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꼬리표’ SK E&S, 추가 블록딜이 전망되는 까닭은
전액 차입금 축소 투입돼도 하향 트리거 벗어나기 어려워
공개 2019-09-11 08:3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블록딜로 거액의 실탄을 확보한 SK E&S의 신용등급 아웃룩(등급전망) 불일치 해소 여부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신용등급 안정화를 위해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주회사 SK(034730)의 자회사 SK E&S는 보유 중인 차이나가스홀딩스(China Gas Holdings Ltd.) 지분 3.3%(1억7000만주)를 약 7868억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SK E&S 관계자는 “다수 신용평가사에게 부정적 아웃룩을 받은 점에 대해 내부로부터 수차례 경고를 받았다”라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분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6월 말 SK E&S 신용등급 전망을 ‘AA+/부정적’으로 낮췄다. 해외 신용평가사는 이보다 한발 앞서 아웃룩을 낮췄다. S&P와 무디스는 올해 2월 SK E&S 등급전망에 부정적 꼬리표를 붙였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같은 시기 SK E&S 아웃룩을 외려 ‘안정적’으로 복귀시켰다. 아웃룩 불일치가 발생한 것이다.
 
만약 한기평이 SK E&S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출 경우, 국내 시장에서 통용되는 유효신용등급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 
 
한기평의 부정적 아웃룩 평가 핵심 사유는 대규모 투자계획에 따른 재무부담 증가다. SK E&S는 올해 1월 파주에너지서비스 매각자금 8967억원을 수령했다. 한기평은 해당 자금이 레버리지 축소에 투입될 것으로 봤는데, SK E&S는 오히려 투자를 확대했다.
  
SK E&S는 해외법인 SK South East Asia Investment에 약 2244억원을 출자했다. 또한 Prism Energy International의 LNG 수송선도 조달했고, 이 영향으로 선박 조달 자금 4700억원이 리스부채로 추가 계상됐다.
 
사업비 1조원 규모의 여주복합화력발전소 투자도 올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SK E&S에 따르면, 현재 여주복합화력발전소 투자는 부지 매입 단계에 있으며, 오는 2022년 1분기 중에 완공될 예정이다. 그 외에 3000억원 내외의 경상적 투자비용, 2000억원 내외의 가스전 개발투자비 등의 지출도 지속될 방침이다.
 
한기평은 ”SK E&S의 지분투자 및 선박 금융리스 조달은 예상을 벗어났다“라며 ”투자 계획에 따라 중기적으로 순차입금/EBITDA 4배, 차입금의존도 4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SK E&S의 신용등급 하향 핵심 트리거로 순차입금/EBITDA 지표 3배 이하 또는 차입금의존도 30% 이상을 제시했다. 실제 SK E&S의 올해 반기 연결기준 실적은 하향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순차입금/EBITDA 3배, 차입금의존도 42.4%를 기록 중이다.
 
 
블록딜로 유입되는 8000억원의 자금이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되면 차입금의존도는 낮아질 수 있고, 이는 곧 아웃룩 ‘안정적’ 복귀와도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아직 안정적 복귀를 논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블록딜로 유입되는 자금 전액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한다고 가정해도, 차입금의존도는 약 35% 내외로 여전히 하향 트리거를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SK E&S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금번 블록딜 조건과 동일한 수치로 단순 계산했을 경우, SK E&S는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 2.5% 내외를 추가 매각해야 차입금의존도 30%를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물론, 차이나가스홀딩스의 주가 및 당기순이익의 변동에 따라 매각률 등은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블록딜 매각분을 제외하면, SK E&S가 보유 중인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은 11.7%다.
 
한기평 관계자는 “블록딜 성사로 자금이 유입된다고 해서 당장 아웃룩 변경 검토를 하는 것은 아니며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 이상의 모니터링을 거친다”라며 “다만, 추가 지분 매각 등 기존 예상을 벗어난 사건이 발생하면 보다 발 빠르게 아웃룩을 조정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SK E&S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고심하고 있지만 추가 지분 매각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 특별배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별배당이 이뤄지면 차입금 감축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제 SK E&S는 파주에너지서비스 지분매각대금 수령 후 특별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이에 상반기 배당지출액은 무려 6715억원이나 됐다. 이는 해외신용평가사의 부정적 아웃룩 부여의 핵심 사유가 됐다.
 
SK E&S의 지난 4년 평균 배당성향은 약 70%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39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S&P 등은 SK E&S의 배당이 2700억원 내외에서 이뤄질 것으로 봤다. 뚜껑을 열고 보니 배당금은 업계 예상보다 4000억원이상 많았던 셈이다. SK E&S의 지분 90%를 지주회사 SK가 들고 있으므로, 거액의 배당금 대부분은 당연히 SK로 흘러들어간다.
 
SK E&S의 배당 관련 지표 변동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
 
SK E&S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해외지분을 매각한 만큼 특별배당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SK E&S 신용등급이 하향되더라도 계열지원 가능성이 이를 보완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SK E&S 신용등급에 계열지원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계열 내 중요도도 높고 모회사 지원의지도 높지만, SK E&S의 신용등급이 지주회사인 SK의 신용등급과 동일하기 때문에 마땅히 보강할 신용도가 없던 탓이다. 현재 SK와 SK E&S의 신용등급은 AA+로 동일하다. 다만, SK의 아웃룩은 '안정적'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지주회사와 평가회사의 신용등급 간극이 생겼다고 해서 곧바로 계열지원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계열지원의지 등급에 따라 상향 범위를 조정하게 되며 이는 신용등급 재평가 시 반영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한기평은 SK E&S에 대해 “계열 내 중요도와 지원의지가 매우 높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기평은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인 S-2의 지원의지 정도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S-2의 경우 계열지원을 통한 신용등급 보강이 최대 3단계까지 이뤄질 수 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