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세무조사 이겨낸 BYC…특이한 승계 작업ing
60억원대로 선방한 추징 세액…전문가 "Not bad"
부동산 임대업, 절세 수단으로 요긴하게 활용 중
10대 때부터 승계 플랜, 속도전 대신 지구전 '통했다'
공개 2019-09-11 09: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BYC에게 부동산 임대업은 수익뿐만 아니라 세무조사 때도 효자였다. 논란이 예상됐던 부동산 임대업, 일감몰아주기는 특별히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을 보유하는 시간이 누적되며, 3세 승계가 다른 기업과 '같지만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하 조사4국)은 BYC를 대상으로 '특별'세무조사를 했다. 그 결과, BYC는 부과된 추징세액 약 66억원(지방소득세 등 포함)을 지난 1월31일 납부했다. 
 
당시 세무조사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조사4국의 특수성, 국세청의 분위기 등 때문이다. 조사4국은 타지방 국세청과 다르게 비자금 또는 탈세 의혹 등이 짙을 때 착수하는 곳으로 심층기획을 전담한다. 기획 조사의 분위기 속에서 BYC를 세무조사하기 전 나온 보도자료는 강한 세무조사를 예상하기 충분했다. 세무조사를 실시했던 지난해 9월4일의 전(前)주였던 8월29일, 국세청은 자녀 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사주 일가의 편법 상속·증여 혐의에 대해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세무조사 결과, 추징된 세액은 BYC의 매출 수준과 비교할 때 그리 큰 편은 아니라고 전문가는 진단했다. 10대 회계법인의 세무담당 파트너 회계사는 "매출액의 0.5~1% 정도면 적정 범위"라면서 "특별세무조사였음에도 적당한 수준으로 잘 대응했다"라고 설명했다. BYC는 매년 연결 기준으로 2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회사다. 조사 대상 연도로 추정되는 3~4개 사업연도를 놓고 본다면, 매출 대비 0.75~1%(지방소득세 제외) 수준으로 추징된 셈이다. 
 
세무조사 당시 BYC가 보유한 부동산의 임대 수익이 문제 될 것으로 관측됐다. 
 
BYC는 (속옷)을 만들며, 부동산 매매·임대, 건설업도 함께하고 있다. 올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BYC의 총자산은 7235억원이다. 이 중 투자부동산은 5690억원으로 전체의 78.6%다. 회계상 투자부동산(Investment Property)은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 또는 두 가지 모두를 얻기 위해 소유자나 금융리스의 이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말한다. 건설, 분양, 임대 등으로 7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69.3%를 차지한다.
 
이는 한흥물산도 마찬가지다. 한흥물산은 BYC의 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다. 한흥물산도 부동산 임대업을 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한흥물산의 총자산은 1476억원으로 이 중 69.1%인 1021억원은 건물과 토지다. 게다가 지난해 매출의 86.9%(113억원)는 부동산 임대업에서 나왔다. 
 
관측과 다르게 임대사업 부문은 큰 문제가 없었다. 비업무용 부동산과 관련해, 건설사업 부문에서만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알려졌다. 세무조사 대상 기간 BYC는 건설업 관련 재고자산을 8억~38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비업무용 부동산은 명시된 기준이 따로 없고 개별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법원은 업무 무관 자산인지 여부를 '△법인의 사업목적 △당해 부동산을 취득하게 된 경위 △용도 △취득 후 경과한 기간 △건물의 면적 △업무와의 관련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파트너 회계사는 "자기 목적이든 분양이든 건물을 짓기 위해 미리 사놓고 놔두는 토지, 주차장 운영 등이 비업무용 부동산과 엮이는 주요 이슈"라고 말했다. 
 
부동산 임대, 절세 테크닉으로 요긴하게 쓰여
 
BYC는 승계 작업을 이른 시기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는 신한에디피스가 있다. 신한에디피스의 최대주주는 한석범 대표이사의 장남 한승우 이사다. 한승우 이사는 적어도 2009년부터 최대주주였다. 당시 한승우 이사의 나이는 18세(한국나이 기준)다. 올해 신한에디피스는 현재 BYC의 지분을 10.57% 보유한 상태로 남호섬유에 이어 BYC 지분을 2번째로 많이 갖고 있다. 
 
