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마트, 트레이더스 키울 힘 있나
투자할 곳은 많은데 실적은 부진
공개 2019-09-23 09:0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이마트(139480)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창고형 할인매장(트레이더스)의 매출 증가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회사 전체적으로 부진한 실적과 온라인 사업 부문의 확장은 트레이더스 부문 투자를 힘겹게 하고 있다.
 
올 상반기 트레이더스의 매출은 1조10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늘어났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5%로 작년 상반기 12.6%보다 2.9%p 상승했다.
 
이마트 사업부별 실적. 출처/이마트.
 
월별 매출을 살펴보면 트레이더스의 성장세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트레이더스의 올 1월 매출은 1933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8%가 증가했으며 2월은 1692억원으로 2.3%, 3월은 1889억원으로 30.8%, 4월은 1714억원으로 20.7%, 5월은 1911억원으로 23.8%, 6월은 1953억원으로 25.1%, 7월은 1942억원으로 12%, 8월은 2102억원으로 22.8%가 늘어났다. 영업일이 짧은 2월을 제외하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이상 매출이 성장한 것이다.
 
트레이더스는 지난 2010년 11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구성점을 시작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했으며 연회원비가 없다는 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올해에도 월계점(3월), 부천점(9월5일)이 문을 열었으며 현재 총 17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창고형 할인마트는 1인 가구 증가·온라인 구매 확산 등 유통환경의 변화로 할인마트가 역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물건을 대량으로 확보해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를 원하는 수요자를 타깃 고객으로 삼는데 성공했다.
 
특히 진열이나 인테리어에 쓰는 비용이 기존 할인마트에 비해 상당히 절감되기 때문에 수익성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이마트는 2030년까지 트레이더스 지점을 50개로 확장,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온라인·오프라인 균형 고민
 
문제는 이마트 실적이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출점을 위한 비용 지출이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4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5% 줄었다. 2분기로 보면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2.6%이던 영업이익률은 0.5%까지 하락했다. 주력 사업인 대형마트의 매출 하락과 임차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보유세 인상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기업에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은 올 상반기 -1247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향후 투자계획.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런 상황에서 투자가 ‘필요한’ 곳은 넘쳐난다. 현재 유통업의 위기가 인구구조와 소비 트렌드 변화, 강력한 유통업 규제 등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와 외형 확장, 온라인 사업 강화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실제 2021년까지 유통분야에만 3조4693억원 투입이 예정돼 있다
 
새벽배송 등으로 대세가 된 온라인 사업도 과감한 투자를 예고했지만 높은 경쟁 강도, 저마진 구조 등 후발주자인 이마트가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어 당분간 대규모 자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마트는 ‘세일 앤 리스백’을 활용한 자산 유동화로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금은 온라인 사업을 위해 쓰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오프라인 사업 외형 확장을 담당하는 트레이더스 투자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적이 안정적이라면 양쪽 모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지만 당분간 실적 전망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레이더스가 외형과 이익 규모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지만 전체 연결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라며 “다만 온라인 사업 등 다른 분야도 지속적으로 비용을 투입해야 해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