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호텔 15개 인수하는 미래에셋, 재무안정성 문제없나
운용수익 자신하지만 글로벌 경기 우려 확산
공개 2019-09-30 09:0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미래에셋대우(006800)의 적극적인 해외 부동산 투자에 신용평가사를 중심으로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를 예상하는 전망도 전해지며 불확실성을 키우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국 안방보험이 소유한 미국 호텔 15곳을 58억달러(약6조9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 중 2조4000억원 가량을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085620), 미래에셋캐피탈 등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수익권자로 투자하고 나머지 자금은 사모펀드 대출 등으로 조달한다. 각 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대우 1조8000억원, 미래에셋생명 49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1900억원, 미래에셋캐피탈 1000억원이다.
 
미래에셋대우 자본 적정성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이는 미래에셋대우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투자금액 1조8000억원은 미래에셋대우의 올 6월 말 개별 기준 자기자본 8조3221억원의 21.6%를 차지했다.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 및 부분회수에 따른 실질 투자자금 축소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용순자본 3조7000억원의 48.6%에 달한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그동안 해외 사업 확대 과정에서 영업용순자본 차감항목이 증가했고 총위험액이 늘어나면서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순자본비율(신 NCR)은 개별 기준 2017년 1661.1%에서 상반기 말 409.2%까지 하락했다. 자본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영업용순자본비율(구 NCR)은 지난 2017년 204%에서 올해 6월 말 117.6%까지 떨어졌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회사의 총위험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 투자의 최종적인 위험부담 정도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이로 인한 미래에셋대우의 추가적인 재무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라며 “향후 투자의 적정성과 운용성, 투자자금의 회수방안 등에 대해 추가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해 신용등급과 전망에 반영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대우는 연결기준으로 볼 경우 아직까지 자본적정성 지표에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올 상반기말 연결기준 신 NCR은 2046.2%이다. 증권사 중 가장 높다. 올 6월 말 연결 기준 구 NCR은 172.7%로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50%를 넘어섰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과감한 투자가 재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라며 “장기적으로 투자-수익-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불확실성↑…곳곳에서 경고음
 
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심화,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등으로 인해 거시경제 지표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부동산 투자시장에서도 부정적인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 현황. 출처/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멜버른, 시드니, 파리, 미국 시카고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전분기 대비 최대 2% 이상 하락했고 상업용 부동산 거래금액과 양도 줄었다.
 
올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직접 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으며 유럽과 중동권 감소 폭은 19%에 달했다.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응해 각국이 금리를 낮추면서 부동산투자 매력이 유지되고 있지만 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거래량 감소까지 나타나고 있는 점은 해외 부동산 투자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5월 프랑스 마중가타워를 인수했다. 금액은 1조830억원으로 국내 자본의 해외 부동산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미래에셋대우가 직접 투입한 자기자본은 약 4500억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 호텔 투자금 1조8000억원이 추가되면 이 두 사업에만 2조원이 넘는 금액이 들어간다.
 
투자 자금은 지분 셀다운, 투자자산 상품화, 시세차익 등을 통해 회수한다. 만약 세계 부동산 경기가 나빠진다면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는 힘들어진다.
 
또한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처럼 현지 상황에 따라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KB증권의 호주 부동산 투자펀드는 현지 운용사의 계약 위반으로 인해 약 300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 7월 만기가 도래하는 130억원 규모의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DLS가 독일 현지 부동산 허가 문제로 오는 10월 말까지 상환을 연장하면서 손실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