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M&A 지각변동…신용등급 재편 향방은
SK브로드밴드 상향 검토 대상 등재
CJ헬로 스플릿 해소 전망
공개 2019-09-16 09:0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국내 통신 3사의 유료방송업 인수합병(M&A) 추진으로 업계 전반의 신용등급 재편 가능성이 높아졌다. 합병 고삐를 틀어쥔 공정위는 늦어도 10월 초에 LG유플러스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SK브로드밴드를 장기신용등급 상향 검토 대상으로 올렸다. 한국신용평가도 긍정적 아웃룩을 부여했다. 티브로드 흡수합병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한발 앞서 고려한 것이다. 현재 합병 건은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 상향이 이뤄지면, SK브로드밴드는 계열사인 SK하이닉스(000660)·SK종합화학과 동일한 등급을 보유하게 된다.
 
인수합병은 기업 신용등급을 하락시킬 수도 있다. 인수비용 및 피인수 기업 차입금 계상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인수합병을 통해 오히려 재무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SK브로드밴드의 IPTV 서비스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SK브로드밴드
 
티브로드의 올해 반기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자회사에게 빌린 운영자금을 제외하면 약 60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딜을 주도한 모기업 SK텔레콤(017670)은 흡수합병을 통한 지분 교환과 미래에셋대우 등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며 인수비용을 사실상 ‘제로’로 만들었다. 즉, 합병이 성사될 경우 자산규모는 확대되지만 차입금은 거의 증가하지 않아 차입 관련 지표가 개선될 수 있는 셈이다.
 
일례로 나이스신용평가는 등급 상향 조정 검토 요인으로 합병법인 별도 기준 차입금의존도 40% 미만을 제시했다. 합병 이후 SK브로드밴드 연결기준 차입금의존도는 올해 반기 실적 기준 약 8%포인트 하락한 38%를 기록하게 된다. 상향 트리거가 충족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순차입금/EBITDA 2배 미만의 안정적 유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역시 합병이 성사되면 SK브로드밴드의 순차입금/EBITDA는 1.76배로 감소해 상향 트리거를 충족할 수 있게 된다.
 
반면, LG유플러스(032640)의 경우 CJ헬로(037560) 인수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CJ헬로 지분 50%+1주를 취득하게 되므로, CJ헬로 차입금 7364억원(반기 연결기준)이 재무제표에 반영될 수 있다.
 
인수대금 지출을 위한 추가 차입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CJ헬로 인수금액은 8000억원인데, LG유플러스의 올해 반기 연결기준 현금성자산 보유액은 4167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모델이 37개 신규 채널이 추가된 'U+tv'(IP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의 4000억원 추가 차입을 가정하면, 합병 성사 시 LG유플러스 총차입금의존도는 약 4%포인트 가량 상승한 26%에 이르게 된다. 부정적이지만, LG유플러스 신용등급에 지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분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은 수반되나 현 수준의 재무안정성이 훼손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피인수 기업인 CJ헬로의 신용등급은 스플릿(신평사간 불일치)이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현재 CJ헬로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나이스신용평가는 A+/안정적을 주고 있다. 현재 나이스신용평가는 CJ헬로의 장기신용등급을 상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한 상태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현재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는 조건부 승인을 점치고 있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2016년 SK텔레콤-CJ헬로 합병을 불허한 적 있다.
 
현재 심사는 다소 지연되는 모양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15일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고, 심사기간은 대략 200일에 이르고 있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자료보정 기간을 제외하고 최대 120일까지 가능하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5월9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LG유플러스 합병 심사 결과를 늦어도 10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LG유플러스 합병건은 현재 담당자가 검토 작업을 하고 있으며 아직 윗선까지 이르지 않은 상태”라며 “과거 합병무산 당시 약 220일이 걸렸는데 그보다는 빠른 시일 내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합병에 따른 변동성을 동시 고려하다 보니 더욱 면밀한 검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1위 KT(030200)도 물밑에서 딜라이브 인수 의향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유료방송 시장점유 합산규제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합산규제는 특정 회사의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전체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6월 폐기됐고 현재 도입이 재논의되고 있다. 다만, 여야의 첨예한 갈등과 관련 부서의 인사교체 등으로 결정은 길어지고 있다.
 
합산규제가 부활하게 되면 KT는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 없게 된다. KT와 딜라이브 가입자를 합하면 점유율은 약 40% 내외에 육박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