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항공사로 손 뻗는 KCGI…아시아나 인수시 '분리매각' 하나
재무구조부터 방만한 경영까지 유사… 솔루션 비슷할 수밖에 없어
항공산업에만 집중하기를 원하는 KCGI, 비항공사업부 매각 가능성↑
공개 2019-09-25 09: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강성부펀드(이하 KCGI)가 국내 양대 항공사를 향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KCGI가 한진그룹에 제안했던 내용을 아시아나항공(020560)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계열 분리가 불가피해 보인다. 
 
KCGI는 기업 승계와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목표로 하는 행동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사모펀드다. '기업의 성장 도우미'를 자처하는 KCGI이기에 전략적투자자(SI)를 끌어오더라도 그들의 입김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KCGI는 현재 한진칼의 2대 주주다. 올해 주식을 공개적으로 대거 모집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한진칼의 지분을 10.71%(639만6822주) 보유했던 KCGI는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현재 한진칼의 주식 15.98%(945만7252주)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KCGI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했다. 뱅커스트릿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적격후보(숏리스트)에 포함된 상태다. 
 
KCGI는 지난 1월 한진칼의 2대 주주로서 한진칼을 글로벌 항공·물류 전문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이 담긴 계획을 발표했다. 신뢰회복 5개년 계획이다. 한진칼의 5개년 계획이 담긴 'Value 한진 보고서'는 한진칼이 항공 산업에만 집중해야 하는 이유, 유가·환 변동 등 잠재된 위험 요소 관리, 오너리스크 축소를 위한 위원회 설치 등을 담고 있다. 
 
이 제안은 아시아나항공에도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높은 부채비율 △총자산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8~75%로 유사한 점 △호텔·리조트 등 항공 운수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 보유 △다양한 항공기종 보유△BBB 수준인 신용등급 △방만한 경영에 따른 높은 오너리스크 등 사업부터 재무구조 그리고 지배구조까지 큰 틀에서 볼 때 유사하다. 동일한 사업을 하기에 주요 포인트가 비슷할 수밖에 없다. 부채비율, 유형자산 비중이 비슷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너들의 주먹구구식 경영도 마찬가지다. KCGI는 한진그룹의 오너 리스크를 지적하며 금호그룹도 함께 거론했다. KCGI는 "독립된 이사회의 경영판단이 아닌 대주주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그룹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는 상황을 그간 수차례 경험했다"면서 금호그룹, 한진해운 등을 언급했다. 
 
KCGI의 정책 노선이 변했다는 발표는 없고,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비슷하기에 경영컨설팅이 유사할 수밖에 없다. 
 
 
항공산업에만 집중하기를 원하는 KCGI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KCGI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계열사를 모두 가져가기보다는 분리 매각해 항공 산업에 집중할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인수전은 통매각이 원칙이지만 인수 이후 분리 매각은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인수자 상황에 따라 분리매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KCGI는 한진칼을 위한 'Value 한진 보고서'에서 "유가와 환율에 따른 손익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항공산업이 국내외 경기·환율·정치·유가 변동성에 영향을 많이 받기에 외부 환경에 따른 손익의 변화 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항공 산업은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전체 매출의 40~50%가 달러, 엔 등 외화로 결제되고, 관련된 비용의 50%가량도 외화로 지급된다. 전체 비용의 25%가량인 유류비는 유가 변동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본적으로 소득탄력성이 높다. 소득 상황에 따라 여행을 갈지 여부부터 여행지, 항공사, 좌석 등급 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기는 기차, 버스와 같은 운송수단보다 운임이 높기에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라 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게다가 테러, 전쟁, 지진, 외교분쟁 등 예측할 수 없는 정치, 경제, 사회적 사건으로 수익이 크게 변한다. 소위  이벤트 리스크(Event Risk)에 크게 노출돼 있다. 일례로 최근 한·일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일본 여행객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 자산 효율화를 통한 비용 감소를 주문했다. 
 
아시아나 보유 항공 기종. 출처/아시아나항공
 
항공기종의 감소를 제안한 것도 연장선이다. 
 
KCGI는 "대한항공은 너무 많은 기종을 보유했다"라고 지적했다. 기종이 다양하다 보니 보유, 확보해야 하는 부품이 많다. 관리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아시아나항공에게도 같은 지적이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보다 더 다양한 기종을 보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사의 비행기 6종과 보잉사 비행기 3종 등 총 9종의 항공기종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KCGI는"자회사인 대한항공이 항공업 이외 투자 확대를 지양하도록 하는 원칙을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여행 수요와 상관관계가 높은 호텔사업의 확대는 지양할 것"을 주문했다.
 
항공산업의 전방 산업인 호텔 산업도 항공 산업과 비슷한 경기 흐름을 탄다. 경기가 좋을 경우 항공 사업만 영위하는 것보다 수익은 커질 수 있다. 역으로 경기가 나쁘면 적자 폭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레버리지 효과다. 게다가 항공 산업과 무관한 자산, 사업부문 등을 매각하고, 이를 통해 생긴 자금은 빚을 갚는데 쓰이기를 원했다. 부채 비율을 낮추려는 의도다. KCGI의 주장들을 종합하면, 레버리지를 줄이고 자산 효율화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5년 내로 신용등급을 BBB등급에서 AA등급까지 올리려는 KCGI의 계획은 재무 구조 안정화, 자산 효율화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Value한진'보고서 대로라면 아시아나항공은 건실해질 수 있지만 산업은행이 원하는 아시아나항공을 10년 이상 이끌 기업에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애경그룹과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2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KCGI에 관련 내용을 질의했지만, 특별한 답변은 받을 수 없었다. KCGI는 "현재 검토 중인 투자 건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내용이라 지금 시점에서 답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