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LG디스플레이…비용 감당은 어떻게
체질개선 위한 구조조정…단기발생 재무부담 우려
공개 2019-09-24 09:0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최악의 실적 부진에 빠진 LG디스플레이(034220)가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CEO(최고경영자)를 재무통으로 교체하고 난 뒤 본격적인 비용 줄이기에 돌입한 것이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재무 부담을 어떻게 버티는가이다.
 
지난 17일 LG디스플레이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근속 5년차 이상의 기능직(생산직)으로 희망퇴직자에게는 고정급여 36회치가 퇴직위로금으로 지급된다. 23일부터 약 3주간 희망자 접수를 받아 다음달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 매출 및 손익 현황. 출처/LG디스플레이.
 
사실 구조조정은 시기 문제일 뿐 어느 정도 예상됐다.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 5008억원의 영업손실과 612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주력 사업인 LCD의 주도권이 집중투자를 통해 양산화에 성공한 중국으로 넘어간 것이 실적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적 악화로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면서 자금 확보를 외부 차입에 의존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에 순차입금은 2017년 2조2420억원에서 2018년 6조1150억원, 2019년 6월 말 8조906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순차입금 의존도는 2017년 7.7%에서 올해 6월 말 25%까지 상승했다.
 
차입금 상환능력을 의미하는 순차입금/EBITDA는 올 2분기 3.9배를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순차입금/EBITDA가 2.5배 초과가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7월31일 8134억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어느 정도의 운영자금을 확보했지만 LCD 사업 전망이 워낙 좋지 않아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증권업계는 중국의 저가 LCD 패널 공세,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LCD TV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LG디스플레이가 하반기에만 3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경쟁력을 잃은 LCD 사업 규모를 줄이고 새로운 먹거리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집중하기 위해 국내 LCD 라인 가동 중단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지난 16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하자, 정호영 LG화학(051910) CFO(최고재무잭임자) 사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됨에도 17일부터 집행임원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으며 이날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됐다.
 
정호영 사장은 LG전자(066570) 주요 계열사에서 CFO 및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역임한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 LG디스플레이 CFO를 맡기도 했다.
 
구조조정 비용도 부담
 
실적 부진이 심각한 만큼,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비용도 부담이다. 희망퇴직을 진행하면 장기적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지만 퇴직금이나 위로금 등으로 인해 당장 지출해야 할 돈은 증가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9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생산직 3000명가량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직원 수 및 급여 현황.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실제 2018년 말 기준 직원 수는 3만438명으로 전년도 3만3335명에 비해 2900여 명 정도 줄었다. 그럼에도 급여는 5006억원으로 전년보다 52.9% 증가했다. 퇴직위로금 1849억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희망퇴직자에게는 고정급 36개월치가 위로금으로 지급됐는데 올해도 그 조건은 같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최대 5000명 정도가 구조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작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급여에서만 3000억원이 넘는 추가 비용 발생이 예상된다.
 
정석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약 5000명이 희망퇴직을 한다고 할 때 1인당 평균 연봉 7200만원 기준 30개월치 위로지원금 지급을 가정할 경우 4000억~5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라며 “하반기에 일회성 비용으로 인한 대규모 영업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OLED 투자 부담도 여전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대형 OLED와 중소형 Plastic OLED 중심으로 2020년까지 국내에 15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올해에만 8조원이 투입된다.
 
경쟁력을 갖고 있는 OLED로 체질 개선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실적 악화로 재무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비용과 투자금은 단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구조조정 규모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회성 비용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LG디스플레이가 감내할만한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원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업황이 나쁜 상황에서 이번 구조조정은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이어져 하반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되는지 그에 따라 얼마나 비용이 발생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