신한에디피스가 승계를 위해 BYC 지분을 확대하는 과정은 대략 이렇다. 설립을 위한 자금을 자식에게 증여한다. 종잣돈에 대해선 증여세를 내거나,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는 5천만원까지만 증여를 한다. 우연인지 몰라도 신한에디피스의 설립시 자본금은 5천만원이었다. 설립한 회사에 그룹 계열사들은 일감을 몰아준다. 이를 통해 벌어들은 돈은 경영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한다. 
 
 
이 방식은 일반적인 그룹과 다소 다른 방식이다. 이는 BYC가 승계 작업을 이른 시기부터 준비하다 보니, 절세를 위한 선택지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감몰아주기를 피하는 과정 역시 다른 회사와 달랐다. 증여세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정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한승우 이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 사이에 매출액이 차지하는비율(특수관계거래비율)이 정상거래 비율(20%~50%)을 초과한 경우, 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한승우이사)와 그 친족이 증여세 납세의무자가 된다.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본다면 신한에디피스(수혜법인)의 매출액이 1000억원이고, 그 매출액의 구성이 800억원은 특수관계법인인 BYC에 매출한 것이며 200억은 일반매출이라고 하자. 이경우 특수관계거래비율은 600억원/800억원이 되어 75%가 된다. 비율 계산 시 일반매출은 제외한다. 정상거래비율(중견기업 40%가정)을 초과한다면 이는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대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한에디피스의 일감몰아주기 법이 적용될 때 부동산 임대 매출(일반매출으로서 과세제외대상)은 특수관계 거래비율을 낮추어 증여세를 피하는데 요긴하게 활용됐다. 
 
지난해 신한에디피스 매출의 40%는 특수관계인에게서 나왔다. 이는 대부분 BYC로부터 매입한 상품을 신한방, 아이피피, 승명실업, 제원기업 등 특수관계기업에게 판 것이다. 신한에디피스는 규모상 *중소기업이지만, 신한에디피스의 대표이사인 한석범 씨가 BYC의 대표이사이기에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신한에디피스는 특수관계 거래 비중이 높아 정상거래비율을 초과할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선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부동산 임대수입이다. 만약 부동산 임대수입이 없었다면, 특수관계기업과 매출 비중은 40%가 아니라  62.7%가 되고, 정상거래 비중은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했을 것이다. 
 
부동산 임대업은 일감몰아주기 회피를 회피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투자 대비 매출이 낮은 업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BYC는 달랐다. 한승우 이사의 나이가 30세도 되지 않았고, 한석범 대표이사 이제 환갑에 불과하다. 이른 시기부터 승계 작업을 했기에 속도전을 펼치지 않았다. 빠르게 많이 벌기보다는 적당하게 꾸준히 벌었다. 
 
이는 신한에디피스의 매출액 증가율과 잉여현금흐름(FCF)을 통해서도 파악된다. 매년 70억~80억원 전후의 매출과 15억원 내외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벌어들이는 돈은 BYC 지분 매입에 썼다. 그 결과 지난해 초 3.01%였던 지분이 10.57%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10대 회계법인의 파트너 회계사는 "승계 작업의 일반적으로 사례는 호반 건설"이라면서 "호반 건설처럼 자식 회사를 빠르게 키운 후 자식 회사가 아버지 회사를 합병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BYC 그룹처럼 지분을 늘리기 위해 3세 회사를 이용하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라며 "특이한 절세 테크닉이다"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참고- 신한에디피스의 중소기업 여부 판정.  
중소기업 기준은 영리기업 또는 비영리 사회적기업 등을 대상으로 적용하며, 규모 기준과 독립성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중 신한에디피스는 독립성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모법인이 30% 이상의 주식 등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모법인의 임원과 합해 최'다'출자자인 경우, 해당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다출자자는 출자자 개개인을 따로 보지 않고 특수관계에 있는 자끼리 합산해 판단한다. 이 조문을 적용한다면 한승우 이사의 아버지인 한석범 씨는 BYC의 대표이사이기에 신한에디피스는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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