면에서는 투기적인 요소가 내포돼 있다는 의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BB등급의 3년간 누적부도율은 공식적으로 8.64%, 넓게는 11.92%에 이른다. 추가적인 지원이 언제든지 필요할 수 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그동안의 지원 사례와 그룹 내에서 두산건설이 차지하는 사업 비중 등을 고려할 때 두산그룹의 비경상적인 지원가능성은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두산건설의 신인도를 지지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 분야가 빠져나가면서 양호한 성적을 냈던 두산 자체사업 실적이 위축될 수도 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성장사업의 인적분할을 통해 자체 운전자본 및 투자 부담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수익창출력 약화를 수반하는 가운데 계열지원, 주주환원적 배당정책 등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분할 일정에 따라 27일부터 두산의 주식거래가 정지되며, 신설법인과 함께 다음달 18일 재상장된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