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연합자산운용(이하 유암코)이 삼일회계법인(이하 삼일 PwC)을 세하의 매각주간사로 선택했다. 내년 상반기 거래 종료(Deal Closing)를 목표로 매각 일정을 서두르기보다 꼼꼼하고 세밀하게 진행할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암코는 세하 매각을 위해 삼일 PwC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삼일회계법인이 매각 전략, 가격 등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비교 우위를 보였다"면서 "절차대로 진행한 결과 삼일회계법인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열린 매각주간사 선정을 위한 경쟁 PT에는 회계법인, 증권사를 중심으로 3~4개 업체가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이어 그는 "재무적투자자(이하 FI)를 선언적으로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세하를 이끌 수 있는 SI를 선호하는 건 맞다"이라면서 "삼일PwC가 잠재적인 인수자를 대상으로 탭핑을 했고, 현재 복수의 SI들이 세하의 인수에 관심을 갖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탭핑(Tapping)이란 잠재적 인수자와의 초기 접촉을 의미한다.
다음 달 초~중순에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Kick-Off)될 예정이다. 이후 올해 연말~내년 연초에 본입찰을 계획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거래를 성사(Deal Closing)시킬 계획을 잡고 있다.
매각대상 자산은 유암코가 보유한 세하의 지분 71.64%(2118만47주)와 503억원의 채권(대출채권 428억원, 사모사채 75억원)이다.
세하는 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백판지 제조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다각화에 실패하며 적자의 늪에 빠졌다. 특히 2010년에는 59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사세가 본격적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2013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4년 말 유암코가 워크아웃 중이던 세하를 인수했다. 세하의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이었다.
구조조정 전문기업인 유암코는 인수 이후 원가 개선, 설비 투자 증가 등을 통해 세하를 개선했다. 2016년에는 매출액 1594억원, 영업이익 109억원을 기록하며, 턴어라운드 하는데 성공했다. 세하가 영업이익을 낸 것은 2008년 이후 8년만이었다. 이후 3.5년간 줄곧 흑자 경영을 이어갔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 863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내며 승승장구 중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563억원이다.
백판지는 제과, 화장품, 약품, 완구, 농·수산물 등 경공업 제품 포장재로 주로 사용된다. 또한 자원을 재활용하는 산업이기에 환경친화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백판지 포장 수요와 밀접하게 관련된 온라인 쇼핑 및 홈쇼핑 시장 등 물류·유통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비닐팩 및 1회용품 퇴출,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 정부의 친환경 정책으로 백판지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백판지 시장은 골판지 시장처럼 성장률이 높은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2년간 고지 가격이 안정되며, 견조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매각주간사로 선정된 삼일 PwC는 제 49기 사업연도(2018년 7월1일~2019년 6월30일) 동안 총 6131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는 딜로이트 안진, 삼정KPMG, EY한영 등 빅4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경영자문 부문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6년 1964억원이었던 경영자문 부문 매출은 2017년 2090억원, 2018년 2246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회계 감사 부문, 세무 자문, 경영자문 부문 등 세 사업 부문 중 경영자문 부문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